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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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사진 3화 - 어느 봄날의 경복궁 上

원래 오늘은 오후에 과외가 있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영어를 가르치는 그분이 갑자기 아침에 수업을 좀 미룰 수 있냐고 카톡을 보냈다. 나야 뭐 어차피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그거 아니어도 하고 싶은 짓(?)이 많으니 흔쾌히 다음 주에 뵙겠다고 답장을 보낸 후... 카메라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필카도 디카도. 그리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길만 건너면 갈 수 있는 일산호수공원도 나쁘진 않았지만 뭔가 새로운 걸 찍어 보고 싶어서. 게다가 집에서 그닥 멀지도 않다! 아무튼... 4롤을 태웠는데 건진 건 많지 않다. 초보는 돈 쓰는 건 고수랑 똑같은데 효율이 더럽게 안 나오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필름 고유의 질감이 주는 감성(갬성?) 덕에 디카였으면 망했을 사진도 그럭저럭 봐줄 만하게 나..

사진 기록 2021.04.18

4월 16일 야간 사진연습 - 초봄의 끝자락에서

주간 사진이야 대략 감을 잡았는데 야간 사진은 도무지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던 중, 갑자기 삘(?)을 받아 출사를 나갔다. 그것도 삼각대 + 카메라 2대 + 렌즈 및 필터 풀세트를 들고. 다 써봐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뭔가 필요하면 있는 게 좋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DSLR로만 50장 넘게 찍었는데 대부분 망했다. 삼각대 상태도 메롱이었거니와, 추운 날 마스크 쓰고 뷰파인더를 보자니 습기가 차서 초점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사진에는 연습이 없다는데, 딱히. 연습이니까 대충 찍어도 된다는 마음가짐을 버리라는 의미인 것 같기는 한데, 지금까지 찍어 온 걸 보면 경험이 있어야 소위 '뇌출계'도 잘 작동(?)하고 구도도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지 감이 오고 심지어 삼각대를 어떻게 사용..

사진 기록 2021.04.17

필름 사진 2화 - 벚꽃의 빈자리에는 진달래가

이번에는 카메라에 표준 렌즈 대신 줌렌즈를 달고 연습을 해 보았다. 초점 맞추기는 약간 더 어렵지만 화각 조절이 가능한 물건이다. 아, 그리고 주간 사진처럼 밝게 찍어 본다고 풍경 사진을 죄다 한두 스탑 올려서 찍었더니 대부분 마음에 안 들 정도로 노출이 과하게 나왔다. 그나마 봐 줄 만한 사진들만 올려야지. 다음 롤은 스탑 조정은 하지 않고 내장 노출계로 적정 노출만 맞춘 채로 화각과 구도를 맞추는 연습을 하려 한다. 이번 글의 추천곡은 헤이즈의 2019년 앨범 '만추'에 수록된 곡 'missed call'이다. 봄 사진에 왜 가을 음악을 추천하는지는 묻지 말자.

사진 기록 2021.04.15

필름 사진 1화 - 첫 필름 스캔 끝!

사진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지 2주째, 드디어 필름카메라로 찍은 결과물을 받아 보게 되었다. 삼고초려라고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을 영입하기 위해 그의 집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는 말이 있는데, 우연의 일치겠지만 나 역시 근처 홈플러스에 있는 코닥 사진관에서 필름을 구매하려고 세 번을 방문해야 했다. 첫 날은 오래된 필름으로 찍은 첫 롤을 스캔해 달라고 부탁하려다가 결과가 안좋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새 필름을 사려다가 좌절, 둘째 날은 새 필름이 분명 배송된다고 했는데 배송이 하루 늦어지게 됐다고 말씀하셔서 좌절, 셋째 날은 드디어 잘 오셨다는 말을 들으며 성공. 카메라 바디는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니콘 FM2.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구매한지 40년이 지난 클래식 수동 카메라이다. 노출계 외에는 셔터부..

사진 기록 2021.04.06

4월 1일 호수공원 출사 기록

오늘은 FM2와 550D 두 대를 같이 들고 출사를 나가 보았다. 날씨도 좋겠다 주간 촬영 연습을 좀 하고 싶어서. 그래도 카메라 두 대를 덜렁덜렁 메고 다닐 수는 없어서 FM2는 카메라 가방에 넣었는데, 그래도 카메라 가방에 DSLR 카메라까지 들고 나선 내 모습은 사진작가 코스프레(?) 수준은 된 것 같았다. 물론 실력은 저 너머에... 아무튼 사실 오늘 필름 카메라인 FM2를 들고 나간 건 아예 촬영까지 모조리 끝내고 인화를 맡기기 위해서였는데, 막상 36장을 모조리 사용하고선 홈플러스의 코닥 사진관에 가서 문의하니 내가 사용한 필름은 현상료가 더 비싼 슬라이드 필름이며 (필름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오래된 필름은 색이 제대로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단다. 결국 필름 현상/스캔은 포기하고 내일 현..

