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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첫 과외 수업 후기

abcdman95 2021. 3. 28. 20:30

첫 과외 수업을 했다. 시간은 아침 9시, 과목은 SAT.

 

일산 지역에 오래 있어 봤자 6월 중순까지밖에 체류를 못하는 데다가 미국 입시 쪽으로만 경험이 있다 보니 한국의 대부분의 중고등학생에게는 어필이 잘 안되는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야 한국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어린 학생들이 안타깝지만,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테니 영어 실력이 떨어질지라도 수능을 본 적이라도 있는 선생이 낫겠지 싶다. 그래서 SAT랑 토플 등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어필할 만한 것들도 프로필에 적어 놓았더니 어느 정도 입질이 들어온다.

 

뭐 까놓고 보면 출신 고등학교가 제일 매력적으로 비친 것 같기는 한데. 처음에는 고작 과외하면서 용돈을 벌겠다고 민사고를 팔아? 하는 생각에 자사고 출신이라고 적어서 당근마켓에 홍보를 했더니 조회수도 적게 뜬다. 나중에 들은 거지만 민사고가 유명해진 후에 자사고가 너무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겨나서 자사고 드립은 더 이상 안 먹힌단다. 결국 자본주의에 굴복(?)해서 홍보글 제목부터 민사고 졸업이라고 적었더니 채팅도 들어오고 조회수도 팍팍 올랐다. 물론 그래봤자 수능 (그놈의 수능!!!) 경험이 없으니 연락이 대여섯 명씩 오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확실히 구한 과외 학생이 두 명에 추가적으로 한 명 더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어느 정도 괜찮은 수입이 들어온다. 2년 전에 마이애미에서 한 기자 연수팀 통역 아르바이트로 번 150만원 남짓한 돈과 15년 전에 만기된 후 존재 자체마저 잊고 있었던 적금 약 70만원으로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데 그래도 잔고 까먹는 건 뭔가 마음이 불편하잖아?

 

각설하고, 이 학생은 꽤 괜찮다. 난 학생이 똑똑할 필요는 없고 내가 주는 지식을 넙죽넙죽 잘 받아 먹으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친구는 객관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갖고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내가 열심히 가르쳐 주면 그만큼 열심히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학생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어서 원격으로 과외를 하게 되었는데, 여기선 아침 9시지만 거기선 오후 8시다. 매 주말에 2회씩, 회당 90분에 시간당 3만 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괜찮은 가격이냐고? 많이 싸게 한 편이다. 내가 바쁜 와중에 과외를 해야 했다면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꼈을 정도로. 근데 지금 난 시간이 많고, 어차피 아침에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집에 죽치고 앉아, 아니면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유튜브 보고 앉아 있느니 용돈벌이라도 소소하게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돈이 좀 모이면 나중에 전주에 내려가게 될 경우 바로 원하는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KIST 행정팀 직원분들 채용공고 좀 빨리 올려 주시면 안될까요? 그거 맞춰서 일찍 귀국했는데 지금 계속 미뤄지고 있단 말이예요...

 

오늘의 추천곡은 Muse의 New Born. 2001년 앨범 'Origin of Symmetry'에 수록된 1번째 트랙이다. 역시 뮤즈가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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