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를 마무리하느라 바쁜 요즘, 글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많은데 집에 돌아오면 글을 쓸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 미루곤 했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써야지, 하면서. 그 때가 되서 뭘 쓰려 했는지 까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그런데 이 글은 갑자기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연이어 들려 온다. 처음 붉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설리,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구하라가, 다음에는 차인하까지.
별 생각 없이 휴대폰에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어 추천 기사를 훑어 보던 중, 설리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는 안타까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 후 얼마 지나 구하라의 사망 소식은 처음에는 '구하라도 우울증이 있나?' 했다가 그도 자살한 것을 깨닫고는 꽤나 놀랐었다. 연이어 차인하의 사망 소식은 놀랍다기보다는 '아니 왜...'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평소에는 관심도 없는 연예인이었지만, 나보다 나이가 고작 몇 살 많을 뿐인 젊은 사람이 뭐가 그리도 힘들어 자살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었다. 사람은 모든 희망을 한 톨도 남김없이 잃었을 때 자살을 선택한다고. 설리는 그렇게나 힘들었던 것일까. 구하라는. 또 차인하는.
설리의 인터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진짜 나인 최진리는 어둡고 힘든데 연예인인 설리는 항상 밝아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난 괜찮은 척을 해야 한다고. 어느 정도 공감가는 말이다. 물론 설리나 구하라, 차인하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나만의 어둠이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사니 말이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었던 설리에 대한 영상을 보고 싶어 유튜브에 '설리'를 검색한 적이 있었다. 노래 한 곡이 보였다. 제목은 '고블린'. 별 기대 없이 영상을 클릭했다. 발랄한 멜로디와 상반되는 아련한 내용의 가사. 자신과 다르다고 피하지만은 말아 달라는, 털 없는 고양이를 무서워 말라는 가사. 그저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싶을 뿐이라는 가사. 영상에는 설리를 그리워하는 댓글, 미안하다는 댓글이 수없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막상 떠나니까 그리워한다는 댓글까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떠나니까 그리워하는 것이다.
사람은 없어 봐야 그 빈 자리를 안다는 말이 있다. 관심이 전혀 없던 연예인이었지만,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던 건 잘 살아 있기 때문이었고, 나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을 신경쓸 겨를도 없기 때문이었다.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늦게나마 작별인사를 하는 사람들은 설리가 건강하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구하라가 행복하길 바랬을 것이고, 차인하가 희망을 갖고 살기를 바랬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들을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는 다루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는 2014년의 레이디스코드 교통사고와 그로 인해 은비와 리세가 사망한 이후로 연예인들의 죽음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았는데, 계속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들려 온다.
그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들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힘들더라도 희망은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미 떠난 사람들은 부디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이 토막글은 설리의 2019년 유작 '고블린'에 수록된 1번 트랙 '고블린'의 가사 영상에 달린 댓글을 적으며 마무리하고 싶다.
- Mom, why do the best people die? 엄마, 왜 가장 멋진 사람들이 떠나야 하는 걸까요?
- When you're in a garden, which flowers do you pick? 정원에 가면 어떤 꽃을 꺾니?
- The most beautiful ones. 가장 아름다운 꽃들이요.
추천곡 역시 상기한 곡, 설리의 '고블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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