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두 번째 볼보 구매 3일차. 이제는 이 차의 핸들링이, 가속력이, 제동력이 어떤지 대략 감이 온 상태이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핸들 돌리는 건 적절히 묵직하고 (다른 말로 최신 자동차들에 비해 핸들 돌릴 때 힘을 더 줘야 한다) 액셀을 밟아도 속력이 늘어난다는 느낌이 딱히 들지 않으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부드럽게, 그러나 정확하게 감속한다.
미국에서 S60을 몰 때에도 핸들링은 무거웠다. 소나타보다도 작은 덩치지만 조향 시스템이 최신 차량처럼 전자식이 아닌 소위 '구세대'의 상징물인 유압식이라 대학생 때 이사를 하려고 포드 포커스 등을 몰아 본 것 외에는 운전 경험이 적었던 나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 주었었다. 처음에 딜러샵에 가서 시운전을 하려고 핸들을 돌려 보았을 때 예상하지 못한 묵직함에 약간 당황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차도 다를 건 없다. 오히려 더 가볍다는 느낌? 생각해 보면 미국에서 S60을 몰면서는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릴 때 가끔씩 손이 미끄러지곤 했는데 여기서 XC90을 몰면서는 휠이 인조가죽이 아니라 유광 우드라 더 미끄러운데도 불구하고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며 미끄러진 적이 없다.
가속력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존재한다. 최신 중형 세단들도 상위 트림이 아니면 찍지 못하는 제로백 7.5초 남짓을 찍던 S60에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차가 빠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 역시 들지 않는다. 딱 그만큼, 적절히 존재감 있는 가속력이다. 대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게 아니면 자동으로 저단 변경을 하지 않던 S60과는 다르게 XC90은 차체 무게 때문인지 고속도로 진입 램프 같은 곳에서도 곧잘 저단 변경을 한다. 당연히 같은 엔진에 상이한 무게의 차체를 얹어 놓았으니 주행 특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게 불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사소한(?) 차이점을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이 외에도 가령 S60으로 100km/h 주행을 하면 엔진 RPM이 1500-2000 사이를 넘나들었는데 XC90으로 같은 주행을 하면 엔진 RPM이 2000을 약간 넘는다. 아직 엔진 오일 교체를 안 했기 때문에 이게 정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RPM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순간 연비가 9-10km/l를 넘나드는 걸 봐서는 딱히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브레이크는 내가 몰던 S60보다는 나은 것 같다. S60은 일단 내가 돈이 궁해서 뒷브레이크가 약간 메롱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수리하지 않았던 데다가 브레이크액 역시 교환을 한 번도 안 해서 그랬던 건지 브레이크 페달을 어느 정도는 밟아야 반응이 왔는데, 이 차는 밟는 만큼 즉각적으로 반응이 온다. 그 반응이 역시 스포츠카마냥 날카로운 제동감은 아니지만서도 적절히 감속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이 차는 연비만 빼면 참 '적절'하다. 딜러 왈 이 차는 '연배 좀 있으신 분'이 좋아한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묵직한 전차를 타는 느낌. 적절히 물렁한 서스펜션. 그리고 바로 옆에서 구급차가 지나가도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정숙함 (사족이지만 한국의 긴급 차량은 사이렌 소리가 너무 작다. 민원이고 나발이고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야 사람들이 비킬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18년이나 된 차라고는 신기하리만치 완벽한 안전 성능. 오늘 2열 좌석에서 내 가방을 꺼내며 시트 옆에 쓰여진 SIPS (Side Impact Protection System, 볼보의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 를 보았는데, 이건 2007년식이었던 내 S60에도 없었던 기능인지라 감회가 새로웠다.
연비는 바라면 안될 것 같다. 팰리세이드와 엇비슷한 덩치와 약 200kg 정도 더 나가는 무게는 '고효율 고연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S60이 시내 주행을 주로 하면서 약 9km/l 정도 나왔는데, XC90은 6-7km/l 정도가 나온다. 덩치에 비해 잘 나온다고 해야 하나? 주차할 때나 신호 대기할 때 옆에 서 있는 차들 중에서 버스나 트럭 빼고는 이 차보다 운전석이 위에 있던 차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뭔가 미국에서 쉐보레 서버번이나 포드 F-250 같은 멧돼지 같은 차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처참하다. 물론 매일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게 아니니 기름값이야 좀 들어도 큰 상관은 없다만.