사진 기록 2021.04.01

첫 과외 수업 후기

첫 과외 수업을 했다. 시간은 아침 9시, 과목은 SAT. 일산 지역에 오래 있어 봤자 6월 중순까지밖에 체류를 못하는 데다가 미국 입시 쪽으로만 경험이 있다 보니 한국의 대부분의 중고등학생에게는 어필이 잘 안되는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야 한국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어린 학생들이 안타깝지만, 그 친구들 입장에서는 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테니 영어 실력이 떨어질지라도 수능을 본 적이라도 있는 선생이 낫겠지 싶다. 그래서 SAT랑 토플 등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어필할 만한 것들도 프로필에 적어 놓았더니 어느 정도 입질이 들어온다. 뭐 까놓고 보면 출신 고등학교가 제일 매력적으로 비친 것 같기는 한데. 처음에는 고작 과외하면서 용돈을 벌겠다고 민사고를 팔아? 하는..

일상이야기 2021.03.28

3월 25일 호수공원 야간 출사 기록

낮에 사진을 약간 연습해 보니 재미가 붙어서 '밤에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화정역에 가서 아빠와 저녁 식사로 삼계탕을 먹은 후 다시 호수공원으로 기어나왔다. 그리고 낮에 비하면 확 낮아진 온도에 바들바들 떨면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 보았다. 7시경의 호수공원에는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생각해 보면 보이는 것도 없는 어두운 시간대에 삼각대도 없이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나와서 사진을 찍는 날 보면 좀 우스웠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일부러 사람들의 얼굴이 내 화각에 들어오지 않도록 조심하기는 했는데 괜히 걱정되는 것도 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예요 그저 사진이 찍고 싶었을 뿐이고 내가 카메라를 들고 나왔을 때 여러분들도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이예요 ㅜ..

사진 기록 2021.03.25

안전운전하세요

한국 와서 느낀 건 운전자들이 배려심 있게 운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양보하면 넘어갔을 일에 굳이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려다가 사고를 낸다던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차가 먼저라고 생각한다던지 등등. 한국에서 운전을 하는 혹은 배우려 하는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국(? 뉴질랜드? 잘 모르겠다)의 어느 공익광고를 가져와 봤다. [자막] 남방: 미안해요,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어요. 양복: 방금 좌회전했잖아요. 전 이제 멈출 수가 없다구요. 남방: 제발요. 실수일 뿐이었어요. 양복: 알아요. 제가 좀 더 천천히 가고 있었다면 가능했을텐데... 남방: 부탁드립니다. 뒷좌석에 제 아들이 타고 있어요. 양복: 제가 너무 빨리 달리고 있어요. 미안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

일상이야기 2021.03.25

3월 25일 호수공원 주간 출사 기록

미국에 있을 당시, 한국에 가면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불후의 명곡'에서 김진호가 부른 '가족사진'을 보고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부터 시작해서 운동해야지, 피아노도 다시 익혀야지, 맛집탐방해야지 등등. 그리고 한국에 와서는 아빠가 쓰던 DSLR 카메라를 물려받고선 사진 찍는 법도 배우고 싶어졌다. 근데 하고 싶기만 하면 쥐뿔도 이루는 게 없으니 시작이라도 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꽤나 정확한 말이다. 사진 찍는 것도 그렇다. 며칠간 집에 있으면서 아빠에게서 받은 캐논 EOS 550D와 더불어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1982년제 니콘 FM2까지 요것저것 건드려 봤는데 아무래도 집에만 있으면 촬영 구도가 심히 제한된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처음으로 '..

사진 기록 2021.03.25

카메라 득템!

최근에 할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를 물려받았다. 이제 집에서 잘 안 나가시는 할아버지 대신 사진에 취미를 들이기 시작한 내가 애지중지하며 쓰게 될 물건이다. 바로 니콘의 FM2. 사진을 아직 잘 모르는 나에게는 생소한 기종이지만 필름카메라계에서는 꽤나 명기로 취급받는다나? 일단 나에게는 완전 수동이라는 점, 그리고 필름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똑딱이마냥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사진이 찍히는 그런 간편함 말고, 사진가가 영혼을 담아 사진을 촬영할 때의 그런 느낌을 나도 이 카메라로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심오한 느낌 외에도 그냥 내가 내 입맛대로 맛깔나게 쓸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카메라가 아무나 쓰는 물건이 아니라 요즘은 구하기도 힘든 데다가 할아버지로부터 물..

사진 기록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