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전체 글 129

조만간 다룰 주제들

그 동안 너무 바빠서 글을 써야지 하다가도 귀차니즘과 피곤함 때문에 미루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글을 쓰고 싶은 주제들이 꽤 많이 쌓였다. 먼저 최근에 다녀온 유타 주 도로여행과 그 곳에서 참석한 학회 후기를 쓸 생각이고... 연구에 대해서도 적을 얘기가 있으며... 시작은 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글들도 정리를 해야 한다. 예전에 쓴 글에서 부모님의 다툼과 그 해결 과정에 대해서 적을 생각이라 했는데, 그 얘기도 아직 다루지 않았다. 곧 겨울 방학인데, 대학원생에게 방학은 그저 수업 시간이 연구 시간으로 대체되는 기간일 뿐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그 동안 쓰려 했지만 시작하지도 못했거나 쓰기 시작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글들을 써야겠다. 사족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별 것 없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일..

일상이야기 2019.11.23

입금 완료 + 일상이야기

오랜만에 일상 이야기를 좀 적어 볼까 한다. 그 동안 연구 일정도 바쁘고 딱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집에 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곤 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는 결국 돈을 받았다. 몇 주 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이건 돈을 안 주고 뻐기겠다는 심보인가 싶어서 데드라인을 제시한 후 더 이상 기다릴 생각 없으니 이 날짜가 지나면 돈을 주실 의향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마지막 통보를 했더니,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재단에서 돈을 보내고 받을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이 오류가 나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고. 나 외에도 광고회사의 계약에서 1억 가까이 되는 돈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그 회사로부터는 소송까지 당할 뻔했단다. 이걸 믿어, 말어? 뭐 아무튼 전산 시스템을 고쳐 보겠..

일상이야기 2019.10.29

화낼 때와 화내지 않을 때를 가려서

어릴 적 아버지는 나에게 '해피보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뭘 하든 싱글벙글 웃는 상이라서 그렇단다. 실제로도 힘든 일이 있어도 슬픔에 젖기보다는 웃어넘기는 성격이다. 어릴 때는 수학 공부를 하다가 방문 앞으로 아버지가 지나가면 씨익 웃어 보였고,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항상 개그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며 어려운 고민은 누구에게 말하기보다 혼자 해결하는 성격이다. 천성이 그렇다 보니 내가 진지한 모습을 보이면 주변에서 '너 무슨 일 있냐'고 묻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고는 한다. 며칠에 한 번씩 저녁때 어머니에게 전화하면 시덥잖은 농담따먹기를 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내 목소리가 조용하면 어머니가 뭐 힘든 일 있는 거냐고 물어본다. 난 그냥 졸려서 그런 건데. 친구들도 내가 화가 난 건지 기분이 좋은..

기회가 된다면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제목부터 '꼰대' 느낌이 확 나는데, 사실 그런 의도는 없다. 꼰대는 뭐 꼰대질하려는 의도가 있겠냐마는. 이 글이 현재 민사고를 다니는 나의 후배들, 그 중에서도 민사고라는 작은 사회에서 소외된 친구들을 위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열심히 꿈을 향해 노력하는 후배들에게는 미약하게나마 삶의 나침반이 될 만한 말이 되었으면 한다. 고등학교 3년이라 하면 한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대학교를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기에. 그 때문에 중학교에서 갓 졸업해 철도 제대로 들지 않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아니 삶 그 자체는 무엇인지에 대해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나이에 한국의 청소년들은 '좋은 대학을 가야 해'라는 어른들의 말에 등떠밀려 공부에 묻혀 3년을 지낸다. ..

오피니언 2019.09.25

실험 실패의 연속

원래 연구는 그런 거다. 실험이 실패하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 실패가 없는 실험은 없다. 심지어 레시피를 정확히 숙지해도 망할 수 있는 게 실험이다. 삶이 으레 그렇지만 말이다. 이번 주가 연구 생활 최악의 일주일이 아닌가 한다. 실험이 연속으로 망하고 있다. 하루에 잡을 수 있는 실험은 딱 하나뿐인데, 그 실험이 계속 실패한다. 원인조차도 잘 모르겠다. 총체적 난국이다. 실험이라기도 뭣하다 사실. 실험이라기보다는 본격적인 실험 전 공정에 가깝다. MoS2 결정이 붙어 있는 테이프에 금박을 씌우는 것. 약 40 nm 두께의 순금 박막이 입혀져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굉장히 간단한 단계이다. 그런데 원인 모를 오염 물질이 계속 유입된다. 처음 EDS (Energy-Dispersive X-ray S..

