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사진 기록

필름이야기

abcdman95 2021. 6. 25. 23:10

최근에 미국에서 구매했던 필름이 배송되었다. 예전에 데스크탑 컴퓨터를 조립할 때 CPU를 주문했던 B&H라는 곳에서 구매했는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카메라 관련 용품이 사실 주력상품인 곳이었다. 국내에서 구매하지 않고 굳이 해외에서 직배송시킨 이유는 간단하다. 더 저렴해서.

 

한국은 필름값이 꽤 비싼 편이다. 입문형/보급형 필름의 대명사인 코닥 컬러플러스만 해도 최소 4-5천 원은 하며, 필름 카메라라는 취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쓰게 되는 코닥 울트라맥스 400이나 상급형 필름에 속하는 코닥 포트라 400는 1롤당 가격이 최소 1만 원에서 2만 원까지 치솟는다. 필름을 현상/스캔하는 데 5천 원 정도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필름 1롤로 보통 36장을 찍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한 장 찍을 때마다 400-700원이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셈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장비 구축 이후에는 돈 나갈 일이 이동할 때 외에는 없는 디지털 사진에 비해 필름 사진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 않은 대신 셔터를 누를 때마다 돈이 든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필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에서 필름을 배송시켰다. 한국에서 2-3만 원 하는 필름을 미국에서 구매하면 약 1-2만 원 정도 한다. 그것도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해서 5가지의 필름을 주문했다.

 

첫 번째는 코닥 엑타크롬 E100. 감도는 꽤 낮은 편인 100이고, 내 첫 슬라이드 필름이다. 그리고 이번에 구매한 필름 중 가장 비싼 필름이다. 감도가 낮으니 실내에서 인물 촬영할 때는 쓰기 힘들 것 같고, 아마 야외에서 촬영할 때, 특히 깊은 심도로도 셔터속도가 확보될 만큼 광량이 많은 상황에서 사용하겠지 싶다. 어느 카메라에 장전할지는 잘 모르겠다. 최고 셔터속도가 1/4000이라 범용성이 높은 FM2에 장전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광량이 충분한 상태에서는 느린 셔터속도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듯해 최고 셔터속도가 1/1000인 조르키 4에 장전해도 괜찮을 듯하다.

 

두 번째는 코닥 엑타 100. 질감이 '곱다'는 평가를 듣는 또 하나의 저감도 필름이다. 위의 엑타크롬은 정말 비싼 물건이라어디에 쓸지 좀 많이 고민되는데, 엑타는 그냥 조르키로 1롤 FM2로 1롤 하면 괜찮겠지 싶다.

 

세 번째는 코닥 포트라 400. 고급 필름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아무튼 고급 필름의 대명사와도 같은 물건이다. 그리고 벨비아 등 여타 고급 필름과는 달리 감도가 400으로 꽤나 높다. 이 정도면 화창한 주간은 물론이고 소박한 조명의 카페 등 실내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수준이고, 그 범용성 때문에 내가 가장 선호하는 감도이기도 하다. 포트라 400이 그렇게 좋다던데, 지금까지 써 본 가장 좋은(?) 필름이 고작 후지 X-TRA 400인 나로서는 많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5롤짜리 1팩을 샀으니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사용하기도 좋을 듯하다.

 

네 번째는 코닥 포트라 800. 위의 포트라에서 감도만 800으로 올라간 물건이다. 감도 800이면 주간보다는 어스름한 초저녁이나 야간에 사용하면 좋고, 실제로도 그렇게 사용할 생각이다. 친구와 맥주를 마시러 가게 되거나 하는 등 조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찍어야겠다.

 

마지막은 씨네스틸 800T. 고르다 보니 얼떨결에 유일하게 코닥이 아닌 필름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고감도 필름 중 그 결과물이 가장 기대되는 필름이다. 포트라보다도 더욱. 그 이름처럼 씨네스틸 800T는 영화용 필름과도 같은 느낌을 내기에 좋다고 하는데,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제격일 것 같다. 요즘 사진을 찍는 실력이 약간 늘었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한 장 한 장 소중히 찍으며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렇게 20만원어치 필름 무더기를 사고 나니 이젠 돈을 쓸 일이 별로 없다. 이동할 때에는 자동차로 이동하면 되고, 렌즈는 나중에 DSLR용 망원렌즈를 구매하고 싶지만 그것도 10만원 남짓한 헝그리(?) 렌즈니까 뭐. 그리고 필름이 이미 있던 것들과 합치면 총 15롤 가량이 쌓여 있는데 올해가 지날 때까지는 다 쓰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내일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할 예정인데, 교체가 끝나면 날씨를 봐서 파주 헤이리마을이나 강화도에 가볼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진은 위치가 아니라 피사체가 중요하긴 한데, 제대로 된 '출사'를 안 간지 너무 오래된지라 어디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추천곡은 The Hollies의 'The Air That I Breathe'. 1974년 앨범 'Hollies'에 수록되었으며 2021년 영화 '고질라 vs. 콩'의 엔딩 크레딧에 수록된 곡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곡이다)

 

 

If I could make a wish // 나보고 소원을 빌라고 한다면
I think I'd pass // 난 안 빌래요
Can't think of anythin' I need // 필요한 게 없거든요
No cigarettes, no sleep, no light, no sound // 담배도, 잠도, 빛도, 소리도 없어도 돼요
Nothing to eat, no books to read // 먹을 것도 필요없고 읽을 책이 없어도 돼요

Making love with you // 당신을 사랑하는 게
Has left me peaceful, warm, and tired // 날 평화롭고 따뜻하게, 그리고 나른하게 만들었어요
What more could I ask // 뭘 더 바라겠어요
There's nothing left to be desired //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Peace came upon me and it leaves me weak // 나에게는 평화가 찾아왔고 그래서 난 연약해졌어요
So sleep, silent angel // 그러니 잠을 자요, 침묵하는 천사여
Go to sleep // 잠에 들어요

 

Sometimes,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가끔씩은,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And to love you //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만 있으면 돼요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Yes, to love you // 그래요,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만 있으면 돼요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Peace came upon me // 나에게는 평화가 찾아왔요
And it leaves me weak // 그래서 난 연약해졌어요
So sleep, silent angel // 그러니 잠을 자요, 침묵하는 천사여
Go to sleep // 잠에 들어요

 

Sometimes,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가끔씩은,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And to love you //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만 있으면 돼요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Yes, to love you // 그래요,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만 있으면 돼요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Sometimes,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가끔씩은,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And to love you //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만 있으면 돼요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Yes, to love you // 그래요,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만 있으면 돼요
All I need is the air that I breathe // 난 숨쉴 공기만 있으면 돼요
And to love you // 그리고 당신을 사랑할 수만 있으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