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공돌이의 주저리주저리

공돌이의 작업 환경 기록하기

abcdman95 2019. 9. 8. 10:42

요즘 유튜브에서 전자기기 관련 영상을 찾아 보는 것에 재미가 들려 버렸다. 구매를 고민했던 갤럭시 S10부터 시작해서 독특한 전면 카메라를 가진 OnePlus Pro 7, 그리고 나름 있으면 유용할 것 같은 아이패드 프로 등등. 물론 내 쇼핑 철학이 '굳이?'라는 질문을 기반으로 한 이상 정말로 그런 전자기기들을 구매할 일은 없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전자기기들은 뭐가 있지?

2016년 초에 처음으로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아수스의 트랜스포머 북 T100 Chi 모델을 구매한 후 주요 물품들은 내가 조교로 일하면서 번 용돈으로 구매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지금까지 내가 구매한 전자기기들 중 내가 현재 사용하는 물건들을 나열해 보려 한다. 물론 이 외에도 한두 개 정도 더 있지만 지금 내 주변에 있지 않으므로 예외로 친다.

 

내 주력 노트북. 지저분한 주변 환경은 가볍게 무시해 주자.

먼저 내가 주력 노트북으로 사용하는 델의 게이밍 노트북. 모델명은 i5577-5328BLK이며, 2017년 여름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7년간 사용해 온 LG의 R570-UR50K가 끝내 사망하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 구매한 녀석이다. 애초에 들고 다닐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데스크탑 대용으로 사용하는 중인데, 그런 만큼 성능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게이밍 노트북 아니랄까봐 발열관리도 제법 되는 편이고. 사양은 아래와 같다.

CPU: Intel i5-7300HQ
GPU: NVIDIA GTX 1050 w/4GB VRAM
RAM: 16GB.
HDD: Seagate ST1000LM035-1RK172 1TB
SSD: Western Digital WDS500G2B0B-00YS70 500GB

초고사양 노트북이라기보다는 게이밍 노트북의 기본기를 갖춘 노트북의 사양 수준이다. 가격 역시 $730이라는 크게 비싸지는 않았다. 당시 난 가난한 학부생이었고, 부모님께 노트북을 새로 사 달라고 하기는 싫었기 때문에 여름 방학 동안 연구실에서 일하며 직접 번 돈으로 노트북을 구매한 후 직접 업그레이드를 해 주었다. 구매 당시에는 RAM도 고작(?) 8GB였고, 저장 장치는 HDD밖에 없었는데, 먼저 Crucial사에서 판매하는 8GB DDR4 메모리 스틱 ($60) 을 구매해 달아 준 후 약 1년 전에 500GB SSD ($60) 를 추가해 주었다.

여담인데 빠릿빠릿한 노트북을 사용하고 싶다면 SSD는 꼭 사라. 한 번 사라 두 번 사라. 노트북의 잠재력을 발휘하는데 제일 도움이 되는 부품이다.

하여튼 이 노트북은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 사용할 물건이다. 지금까지도 아래와 같은 CAD 렌더링을 하는 데 사용했으며, 앞으로도 무거운 작업을 돌릴 일이 있으면 꼭 사용하게 될 노트북이다.

 

PTC Creo Parametric 5.0에서 직접 렌더링한 PECVD/STM 이미지

다음은 내 세컨드 노트북. 메인 노트북의 덩치가 덩치다보니 이동할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바로 1세대 서피스 랩탑. 보통 가볍고 빠릿빠릿한 노트북을 꼽으라면 맥북을 떠올릴 텐데, 가성비도 떨어지며 윈도우 10 기반인 내 메인 노트북과의 호환성도 생각해야 하다 보니 서피스 랩탑보다 좋은 선택지가 없었다. 리퍼 제품을 구매한지라 가격은 평소의 $899에서 상당히 할인된 $589였지만 막상 제품을 받아 보니 사실상 신품이나 다름이 없어서 딱히 손해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서피스 랩탑의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한다. 각진 알루미늄 바디와 알칸타라로 덮인 키보드 상판은 정말이지 신의 선택이다. 사양은 아무래도 기본 모델이다 보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어차피 가볍게 문서작업을 할 용도로 사용하는 녀석이다 보니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세컨드 노트북, 1세대 서피스 랩탑. 아름답다!

사양은 아래와 같다.