일상이야기 2019.09.25

우울한 날이다.

오늘은 내 멘탈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약간 감이 오는 날이었다. 연구 계획대로라면 아침에 라만 분광기로 탄소 입자의 라만 스펙트럼을 분석한 후 오후에는 단층 MoS2을 만들기 위한 첫 작업인 전자빔 증착장비 (e-beam evaporator, 전자총을 사용해 원하는 면적에 몇 나노미터-마이크로미터 두께의 금속 막을 입힐 수 있는 장치) 를 사용해 다층 MoS2가 준비된 실리콘 웨이퍼에 40nm 두께의 금을 입히는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머피의 법칙이라던가, 일이 꼬이려면 모든 일이 깔끔하게 꼬여 버리는 것을.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1400 cm-1과 1600 cm-1 부근에서 선명한 신호가 보여야 했을 탄소 입자 샘플에서는 무슨 이유였는지 1400 cm-1 신호만 보였으며, 전자빔 증착장비로 금박을 ..

일상이야기 2019.09.10

작자 미상 - 값진 하루란?

오랜만에 '명언읽기' 카테고리에 글을 쓴다. 과거 중학생 때 중2병(?)에 걸린 나는 뭔가 멋진 명언들을 수첩에 적어 놓곤 했다. 이번 명언은 당시 내가 좋아했던 명언이다. 구글에 검색을 해 보니 소포클레스가 한 말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정확한 출처를 확인할 수가 없어 이 글에서는 '작자 미상'으로 적어 놓으려 한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나랑 어제 죽은 사람이랑 무슨 상관이야? 할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내가 언제 갑자기 어제 죽은 사람의 입장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떠오르는 명언 하나가 더 있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and today is a gift. That'..

명언읽기 2019.09.09

공돌이의 작업 환경 기록하기

요즘 유튜브에서 전자기기 관련 영상을 찾아 보는 것에 재미가 들려 버렸다. 구매를 고민했던 갤럭시 S10부터 시작해서 독특한 전면 카메라를 가진 OnePlus Pro 7, 그리고 나름 있으면 유용할 것 같은 아이패드 프로 등등. 물론 내 쇼핑 철학이 '굳이?'라는 질문을 기반으로 한 이상 정말로 그런 전자기기들을 구매할 일은 없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전자기기들은 뭐가 있지? 2016년 초에 처음으로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아수스의 트랜스포머 북 T100 Chi 모델을 구매한 후 주요 물품들은 내가 조교로 일하면서 번 용돈으로 구매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지금까지 내가 구매한 전자기기들 중 내가 현재 사용하는 물건들을 나열해 보려 한다. 물론 이 외에도 한두 개 정도 더 있지만 지금 내 주변에..

연구 효율 높이기

지금은 여느 때처럼(?) AFM (원자 현미경) 을 돌리고 있다. 보통 데이터를 수집할 때 사용하는 tapping mode (AFM 팁으로 톡톡 두드리며 샘플 표면을 측정하는 방식. 샘플 표면을 긁지 않아 팁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아닌, contact mode (AFM 팁을 샘플 표면에 접촉시킨 채 일정한 압력을 가하며 스캔하는 방식. 팁이 언젠가는 닳게 되며, 그 전에 아예 부러질 수도 있어 잘 사용되지 않는다) 를 사용 중이다. 이유인즉슨 현재 스캔하는 샘플인 단층 MoS2의 표면에 쌓인 정체불명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스퀴지' 기법이라고 내가 학부 때 다녔던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Matthew Rosenberger라는 박사 과정 학생 (현재는 미 해군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다) 이..

일상이야기 2019.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