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입금 완료 + 일상이야기

abcdman95 2019. 10. 29. 04:04

오랜만에 일상 이야기를 좀 적어 볼까 한다. 그 동안 연구 일정도 바쁘고 딱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집에 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곤 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는 결국 돈을 받았다. 몇 주 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이건 돈을 안 주고 뻐기겠다는 심보인가 싶어서 데드라인을 제시한 후 더 이상 기다릴 생각 없으니 이 날짜가 지나면 돈을 주실 의향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마지막 통보를 했더니,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재단에서 돈을 보내고 받을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이 오류가 나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고. 나 외에도 광고회사의 계약에서 1억 가까이 되는 돈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그 회사로부터는 소송까지 당할 뻔했단다.

 

이걸 믿어, 말어?

 

뭐 아무튼 전산 시스템을 고쳐 보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실패로 끝나 결국 직접 계좌이체를 해 버렸다고 한다. 원래 금액은 140만원이었는데 그 쪽에서 너무 지체되어 죄송하다며 10% 더 얹어 준 금액인 154만원 가량이 입금되었다. 어차피 여기로 송금할 생각은 없다. 한국 계좌에 고이 모셔 두었다가 한국에 돌아가면 사용해야겠다. 라식 수술을 하는 데 쓰던가 할 계획이다.

 

어제는 생일이었다. 미국 나이로 이제 24살이다. 개인적으로 난 생일이라고 뭐 특별한 식사를 한다던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 편이다. 어제도 일요일이었지만 연구실에서 실험 좀 하고 밤 늦게까지 내가 가르치는 재료공학 수업의 시험지를 채점하고 왔을 뿐이었다.

 

생일이라는 날의 장점은 날 기억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 중 날 좋게 기억해 주는 사람들은 감사하게도 생일 축하한다며 메시지를 보내 온다. 작년 봄까지 1년간 내 룸메이트였던 친구도, 자신의 유전자가 3% 한국인이라며 한국인 부심(?)을 부리는 친구도, 고등학교 졸업 이래 만난 적도 없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고등학교 때의 어리숙함은 잊은 친구도. 그리고 여기 와서 알게 된 한국인들 몇 분도 생일 축하를 해 주신다. 정확히 말하면 나보다 4살 많은 누나들 두 분. 사족이지만 고등학교 이후로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는 모조리 호칭이 '선배'였던지라 '누나'라는 호칭이 뭔가 어색하다. 더 친한 사이가 되어야 '누나'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생일 파티라는 걸 안 한지 정말 오래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한 생일 파티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는 나름 동기들이 생일 파티를 해 주었지만, 대학교 이후부터는 생일 파티는커녕 혼자 뭔가 맛난 걸 사먹은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성인으로서 여물어 가며 점점 외로워지는 건가...

 

생일날에 뭘 하고 싶냐면, 딱히 할 말도 없다. 굳이 '생일'이라는 단어를 붙여 가며 하루라도 특별히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굳이 '생일'이라는 단어를 붙여 가며 하루를 특별히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굳이 뭘 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대학교 이래 집에 갈 때 빼고는 음식을 먹는 건지 신체가 돌아가기 위한 연료를 섭취하는 건지 애매할 정도로 대충 먹다 보니 균형 잡히면서도 맛있는 식단을 선호하는 편이다. 오죽하면 작년 여름 한국에 갔을 때 김밥을 먹고 그렇게나 감격했을까.

 

약 2주 후에는 ASME (미국 기계공학회) 에서 주최하는 IMECE 2019 학회에 참가해 내 연구를 발표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친구를 잠깐 만날 생각인데, 긴장 반 기대 반이다. 이발도 하고, 양복 셔츠도 여분으로 한 벌을 더 구매할 생각이다. 그 후에 잠시 여유를 갖고 글을 더 써야겠다.

 

오늘의 추천곡은 헤이즈의 최신 앨범 '만추'에 수록된 곡,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이다. 여성 가수들 중에서는 악동뮤지션의 이수현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인데, 벌써부터 다음 글에 추천곡으로 사용할 곡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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