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전체 글 129

Gert Taberner - Fallen

어제 넬의 '청춘연가'의 가사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꽤 괜찮은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며 번역을 하다 보니 그 속뜻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그 뜻을 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천천히 한 단어 한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꽤 재밌다. 공돌이가 문학 작품이나 다름없는 노래 가사를 읽으며 재미있어한다니, 좀 아이러니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다른 글에서 적고 싶다. 음악 추천하는 글에는 음악을 추천하는 걸로! 이번에는 Gert Taberner의 곡 Fallen을 가져와 보았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던 중 어디선가 찾게 된 곡인데, 정말 마음에 든다. 요즘처럼 뭔가 마음이 가라앉아 있을 때 이렇게 조용한 노래를 들으면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 ..

추천 음악 2021.05.29

필름사진 번외편1 - 초저녁의 김포

김포는 참 새로운 곳이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 왔던 친숙함과 요즈음 매주 오가면서 느끼는 신박함이 공존하는 도시. 분명 김포 하면 옛날부터 막연하게 존재를 알고 있었던 도시인데, 영어과외를 하러 가는 토요일마다 내게 보이는 모습은 신도시마냥 깔끔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진은 니콘 FM2에 코닥 골드 200을 물려서 찍어 보았다. 36장 중 대부분을 고등학교 선배 프로필 사진 찍어 드리는 데 사용해서 공개할 만한 사진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사진을 찍어도 평범하고 심심한 풍경 사진보다는 독특한 구도와 길거리의 어느 피사체를 대상으로 촬영을 하며, 지금까지는 찍어 보지 않은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 중이다. 제일 마음에 드는 몇 장만 올린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초저녁이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진 기록 2021.05.29

짤막하게(?) 적고 싶은 것

난 평소에 일기를 쓰지 않는다. 나중에도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굳이 적어 놓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고,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은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주었지만 내가 굳이 따로 떠올릴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는 거니까. 근데 지난 며칠간은 계속 뭔가를 쓰게 된다. 편하게 앉아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봐도 되지만, 계속 뭔가를 쓰고 싶어진다. 이 블로그의 목적 역시 홍보를 하고 조회수를 올리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 혼자 조용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거니까. 딱히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의 소리를 쓰레기통 비우는 것마냥 글 속에 탈탈 털어 놓으면 그만큼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딱히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과외를 하러 갈 때도 카메라를 들고 갔으며, 수업 중에도..

일상이야기 2021.05.29

넬 - 청춘연가

넬. 한국의 록밴드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넬을 꼽을 것이다. 물론 전설의 밴드 버즈도 있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지만 무서우리만치 강력한 보컬을 가진 국카스텐도 있지만,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싶을 때에는 넬의 노래만한 것이 없다. 오늘의 추천곡으로는 어제 글에서도 추천곡으로 꼽았던, '청춘연가'. 이번에는 원문 가사와 영문 자작번역본을 같이 적어 놓으려 한다. 누구보고 읽으라는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나 혼자 번역하면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어서. 그런 만큼 이번에는 영문 번역본의 음운도 어느 정도 라임을 맞춰 보려고 노력했다. 그땐 잘 몰랐고 // Back then I didn't know much 그래서 무모했고 // and so I was reckless 또 그래서 더 ..

추천 음악 2021.05.28

5월 5일 출사 - 기왓장 사이사이 上

간만에 사진연습을 나갔다. 그 동안 시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좀 부족해서 사진은 안 건드리고 있었는데, 오늘이 어린이날이어서 원래 수요일마다 잡혀 있던 과외가 취소되었기도 하거니와 날씨도 너무 좋아서 안 나갈 이유가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천둥이 울릴 정도로 날씨가 답이 없었는데, 어린이날을 맞추기라도 하려는 듯 오늘 해가 뜨면서 날씨가 화창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을 기대하며 이번에는 북촌 한옥마을과 창덕궁을 출사 위치로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여전히 나에게 DSLR은 구도 확인용 혹은 선예도 높은 사진 촬영용일 뿐이지만, 후에 DSLR용 망원 렌즈를 구매할 계획이 있는 만큼 이 녀석으로도 감을 익혀 놓을 필요는 있다. 물론 필름과 디카 중 하나만 고르라면 난 고민 없이 필..

