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30대 초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전체 글 135

5월 5일 출사 - 기왓장 사이사이 上

간만에 사진연습을 나갔다. 그 동안 시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좀 부족해서 사진은 안 건드리고 있었는데, 오늘이 어린이날이어서 원래 수요일마다 잡혀 있던 과외가 취소되었기도 하거니와 날씨도 너무 좋아서 안 나갈 이유가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천둥이 울릴 정도로 날씨가 답이 없었는데, 어린이날을 맞추기라도 하려는 듯 오늘 해가 뜨면서 날씨가 화창해졌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을 기대하며 이번에는 북촌 한옥마을과 창덕궁을 출사 위치로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여전히 나에게 DSLR은 구도 확인용 혹은 선예도 높은 사진 촬영용일 뿐이지만, 후에 DSLR용 망원 렌즈를 구매할 계획이 있는 만큼 이 녀석으로도 감을 익혀 놓을 필요는 있다. 물론 필름과 디카 중 하나만 고르라면 난 고민 없이 필..

사진 기록 2021.05.06

정부가 내 학교를 죽이려 한다.

난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다녔다. 이미 졸업한지 수 년이 지나 고등학교 시절이 과거의 추억 혹은 흑역사로 남은 지금도, 이미 나의 모교라고 하는 그 학교가 많이 변한 지금도, 난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이다. 내가 민사고를 다녔다고 하면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에게 민사고도 고등학교일 뿐이예요~ 라고 가볍게 웃어넘기면서도 나에게는 내심 민사고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저 남들에게 그 자부심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민망할 뿐. 그리고 그 자부심에 대한 근거는 단지 내 동기들이, 그리고 내가 평균보다 똑똑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래,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내 동기인 것과 내 자신이 능력 있는 사람인 건 좋지. 하지만 그건 자신감의 근거가 될 뿐, 자부심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 대한 내 자부심은 교육에 대한 ..

오피니언 2021.04.27

필름 사진 4화 - 폐철도 上

오늘은 사촌 동생과 같이 대곡역 근처의 폐역인 대정역으로 출사를 나가 보았다. 가기 싫다는 애를 억지로 질질 끌고 간 건 아니고(...) 지지난 주 친척네 집에 갔을 때, 사촌 동생이 내 카메라를 보고는 자기도 필름사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며 갑자기 옷장을 뒤지더니 작은아버지의 DSLR을 꺼내 오길래 초대를 해 본 것이다. 애초에 나보다 미술적 감각이 뛰어난 친구이기도 하고, 필름사진을 찍고 싶다 하니 급 반가워서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내 DSLR인 캐논 EOS 550D와 어제 수리받은 필카 세트(망원+광각+표준 트리오와 바디까지 하루만에 수리해 주신 충일카메라 사장님 감사합니다...)를 싸들고 대곡역으로 갔다. DSLR로 찍다가, 각도 괜찮다 싶으면 필카로도 한장 더 찍는 식으로. 그리고 사촌 동..

사진 기록 2021.04.24

4월 18일 경복궁 출사 - 어느 봄날의 경복궁 下

필름카메라로 150장 가까이 찍어서 20장 남짓 건졌다면 DSLR로는 70장 약간 넘게 찍어서 역시 20장 남짓 건졌다. 물론 자동모드로 했으면 쉬웠겠지만 그러면 재미없잖아? 아래 사진들 역시 모조리 수동 모드로 놓고 찍었다. 즉 발퀄이다. (?) 방금 전에도 글을 하나 올렸지만 여기에는 다른 곡을 추천하고 싶다. Muse의 2015년 앨범 'Drones'에 수록된 10번째 트랙 'Aftermath'. 뮤비와 함께 같이 감상하자.

사진 기록 2021.04.18

필름 사진 3화 - 어느 봄날의 경복궁 上

원래 오늘은 오후에 과외가 있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영어를 가르치는 그분이 갑자기 아침에 수업을 좀 미룰 수 있냐고 카톡을 보냈다. 나야 뭐 어차피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그거 아니어도 하고 싶은 짓(?)이 많으니 흔쾌히 다음 주에 뵙겠다고 답장을 보낸 후... 카메라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필카도 디카도. 그리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길만 건너면 갈 수 있는 일산호수공원도 나쁘진 않았지만 뭔가 새로운 걸 찍어 보고 싶어서. 게다가 집에서 그닥 멀지도 않다! 아무튼... 4롤을 태웠는데 건진 건 많지 않다. 초보는 돈 쓰는 건 고수랑 똑같은데 효율이 더럽게 안 나오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필름 고유의 질감이 주는 감성(갬성?) 덕에 디카였으면 망했을 사진도 그럭저럭 봐줄 만하게 나..

