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생애 두 번째 차

abcdman95 2021. 6. 9. 00:16

결국 차를 또 샀다. 차가 한 번 있어 본 사람은 뚜벅이 삶을 견딜 수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대략 그랬다. 뭐 수도권이니까 그럭저럭 견딜만 하면서도, 어디 갈 때마다 최소 30분은 잡고, 1시간은 잡아야 하는 게 성가셨다. 그리고 군대 결과가 어떻게 되던 간에 어쨌든 차는 사야 하니까.

 

뭘 샀냐고?

 

볼보. 한 번 볼보빠는 영원한 볼보빠라고 첫 차로 07년식 볼보 S60을 사서 2년 동안 스웨덴뽕을 채워서 왔더니 벤츠고 나발이고 눈에 안 들어오더란다. 400만원짜리 똥차를 샀는데 왜 잔고장 하나 없냐고! 그 내구성과 안정성에 혀를 내두른 난 결국 회귀본능을 가진 비둘기마냥 볼보로 돌아왔다.

 

이번 차량은 04년식 볼보 XC90이다. 전의 S60과 마찬가지로 2.5T 트림. 최대출력 208마력의 2.5L 저압터보 엔진이 달렸고, 유일한 차이라면 자동차의 덩치가 장난 아니게 커졌다는 점과 S60과 달리 AWD라는 점. 엔진 출력이 같은데 차체 무게가 1.6톤에서 2.2톤으로 늘어나 버리니 AWD가 있어봤자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느릿느릿하다. S60은 제로백을 7.5초 정도 찍었는데 이 친구는 10초 정도 찍으려나?

 

하지만 애초에 이 차를 산 이유는 가속력도, 코너링도 아니다. 고속도로를 대형 보트마냥 떠다니는 듯이 달릴 수 있는, 그리고 뭘 싣고 싶어도 실을 수 있는 덩치 있는 차량. 그리고 누구랑 박아도 아무튼 내 차에 탄 사람들은 살 수 있는 차량. 그걸 원했다. 그리고 XC90은 그걸 그대로 선물마냥 포장까지 해서 바쳐준다. 저렴하게 구매한 차량이지만 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딱히 없다. 어쨌든 내 차가 네 차보다 무겁고 크거든.

 

그건 별개로 차를 샀으니 관리해 줄 것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정비소에 가서 정밀점검을 받고, 리콜을 이행하고, 블랙박스를 달고, 블루투스 오디오 청취를 위한 리시버를 장착할 계획이다. 다음 차 앞유리에 있는 때를 없애 준 후 천천히 방향지시등과 브레이크등 등을 LED로 교환해 줄 생각이다. 아무리 오래된 차라도 프리미엄의 상징은 LED니까. LED가 무슨 의미가 있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몰던 S60도 LED를 달았을 때와 할로겐을 달았을 때의 차이가 꽤 컸다. 이왕 3년 모는 거 제대로 몰아야지.

 

오랜만에 '내일이 기대되는 밤'이다. 내일 운전할 것도 설레고, 내일 차의 이것저것을 관리할 것도 설레고. 과외가 두 타임이나 잡혀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된 것도 설렌다.

 

오늘의 추천곡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Daylight'. 딱히 테일러 스위프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음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일부 곡들은 정말 명곡이다. 이 곡도 그렇고.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외 썰  (0) 2021.06.19
자동차 근황  (0) 2021.06.12
짤막하게(?) 적고 싶은 것  (0) 2021.05.29
첫 과외 수업 후기  (0) 2021.03.28
안전운전하세요  (0) 202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