사진 기록 2021.05.06

정부가 내 학교를 죽이려 한다.

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다녔다. 이미 졸업한지 수 년이 지나 고등학교 시절이 과거의 추억 혹은 흑역사로 남은 지금도, 이미 나의 모교라고 하는 그 학교가 많이 변한 지금도, 난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이다. 내가 민사고를 다녔다고 하면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에게 민사고도 고등학교일 뿐이예요~ 라고 가볍게 웃어넘기면서도 나에게는 내심 민사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저 남들에게 그 자부심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민망할 뿐. 그리고 그 자부심에 대한 근거는 단지 내 동기들이, 그리고 내가 평균보다 똑똑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래,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내 동기인 것과 내 자신이 능력 있는 사람인 건 좋지. 하지만 그건 자신감의 근거가 될 뿐, 자부심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대한 내 자부심은 교육에 대한 ..

오피니언 2021.04.27

필름 사진 4화 - 폐철도 上

오늘은 사촌 동생과 같이 대곡역 근처의 폐역인 대정역으로 출사를 나가 보았다. 가기 싫다는 애를 억지로 질질 끌고 간 건 아니고(...) 지지난 주 친척네 집에 갔을 때, 사촌 동생이 내 카메라를 보고는 자기도 필름사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며 갑자기 옷장을 뒤지더니 작은아버지의 DSLR을 꺼내 오길래 초대를 해 본 것이다. 애초에 나보다 미술적 감각이 뛰어난 친구이기도 하고, 필름사진을 찍고 싶다 하니 급 반가워서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내 DSLR인 캐논 EOS 550D와 어제 수리받은 필카 세트(망원+광각+표준 트리오와 바디까지 하루만에 수리해 주신 충일카메라 사장님 감사합니다...)를 싸들고 대곡역으로 갔다. DSLR로 찍다가, 각도 괜찮다 싶으면 필카로도 한장 더 찍는 식으로. 그리고 사촌 동..

사진 기록 2021.04.24

4월 18일 경복궁 출사 - 어느 봄날의 경복궁 下

필름카메라로 150장 가까이 찍어서 20장 남짓 건졌다면 DSLR로는 70장 약간 넘게 찍어서 역시 20장 남짓 건졌다. 물론 자동모드로 했으면 쉬웠겠지만 그러면 재미없잖아? 아래 사진들 역시 모조리 수동 모드로 놓고 찍었다. 즉 발퀄이다. (?) 방금 전에도 글을 하나 올렸지만 여기에는 다른 곡을 추천하고 싶다. Muse의 2015년 앨범 'Drones'에 수록된 10번째 트랙 'Aftermath'. 뮤비와 함께 같이 감상하자.

사진 기록 2021.04.18

필름 사진 3화 - 어느 봄날의 경복궁 上

원래 오늘은 오후에 과외가 있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영어를 가르치는 그분이 갑자기 아침에 수업을 좀 미룰 수 있냐고 카톡을 보냈다. 나야 뭐 어차피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그거 아니어도 하고 싶은 짓(?)이 많으니 흔쾌히 다음 주에 뵙겠다고 답장을 보낸 후... 카메라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필카도 디카도. 그리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길만 건너면 갈 수 있는 일산호수공원도 나쁘진 않았지만 뭔가 새로운 걸 찍어 보고 싶어서. 게다가 집에서 그닥 멀지도 않다! 아무튼... 4롤을 태웠는데 건진 건 많지 않다. 초보는 돈 쓰는 건 고수랑 똑같은데 효율이 더럽게 안 나오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필름 고유의 질감이 주는 감성(갬성?) 덕에 디카였으면 망했을 사진도 그럭저럭 봐줄 만하게 나..

사진 기록 202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