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사진 기록

필름 사진 5화 - 이것저것 사진모음

abcdman95 2021. 6. 27. 20:15

요즘은 출사를 나갈 일이 많지 않다. 날씨가 덥기도 하거니와, 작정하고 카메라를 챙겨 나가는 것도 좋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셔터를 한두 번 누르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출사를 나가면 사진이야 많이 찍지만 필름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생기는데, 그런 마인드로 사진을 찍다 보면 건질 게 많이 남지 않게 된다. 오히려 평소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가 괜찮다 싶은 게 보이면 한두 장 찍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롤은 딱히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곳에서 찍은 것도 아니다. 심지어 혼자 찍은 것도 아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한두 장, 서너 장 찍던 게 모여서 이번 사진집을 구성하게 되었다.

조금 기술적인 얘기를 하자면, 요즘은 FM2에 표준 단렌즈만 달고 다니는 일이 많다. 조리개가 최대 1.4까지 개방되는 것도 꽤 유용하고, 줌렌즈보다 선예도가 대체로 더 좋은 단렌즈 특성상 화각만 잘 알고 있다면 좋은 사진이 나온다. 그리고 니코르의 50.4 단렌즈는 FM2와 정말 잘 어울린다!

필름은 후지필름의 X-TRA 400을 사용했다. 흔히들 필름마다 '색감'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난 개인적으로 코닥의 '따뜻한' 색감보다는 후지필름의 '청량한' 색감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포트라 400을 써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무튼, 사진을 보자.

Nikon FM2, Fujifilm X-TRA 400

 

Nikon FM2, Fujifilm X-TRA 400

 

Nikon FM2, Fujifilm X-TRA 400

 

Nikon FM2, Fujifilm X-TRA 400


먼저 경희대학교 캠퍼스에 잠깐 들렀을 때의 사진. 경희대학교 자체가 목적지였던 것은 아니고, 그 근방에 갈 일이 있었다. 전에 적었던 글들에서 한두 번 언급했던, 김포에서 영어 공부를 도와드리는 분의 학교인지라 한번 궁금해서 들러 보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대학 캠퍼스는 언제 봐도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있다. 특히 경희대 캠퍼스 밖은 꽤나 번잡한 분위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Nikon FM2, Fujifilm X-TRA 400

 

Nikon FM2, Fujifilm X-TRA 400

 

Nikon FM2, Fujifilm X-TRA 400

 

Nikon FM2, Fujifilm X-TRA 400

 

Nikon FM2, Fujifilm X-TRA 400


다음은 인왕산에 다녀오며 찍은 사진들. 망원 렌즈까지 챙겨 갔던지라 인왕산에서 보이는 남산 타워를 한 번 찍어 보았는데, 미세먼지가 좀 많이 껴 있어 아름답게 나오지는 않았다. 줌을 최대한 당기고도 딱히 흔들림 없는 사진이 나온 것 정도로 만족해야지. 오는 길에 경복궁역 근처에서 카메라를 다시 꺼냈는데, 마치 6-70년대부터 존재했을 법한 철물점이 보여 한 장 찍어 보았다.

이 아래부터는 특정 목적지 없이 일상 속에서 찍어 본 사진들이다.

Nikon FM2, Fujifilm X-TRA 400


라페스타에서 현상소로 가는 길에 잠시 멈춰 찍어 본 사진. 역광이 약간 아쉽지만 나름 감성 있게 나온 것 같다.

Nikon FM2, Fujifilm X-TRA 400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과외를 갔다 오면서 찍은 사진. 내가 원했던 감성 그대로 나온, 꽤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내 실력이 출중해서 잘 찍혔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신호등 사진은 망하기 힘들다.

Nikon FM2, Fujifilm X-TRA 400


백석동 근처 어느 동네 카페에서 찍은 사진. 개인적으로 체인점보다 이런 동네 카페를 좋아한다. 이 카페 사장님은 피규어와 레고가 취미이셨는지 카페 데코를 이렇게 귀여운 레고로 해 놓았는데, 조리개를 너무 열어서 심도가 의도한 것보다 얕게 나왔다. 그래도 의외로 꽤 괜찮은 사진이다.

Nikon FM2, Fujifilm X-TRA 400


김포에서 과외를 할 때 가는 내 최애 카페. 앞서 언급한 그분 입장에서는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고, 내 입장에서는 분위기가 정말 좋다. 소소한 인스타 감성이 나오는 카페랄까. 전에 조르키로 같은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감도가 낮은 필름을 장전했던지라 셔터속도가 도무지 나오지 않아 흔들렸던 기억이 있어 한 장 더 찍어 보았다.

Nikon FM2, Fujifilm X-TRA 400


역시 같은 카페에서 찍은 사진. 그분과 공부를 하다가 왼쪽을 보면 저렇게 말 그림이 걸려 있다. 조명마저도 그저 빛을 위한 조명이 아닌, 흔히들 '카페감성'이라 부르는 조명이 걸려 있어 정말 마음에 든다.