사진 기록 2021.04.18

4월 16일 야간 사진연습 - 초봄의 끝자락에서

주간 사진이야 대략 감을 잡았는데 야간 사진은 도무지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던 중, 갑자기 삘(?)을 받아 출사를 나갔다. 그것도 삼각대 + 카메라 2대 + 렌즈 및 필터 풀세트를 들고. 다 써봐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뭔가 필요하면 있는 게 좋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DSLR로만 50장 넘게 찍었는데 대부분 망했다. 삼각대 상태도 메롱이었거니와, 추운 날 마스크 쓰고 뷰파인더를 보자니 습기가 차서 초점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사진에는 연습이 없다는데, 딱히. 연습이니까 대충 찍어도 된다는 마음가짐을 버리라는 의미인 것 같기는 한데, 지금까지 찍어 온 걸 보면 경험이 있어야 소위 '뇌출계'도 잘 작동(?)하고 구도도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지 감이 오고 심지어 삼각대를 어떻게 사용..

사진 기록 2021.04.17

필름 사진 2화 - 벚꽃의 빈자리에는 진달래가

이번에는 카메라에 표준 렌즈 대신 줌렌즈를 달고 연습을 해 보았다. 초점 맞추기는 약간 더 어렵지만 화각 조절이 가능한 물건이다. 아, 그리고 주간 사진처럼 밝게 찍어 본다고 풍경 사진을 죄다 한두 스탑 올려서 찍었더니 대부분 마음에 안 들 정도로 노출이 과하게 나왔다. 그나마 봐 줄 만한 사진들만 올려야지. 다음 롤은 스탑 조정은 하지 않고 내장 노출계로 적정 노출만 맞춘 채로 화각과 구도를 맞추는 연습을 하려 한다. 이번 글의 추천곡은 헤이즈의 2019년 앨범 '만추'에 수록된 곡 'missed call'이다. 봄 사진에 왜 가을 음악을 추천하는지는 묻지 말자.

사진 기록 2021.04.15

필름 사진 1화 - 첫 필름 스캔 끝!

사진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지 2주째, 드디어 필름카메라로 찍은 결과물을 받아 보게 되었다. 삼고초려라고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을 영입하기 위해 그의 집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는 말이 있는데, 우연의 일치겠지만 나 역시 근처 홈플러스에 있는 코닥 사진관에서 필름을 구매하려고 세 번을 방문해야 했다. 첫 날은 오래된 필름으로 찍은 첫 롤을 스캔해 달라고 부탁하려다가 결과가 안좋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새 필름을 사려다가 좌절, 둘째 날은 새 필름이 분명 배송된다고 했는데 배송이 하루 늦어지게 됐다고 말씀하셔서 좌절, 셋째 날은 드디어 잘 오셨다는 말을 들으며 성공. 카메라 바디는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니콘 FM2.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구매한지 40년이 지난 클래식 수동 카메라이다. 노출계 외에는 셔터부..

사진 기록 2021.04.06

4월 1일 호수공원 출사 기록

오늘은 FM2와 550D 두 대를 같이 들고 출사를 나가 보았다. 날씨도 좋겠다 주간 촬영 연습을 좀 하고 싶어서. 그래도 카메라 두 대를 덜렁덜렁 메고 다닐 수는 없어서 FM2는 카메라 가방에 넣었는데, 그래도 카메라 가방에 DSLR 카메라까지 들고 나선 내 모습은 사진작가 코스프레(?) 수준은 된 것 같았다. 물론 실력은 저 너머에... 아무튼 사실 오늘 필름 카메라인 FM2를 들고 나간 건 아예 촬영까지 모조리 끝내고 인화를 맡기기 위해서였는데, 막상 36장을 모조리 사용하고선 홈플러스의 코닥 사진관에 가서 문의하니 내가 사용한 필름은 현상료가 더 비싼 슬라이드 필름이며 (필름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오래된 필름은 색이 제대로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단다. 결국 필름 현상/스캔은 포기하고 내일 현..

사진 기록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