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공돌이의 주저리주저리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abcdman95 2021. 5. 29. 23:16

Nikon FM2, Kodak Gold 200

원래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약간 다른 주제로 내용을 적을 생각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부러워한다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평범하게 대학생 때 소개팅과 연애를 하는 것도 부러웠고, 친구들과 술을 진탕 퍼먹고 부끄러운 짓을 한 추억(이라고 적고 흑역사라고 읽는 것)도 부러웠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부럽기는 하다. 일에 집중을 하다 보니 다른 걸 잃은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대학원 때 조금 더 즐기면서 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지금 내가 그런 것들이 부러운 건 내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들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그 어떤 일 하나 때문에, 그것에 정신이 팔려서 괜히 다른 사람들이 부러운 것이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부터 생각해도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조금은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갑자기 생각난 건데, 아까 낮에 형누나들과 카톡을 하면서 내 심금을 울리는 한 마디가 있었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실수해도 괜찮아.'

 

사람이 마냥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아무래도 괜찮아.

 

난 완벽주의자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난 내 스스로가 완벽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난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구든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며, 남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몸을 갖고 싶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살아 왔다. 미친 듯이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생기면 일정을 조절하여 일과 친구를 둘 다 잡았으며, 그 중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아니면 에너지가 남을 때마다) 운동을 하며 몸을 유지했다. 물론 아직 난 갈 길이 멀지만, 항상 내가 부족한 점이 있을까 생각하며 산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게 정말로 열심히 하는 걸까? 내 인성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내가 사용하는 대화법이 상대방에게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이 정도면 몸관리가 괜찮게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난 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며 살다가 '진짜 이렇게 모든 걸 신경쓰며 사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을 품던 중, 어떤 분이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으니 실수해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셨다. 당시에는 대화의 흐름에 맞춰 가느라 내색을 안 했지만 나에게는 정말 와닿는 말이었다. 왜 이 격려 아닌 격려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진정 힘들어하는 이유를 가장 잘 이해한 한 마디여서일까.

 

어쩌면 난 그냥 힘들게 했으니까 가끔씩은 실수해도 괜찮아, 잘했어, 수고했어, 등의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야, 라는 말보다는, 넘어져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프리가가 아들 토르에게 하는 말처럼, 너도 사람이니 실수해도 괜찮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아래는 짤막하게(?) 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다. 동시에 어떤 이유에서든 자책하고 있는 사람에게, 아니면 열심히 했지만 앞길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진 사람에게 할 수도 있는 말들이겠지 싶다.

 

힘들어해도 됩니다. 울어도 됩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도 됩니다. 하지만 그 의문이 스스로를 향하게 하지는 마세요.

잘하고 있어요.

실수해도 괜찮아요. 그럴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들인 노력은 언젠가는 보상받을 겁니다.

뒤돌아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던 일들이 많습니다.

후회는 해도 됩니다. 하지만 자책은 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들의 실수에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수고했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정말 힘들었을 텐데. 잘 버텨내 줘서 고맙습니다.

 

시작부터 잘할 수는 없고, 시작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구요.

기껏 발톱을 세워 놨더니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왜 넘어질까요?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죠. (Batman Begins, 2005)

 

오늘의 추천곡은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이라는 그룹은 201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등을 떠밀려 간 도서관에서 AP 공부를 하면서 2G 폴더폰으로 듣던 라디오에서 처음 접했다. 당시 이 노래는 아니었던 어느 노래를 듣고 그룹 이름이 머릿속에 콱 꽂혔는데, 요즘도 생각나면 가끔씩 듣게 된다.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 Does everybody know the answer?

힘든 일은 왜 한번에 일어날까 // Why do bad things all happen together?

 

나에게 실망한 하루 // I'm disappointed in myself today,

눈물이 보이기 싫어 // but I don't want to show tears,

의미 없이 밤 하늘만 바라봐 // so I just stare into the night sky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 Even if loneliness greater than sadness comes to me

슬픔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도 날 // through the small gap in the doorsill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 You did well today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없대도 // Even if nobody notices your dismay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I still support you, you did well today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 I saw the light, and I believed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 that there was a way but it's fading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 You did well today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없대도 // Even if nobody notices your dismay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I still support you, you did well today

 

수고했어 // You did well

수고했어 오늘도 // You did well today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 You did well today

아무도 너의 슬픔 관심없대도 // Even if nobody notices your dismay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I still support you, you did well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