Nikon FM2, Fujifilm X-TRA 400


내가 찍은 사진. 카페 안에서 뒤쪽 테라스를 보면 이렇게 잔디밭(?)이 있는데, 일부러 노출을 야외 기준으로 잡았더니 내가 의도했던 사진이 나왔다. 처음 봤을 때는 그닥 마음에 안 들었는데, 보다 보니 꽤나 마음에 들게 된 사진이다.

Nikon FM2, Fujifilm X-TRA 400


그분이 찍은 사진. 과외를 하러 다닐 때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 그분이 내 카메라를 보시고선 자기도 사진을 나름 잘 찍는다고 하시길래 사용법만 대강 알려 드리고 카메라를 넘겨 드렸다. FM2는 완전한 수동 카메라인지라 카메라를 처음 다뤄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한 기종인데, 사진을 보고선 깜짝 놀랐다. 학부 때 음대를 나오셨던 분이어서 예술인의 감성이 역시 나보다 훨씬 뛰어나군, 하는 생각과 나중에 또 카메라로 몇 장 찍어 보시라고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는 별개로 사진이 참 신기한 취미라는 게 느껴지는 사진이다. 초점을 잡은 위치만 바뀌었는데 완벽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진이 되었다. 내 사진이 카페 그 자체보다는 그 바깥에 중점을 둔다면, 그분의 사진은 야외 테라스에서의 카페가 중점이 된 듯한 사진이다.

조만간 조르키에 장전해 두었던 켄트미어 흑백 필름을 현상하게 될 텐데, 이 필름에는 또 어떤 사진이 들어 있을지 궁금하다. 출사가 목적이 아닌 일상에서 사진을 한두 장씩 찍다 보면 즐기게 되는 묘미랄까.

오늘의 추천곡은 그분이 추천해 주셨던 'The Most Beautiful Thing'을 부른 가수 Bruno Major의 다른 곡, 'Nothing'. 가사도 직접 번역해 놓았으니 함께 감상해 보자.


Track suits and red wine // 트레이닝복 차림에 레드 와인과 함께
Movies for two // 단둘이 볼 영화를 틀어요
We'll take off our phones // 휴대폰을 벗고
And we'll turn off our shoes // 신발을 끄죠

We'll play Nintendo // 닌텐도 게임을 해요
Though I always lose // 내가 항상 지지만요
'Cause you'll watch the TV // 왜냐면 당신이 화면에 집중하는 동안
While I'm watching you // 난 당신을 보고 있거든요

There's not many people // 많지 않아요
I'd honestly say // 내가 솔직하게
I don't mind losing to // 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But there's nothing // 그렇지만 그만한 것도 없죠
Like doing nothing // 아무것도 안 하는 거요
With you // 당신과 함께

Dumb conversations // 시덥잖은 이야기들
We lose track of time // 시간 가는 줄도 몰라요
Have I told you lately // 내가 요즘 말한 적 있나요
I'm grateful you're mine // 당신이 내 사람이라는 게 감사하다는 걸

We'll watch The Notebook // '더 노트북'을 봐요
For the 17th time // 벌써 17번째네요
I'll say "It's stupid" // 난 공감 못하겠다고 하겠지만
Then you'll catch me crying // 당신은 내 눈물을 봐 버렸네요

We're not making out // 비록 우리가 키스하는 건 아니지만
On a boat in the rain // 비오는 배 위에서
Or in a house I've painted blue // 아니면 내가 파랗게 칠한 집에서

But there's nothing // 그렇지만 그만한 것도 없죠
Like doing nothing // 아무것도 안 하는 거요
With you // 당신과 함께

So shut all the windows // 그러니 창문은 다 닫아요
And lock all the doors // 문도 다 잠그고
We're not looking for no one // 우리가 누굴 찾는 것도 아니고
Don't need nothing more // 필요한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You'll bite my lip and // 당신은 내 입술을 깨물고
I'll want you more // 난 당신을 더 원할 거예요
Until we end up in a heap on the floor // 우리가 바닥에서 뒹굴 때까지

You could be dancing on tabletops // 당신은 식탁 위에서 춤출 수도 있겠죠
Wearing high-heels // 하이힐을 신고서
Drinking until the world // 술을 마시며
Spins like a wheel // 세상이 바퀴처럼 빙빙 돌 때까지

But tonight your apartment // 그런데 오늘 밤은 당신의 집이
Had so much appeal // 너무나도 매력적이네요
Who needs stars? // 별 따위는 필요 없어요
We've got a roof // 지붕이 있는데요

But there's nothing // 그렇지만 그만한 것도 없죠
Like doing nothing // 아무것도 안 하는 거요
With you // 당신과 함께

No, there's nothing // 그래요, 그만한 것도 없어요
Like doing nothing // 아무것도 안 하는 거요
With you // 당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