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30대 초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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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예술에 뛰어(?)들다 [작성중]

난 내 스스로를 골수 이과생이라 칭한다. 성격도 성향도 취향도, 모두 뭔가 '이과' 하면 떠오를 만한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취미랍시고 감성 넘치는 사진을 찍는 것도 어느 정도는 기계를 다루는 게 재미있어서이다. 그래서 분명 자동 모드가 탑재된 DSLR로도 수동 모드에서만 사진을 찍고, 필름 카메라인 FM2와 조르키는 자동이고 나발이고 사진의 3요소를 모두 직접 맞춰야 한다. 그런 내가 뜬금없는 시도를 한 번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노래 가사 쓰기. ??? 노래를 들을 때도 집중하기 귀찮아서 가사는 잘 안 듣는 내가 가사를 쓴단다. 20대 후반에 와서 갑자기 중2병이 도진 건가 싶겠지만 얼떨결에 한 번 해보게 되었다. 평소에 남 탓은 절대 안 하는 나로서 오랜만에 남 탓을 좀 해 보자면 김포에..

Bruno Major - Regent's Park

오늘도 Bruno Major의 곡을 한 번 가져와 보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보컬도 반주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서 혼자 도로여행을 갈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노래. 그리고 처음 들을 때는 정신줄 놓고 멜로디만 들어서 잘 몰랐는데 가사를 제대로 읽으니 내가 예상했던 사랑 노래가 아니라 이별 노래여서 놀랐던 노래. 사랑하지만 사랑하기 너무 힘들어 여자를 놓아주는(?), 세상 아련한 내용의 가사와 따뜻하고 밝은 멜로디가 대비를 이루는 곡이다. 노래와 함께 직접 번역한 한글 버전을 감상해 보자. I must have sent four hundred poems on the way you used to smile at me 당신이 나에게 보여주던 그 미소에 대해 시를 400개는 지었던 것 같아요 I used ..

추천 음악 2021.07.01

필름 사진 5화 - 이것저것 사진모음

요즘은 출사를 나갈 일이 많지 않다. 날씨가 덥기도 하거니와, 작정하고 카메라를 챙겨 나가는 것도 좋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셔터를 한두 번 누르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출사를 나가면 사진이야 많이 찍지만 필름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생기는데, 그런 마인드로 사진을 찍다 보면 건질 게 많이 남지 않게 된다. 오히려 평소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가 괜찮다 싶은 게 보이면 한두 장 찍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롤은 딱히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곳에서 찍은 것도 아니다. 심지어 혼자 찍은 것도 아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한두 장, 서너 장 찍던 게 모여서 이번 사진집을 구성하게 되었다. 조금 기술적인 얘기를 하자면, 요즘은 FM2에 표준 단렌즈만 ..

사진 기록 2021.06.27

Bruno Major - The Most Beautiful Thing

과외를 하다 보면 학생들과 수업 외적인 얘기를 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수업을 하면서 이미 많이 가까워진 사이라면 더더욱. 이번 노래는 그렇게 친해지게 된 분이 추천해 준 곡이다. 개인적으로 lo-fi 느낌이 나는 곡이나 혼자 들으면 감성에 젖게 되는 그런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데 딱 그런 감성이다. 게다가 그분이 얘기하셨던 것처럼, 가사가 너무나도 소중하다. 솔로인데 사랑에 빠진 듯한(?) 기분이랄까. 가사를 직접 나름 번역해 보았으니 공식 비디오와 함께 감상해 보자. Bruno Major의 2020년 앨범 'To Let a Good Thing Die'에 수록된 곡, 'The Most Beautiful Thing.' Will it be a pavement or a sidewalk // 차도에서일까요, ..

추천 음악 2021.06.27

종교에 대한 어느 공돌이의 잡생각들

난 종교를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종교를 믿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적어도 전지전능하며 완벽한 선의 존재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가지는 그 교리 자체는 사실 꽤 마음에 든다. 남에게 베풀며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보다 멋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그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평화를 내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찾는다는 개념이다. 10년을 혼자 살면서 지극히 독립적인 성격이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는데, 모든 걸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내 성격상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 건 나에게는 약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양심에 따라 행동하려 노력한다. 누구에게도 부..