이 차를 사면서 내가 할 일이 몇 가지 생겼는데, 나열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 1열 12V 소켓 퓨즈 점검 (전원이 안 들어온다)
2) 블랙박스 설치
3) 앞 타이어 2짝 교체 (필요하면 4짝 모두 교체)
4) 엔진오일 교체
5) 전조등 하우징 산화막 제거 및 광내기
6) 세차 후 왁스칠
7) 전구류 모두 LED로 교체
나열해 보니 생각보다 많다. 간단한 문제들인 1번과 2번을 제외하면 중에서 가장 급한 건 아마도 3번이겠지 싶다. 엔진오일이야 저번에 상태를 봤을 때 나쁘지 않아 보였는데 교체를 해야 할 것 같기는 하고, 5~7번은 급한 일은 아니다. 특히 전구류를 LED로 교체하는 건 꽤나 간단한 일이기 때문에 뭐.
조만간 날 잡아서 카메라를 챙겨 사진을 찍으러 나갈까 생각 중이다. 뚜벅이 시절에는 짐을 챙길수록 돌아다니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알아서 짐을 줄여야 했는데, 차가 있으니 그거 하나는 정말 편한 것 같다. 필요한 건 모두 뒷좌석에 던져 놓으면 되니까.
오늘의 추천곡은 Maroon 5의 Memories. 가사를 읽으며 들어 보자.
Here's to the ones that we got // 우리들의 삶 속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배를
Cheers to the wish you were here, but you're not // 이제는 없는 네가 여기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건배를
'Cause the drinks bring back all the memories // 술을 마시면 모든 기억들이 돌아오니까
Of everything we've been through // 우리가 함께했던 그 모든 기억들이
Toast to the ones here today //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축복을
Toast to the ones that we lost on the way // 그 동안 우리가 잃은 이들에게 축복을
'Cause the drinks bring back all the memories // 술을 마시면 모든 기억들이 돌아오니까
And the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 그리고 그 기억들은, 그 기억들은 널 다시 데려오니까
There's a time that I remember, when I did not know no pain //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이 있어, 내가 고통을 모르던 그 시절
When I believed in forever, and everything would stay the same // 영원을 믿던 시절, 모든 게 한결같으리라 믿던 시절
Now my heart feel like December when somebody say your name // 그런데 이젠 누군가 네 이름을 말할 때마다 내 마음이 12월이 된 것만 같아
'Cause I can't reach out to call you, but I know I will one day, yeah // 이젠 널 부르려고 손을 뻗을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럴 수 있겠지
Everybody hurts sometimes // 다들 한 번씩은 아플 수 있으니까
Everybody hurts someday, ayy ayy // 다들 언젠가는 아플 수 있으니까
But everything gon' be alright // 그래도 다 괜찮을 거야
Go and raise a glass and say, ayy // 가서 술 한 잔을 들고 이렇게 말해
Here's to the ones that we got // 우리들의 삶 속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배를
Cheers to the wish you were here, but you're not // 이제는 없는 네가 여기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건배를
'Cause the drinks bring back all the memories // 술을 마시면 모든 기억들이 돌아오니까
Of everything we've been through //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기억들이
Toast to the ones here today //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축복을
Toast to the ones that we lost on the way // 그 동안 우리가 잃은 이들에게 축복을
'Cause the drinks bring back all the memories // 술을 마시면 모든 기억들이 돌아오니까
And the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 그리고 그 기억들은, 그 기억들은 널 다시 데려오니까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 그 기억들은, 그 기억들은 널 다시 데려오니까
There's a time that I remember when I never felt so lost //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이 있어, 내가 이렇게 헤매지 않던 시절
When I felt all of the hatred was too powerful to stop (ooh, yeah) // 이 모든 증오를 멈출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시절
Now my heart feel like an ember and it's lighting up the dark // 그런데 이제 내 마음은 불씨가 되어 어둠을 비춰
I'll carry these torches for ya that you know I'll never drop, yeah // 널 위해서 이 횃불을 들게, 절대 떨어뜨리지 않을 거야
Everybody hurts sometimes // 다들 한 번씩은 아플 수 있으니까
Everybody hurts someday, ayy ayy // 다들 언젠가는 아플 수 있으니까
But everything gon' be alright // 그래도 다 괜찮을 거야
Go and raise a glass and say, ayy // 가서 술 한 잔을 들고 이렇게 말해
Here's to the ones that we got (oh) // 우리들의 삶 속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배를
Cheers to the wish you were here, but you're not // 이제는 없는 네가 여기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건배를
'Cause the drinks bring back all the memories // 술을 마시면 모든 기억들이 돌아오니까
Of everything we've been through (no, no) //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기억들이
Toast to the ones here today (ayy) //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축복을
Toast to the ones that we lost on the way // 그 동안 우리가 잃은 이들에게 축복을
'Cause the drinks bring back all the memories (ayy) // 술을 마시면 모든 기억들이 돌아오니까
And the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 그리고 그 기억들은, 그 기억들은 널 다시 데려오니까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 그 기억들은, 그 기억들은 널 다시 데려오니까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doo (ooh, yeah)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 그 기억들은, 그 기억들은 널 다시 데려오니까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doh, doh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 그 기억들은, 그 기억들은 널 다시 데려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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