CPU: Intel i5-7200U
GPU: Intel HD Graphics 620
RAM: 4GB
SSD: Intel SSD PEBKF128G7 128GB

기본 중의 기본만 갖춘 사양이다. 스마트폰에도 12GB(!)의 RAM이 탑재되는 세상에 고작 4GB의 RAM이라니 아쉬운 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CPU는 쓸만하니 봐줄 만하다. 물론 아무래도 서피스 랩탑이라는 기종 자체가 키보드에 씌운 알칸타라 직물 때문에 수리 용이성이 무려 0점이다 보니 한 번 망가지면 바로 작별인사인지라 먼저 언급한 델의 주력 노트북만큼 오래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쓸 수 있는 데까지 유용하게 써 주어야겠다.

 

세 번째 타자는 서피스 랩탑을 구매하기 전 사용하던 태블릿 PC. 가급적이면 혼자 전자기기를 구매하는 나의 외톨이(?) 물품이다. 내가 1년 약간 넘게 유용하게 사용하던 $250짜리 아수스 트랜스포머 북 T100 Chi가 비를 맞고 사망하자 어머니가 사 주신 녀석이다. 기종은 HP Spectre x2 12-A008NR.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시리즈의 가성비 버전이라고 불렸던 모델이며 가격도 S450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가성비 버전'이니만큼 베젤이 상당히 두껍긴 하지만 그 외에는 키보드 커버가 기본으로 딸려 오며 천 재질인 데다가 포트 구성도 USB-C 2개가 달려 있는 등 나름 기본기에 충실한 제품이다. 사양은 아래와 같다.

CPU: Intel Core m3-6Y30
GPU: Intel HD Graphics 515
RAM: 4GB
SSD: 128GB M.2 (자세한 모델명은 모른다)

올해 초에 퇴역한 태블릿, HP Spectre x2.

이 녀석이 멀쩡히 돌아가는데도 퇴역한 이유는 윈도우 10을 구동할 당시 충전기를 분리한 상태에서는 대기 모드에서 좀처럼 깨어나질 못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짧게는 몇 분 후, 길게는 이틀이나 기다려야 켜지다 보니 거의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힘들 정도가 되어 결국 서피스 랩탑을 구매하게 되었다. 현재는 집에서 조용히 쉬고 있으며, 충전기를 상시 연결한 채 윈도우 10을 완전히 삭제해 버리고 우분투 19.04 버전을 설치해 놓았다. 기기 자체가 망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관리를 해 주며 우분투에 적응하는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다. 아니면 원래 설치되어 있던 정품 윈도우 10을 재설치할 수도 있고.

 

그 다음은 주변기기 중 첫 타자, 바로 모니터. 15인치 화면이 대화면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집에서 주력으로 사용하기에는 화면이 하나만 있다는 게 상당한 단점으로 다가오는지라 시원시원하게 큰 화면을 가진 모니터를 구매하게 되었다. 모델명은 HP VH240a. 사실 데스크탑 기준으로 '큰' 화면은 아니지만 내 작업 환경에서는 정자세로 앉은 상태에서 눈이 피로해지지 않고 화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크기인 23.8인치의 FHD 화면을 가진 녀석이다. 가격 역시 나름 괜찮은 $109. 결정적으로 높낮이와 각도 조절이 되기 때문에 내 자세에 이상적인 화각을 보여줄 수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모니터. 시원시원하다.

장점이라면 상기한 높낮이 조절 등 외에도 베젤이 5mm 수준으로 정말 얇아 화면 크기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추가적으로 난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지만 화면을 90도 회전시켜 세로형 모니터로 사용할 수 있다. 문서를 읽을 일이 있을 때 정말 유용하지 싶다. 단점이라면 모니터가 자체 회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겠지만, 이는 딱히 단점으로 꼽기도 민망할 수준의 단점이라 차치하자. 요즘은 4K 모니터도 나오고 한다던데, 개인적으로 FHD 화면도 정말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한국에 들어갈 준비를 하며 필요없는 물건 혹은 가져가기에는 부피가 너무 큰 물건을 처리하면서도 이 녀석은 꼭 챙겨 갈 생각이다.

 

다섯 번째로 내가 사용하는 마우스. 마우스와 키보드의 명가로 불리는 로지텍의 M510 마우스이다. 가격은 저렴하디 저렴한 $15. 지난 6년 동안 사용한 마우스가 모조리 로지텍 사의 제품이었을 정도로 이 회사의 물건들에 대한 내 신뢰도는 높은 편인데, 이번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독특한 점이라면 AA 배터리를 무려 2개씩이나 잡아드신다는 점, 그리고 무선 마우스 치고는 덩치가 꽤나 크다는 점.

 

로지텍의 무선 마우스 M510. 덩치가 꽤나 크다.