필름이야기

최근에 미국에서 구매했던 필름이 배송되었다. 예전에 데스크탑 컴퓨터를 조립할 때 CPU를 주문했던 B&H라는 곳에서 구매했는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카메라 관련 용품이 사실 주력상품인 곳이었다. 국내에서 구매하지 않고 굳이 해외에서 직배송시킨 이유는 간단하다. 더 저렴해서. 한국은 필름값이 꽤 비싼 편이다. 입문형/보급형 필름의 대명사인 코닥 컬러플러스만 해도 최소 4-5천 원은 하며, 필름 카메라라는 취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쓰게 되는 코닥 울트라맥스 400이나 상급형 필름에 속하는 코닥 포트라 400는 1롤당 가격이 최소 1만 원에서 2만 원까지 치솟는다. 필름을 현상/스캔하는 데 5천 원 정도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필름 1롤로 보통 36장을 찍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필름 카..

사진 기록 2021.06.25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지름신

올 가을에 대학생이 될 동생의 입학 선물로 노트북을 사 주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백 만원이 넘는 돈을 써 본 것 같다. 기종은 내가 현역으로 잘 굴려먹고 있는 HP Envy 13 x360이지만 나처럼 세컨드 컴퓨터가 아닌 메인 컴퓨터로 사용할 동생을 위해 사양을 한 단계 높여서 주문했다. 내 노트북은 CPU만 최상인 라이젠 7 4700U + 8GB RAM + 256GB SSD 조합에 내가 따로 1TB SSD를 달아 주었고, 동생 노트북은 공순이에게 어울리는 사양인 라이젠 7 4700U + 16GB RAM + 512GB SSD 조합이다. 솔직히 고민을 좀 했다. 내가 대학생 때 맥북에 대한 로망이 좀 있었던 기억 때문에 동생은 맥북을 사줘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

일상이야기 2021.06.21

과외 썰

지금도 여전히 용돈벌이는 과외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집에만 있는 게 질려서 시작했다. 물론 냅다 나가도 되지만 나가면 항상 돈을 쓰게 되니까, 아무리 미국에 있으면서 사흘 동안 통역 알바로 벌어 놓았던 150만원 남짓한 돈이 있다 쳐도 그걸로 몇 달을 버틸 수는 없잖아? 게다가 미국에서 모았던 돈은 모두 외환통장에 넣어 놓았거나 미국의 은행 계좌에 고이 모셔 두었으니 그걸 환전하기도 아까웠다. 그렇게 시작했던 과외가 하나둘씩, 천천히 늘어나더니 알게 모르게 파트타임 직업처럼 되어 버렸다. 놀고 싶어도 과외 때문에 못 노는 수준? 누가 과외 잡는 게 꽤나 힘들다 그랬었는데 셀링 포인트를 뭐로 잡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난 국내 입시 등은 아는 게 없으니 SAT나 토플 등 해외용 영어나 대학수학 등을 ..

일상이야기 2021.06.19

자동차 근황

생애 두 번째 볼보 구매 3일차. 이제는 이 차의 핸들링이, 가속력이, 제동력이 어떤지 대략 감이 온 상태이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핸들 돌리는 건 적절히 묵직하고 (다른 말로 최신 자동차들에 비해 핸들 돌릴 때 힘을 더 줘야 한다) 액셀을 밟아도 속력이 늘어난다는 느낌이 딱히 들지 않으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부드럽게, 그러나 정확하게 감속한다. 미국에서 S60을 몰 때에도 핸들링은 무거웠다. 소나타보다도 작은 덩치지만 조향 시스템이 최신 차량처럼 전자식이 아닌 소위 '구세대'의 상징물인 유압식이라 대학생 때 이사를 하려고 포드 포커스 등을 몰아 본 것 외에는 운전 경험이 적었던 나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 주었었다. 처음에 딜러샵에 가서 시운전을 하려고 핸들을 돌려 보았을 때 예상하지 못한 묵직함..

일상이야기 2021.06.12

생애 두 번째 차

결국 차를 또 샀다. 차가 한 번 있어 본 사람은 뚜벅이 삶을 견딜 수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대략 그랬다. 뭐 수도권이니까 그럭저럭 견딜만 하면서도, 어디 갈 때마다 최소 30분은 잡고, 1시간은 잡아야 하는 게 성가셨다. 그리고 군대 결과가 어떻게 되던 간에 어쨌든 차는 사야 하니까. 뭘 샀냐고? 볼보. 한 번 볼보빠는 영원한 볼보빠라고 첫 차로 07년식 볼보 S60을 사서 2년 동안 스웨덴뽕을 채워서 왔더니 벤츠고 나발이고 눈에 안 들어오더란다. 400만원짜리 똥차를 샀는데 왜 잔고장 하나 없냐고! 그 내구성과 안정성에 혀를 내두른 난 결국 회귀본능을 가진 비둘기마냥 볼보로 돌아왔다. 이번 차량은 04년식 볼보 XC90이다. 전의 S60과 마찬가지로 2.5T 트림. 최대출력 208마력의 2.5L 저..

일상이야기 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