 이 마우스를 구매하기 전 사용하던 마우스는 로지텍 M325였는데, 그 녀석은 M510보다 덩치도 훨씬 작았고 배터리 역시 AA 건전지 1개만 사용했었다. 덩치가 작다 보니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서 하도 많이 떨어뜨려 좌클릭이 잘 안 되는 등의 문제가 생겨 결국 처분을 했다. 처음 M510을 사용했을 때에는 생각보다 너무 컸었는데, 적응이 된 후에는 손에 딱 들어맞는 게 꽤나 편하다.

 

마지막으로는 휴대폰과 무선 충전기가 있다. 작년 여름까지 사용하던 아이폰 SE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게 편하긴 했지만 한 손에 너무 쏙 들어와(?) 좀 큰 휴대폰으로 바꿀까 하던 중 마침 스프린트에서 매달 $9의 가격으로 갤럭시 S9을 파격할인하길래 구매했다. 검은색을 구매할까 했는데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파랑색으로 구매했다. 결과는 대만족.

 

갤럭시 S9 코럴 블루 64GB.

듀얼 카메라나 화면 내 지문 인식 센서 등 독특한 기믹은 없지만 디자인과 성능만큼은 뒤떨어지지 않는 녀석이다. 갤럭시 S10이 출시되며 이미 구형이 되어 버렸다 해도 한국에서 출시된 S9에 달린 엑시노스 9810과는 다른 스냅드래곤 845 프로세서와 4GB의 RAM, 그리고 픽셀이 보이지 않는 2960x1440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휴대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고성능이 필요는 없지만 자주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로 영상을 시청하는데, 그 때마다 돌비 애트모스가 달린 스테레오 스피커가 꽤나 유용하게 다가온다. 물론 특출난 음질을 제공하지는 않지만서도 디스플레이 화질이 워낙에 뛰어나다 보니 딱히 불만을 표시할 점은 없다. 오죽하면 갤럭시 S9의 스피커 음질보다 아이폰 8의 음질을 선호하던 어머니도 화면만큼은 어떻게 저렇게 선명할 수가 있냐며 혀를 내두를 정도니.

그리고 갤럭시 S9에 탑재된 무선 충전 기능을 사용하게 해 주는 삼성 정품 무선 충전기. 사실 내가 구매한 물건은 아니다. 연구실 동료가 갤럭시 S8을 사용하는데, 꽤나 험하게 다뤘는지 무선 충전 기능이 망가져 버렸다며 나에게 가지려면 가져가라고 주길래 기꺼이 거둬들여 주겠다며 가져왔다. 무려 가격이 $50 정도 하는 녀석인데.

 

삼성 정품 고속 무선충전기.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그 편리함을 알 수 없는 물건이다.

갤럭시 S9의 단점이라면 부족한 배터리 용량인데, 그 때문에 저녁에 연구실에 돌아올 때쯤이면 배터리가 10-20% 남짓 남아 있곤 한다. 케이블로 충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편리하게 충전기에 올려만 놓으면 되니 꽤나 유용하다. 직접 맛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편의성이라 할 수 있다. 위의 사진 뒤에 보이는 휴대폰은 내가 2016년에 아이폰 SE를 구매할 때까지 사용하던 ZTE Z820인데, 모종의 이유로 벽돌이 되어 버렸다. 명복을 빌어 주자.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전자제품이 꽤나 많다. 가끔씩 '이걸 다 내 돈으로 샀다고?'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끔씩은 '많이도 샀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부모님과 수다를 떨던 도중 그런 얘기를 했었다.

아빠. 내가 내 주변을 둘러 보면 예전에는 다 아빠나 엄마가 사준 물건들이었는데 점점 내 돈으로 산 물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 옷을 빼면 노트북도, 휴대폰도, 책도, 필기도구도. 내가 나중에 아빠가 되면 내 자식의 그런 모습을 보면 뭔가 서운할 것 같은데. 아빠도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 생각 들지. 근데 그건 네가 알아서 잘 살고 있다는 뜻도 되니깐 아무래도 좋아.

자식의 삶에서 부모의 흔적이 사라져 간다는 것.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아버지와 같이 유명산에 캠핑을 가곤 했는데, 그 때 아버지가 농담조로 그러셨었다.

너도 크면 아빠랑 캠핑 오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게 좋아질 텐데, 그 때 아빠랑 캠핑 가기 싫다고 그러면 안 된다.

그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다. 내 삶에서 점점 부모님의 존재가 희석되어 가고 있으니. 가끔씩은 그게 아련할 때도 있긴 한데, 사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제는 내가 지금까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모든 것들을 천천히 돌려 드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에게도, 그리고 동생에게도.

 

오늘은 가수 백예린의 2019년 앨범 'Our love is great'에 수록된 곡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를 선곡한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곡이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사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는다.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