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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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Lullaby for a Cat

난 개인적으로 한국 힙합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 힙합을 같이 들어 보면 그렇다. 1996년 9월 13일 사망한 전설적인 미국 힙합 래퍼 Tupac의 명곡 'Dear Mama'를 들어 봐도 그렇다. 되도 않는 영단어를 집어 넣어 가면서 운동도 안 해 젓가락마냥 얇은 팔로 '이것이 스웩이다!'를 외치며 상대방을 까내리는 가사가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가사의 곡이다. A poor single mother on welfare, tell me how ya did it / 보조금으로 사는 가난한 미혼모였던 어머니, 그걸 어떻게 견디셨나요 There's no way I can pay you back / 어떻게 그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한국에서 훨씬 잘 알려진 래퍼인 에미넴의 ..

추천 음악 2019.09.02

태풍 도리안의 그림자에서.

난 가끔씩 재난 영화를 볼 때마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엉뚱한 암 치료제 때문에 낮에는 조용하지만 밤만 되면 생지옥이 되는 세상이 배경인 2007년작 '아이 엠 레전드',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비화된 배경의 2009년작 '좀비랜드'. 그리고 독특하게도 동충하초 비슷한 기생 균류가 사람을 좀비화시킨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2013년 PS3 기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핵전쟁으로 세상이 황폐화되어 버린 '폴아웃' 시리즈 등 게임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갑자기 왜 재난 얘기를 하냐고? 상기한 배경과는 비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내가 사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 대형 허리케인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피어-심슨 등급 기준 4등급에 분류되는 재앙급 허리케인이었지만 지금은..

일상이야기 2019.09.02

추억팔이 아닌 추억팔이

15년 전, 초등학교에서 사귀었던 친구들 중 한 명인 L과 SNS를 통해 연락을 하던 도중 이런 얘기가 나왔다. 나 미국에서 산지 너무 오래돼서 한국어 어눌해도 놀리면 안된다 ㅋㅋㅋ 그래, 그래도 내년에 만나면 재밌겠다, 추억팔이할 것도 많고. 추억팔이라... 그런 게 있나? 난 사실 초등학교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날 괴롭혔지만 4년 후 나의 민사고 합격 소식을 듣고 자기 이름을 꼭 기억해 달라던, 좀 노는 친구였던 K, 내 주변 친구들 중 하나였지만 그닥 친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몇 명의 남학생들, 그 중에서도 꽤나 착했지만 너무나도 눈치가 없어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D, 당시 다녔던 영어학원인 청담어학원 정도. L에게는 미안하지만 L과 공유할 만한 추억은 사실상 없는 것 같..

어느 중국인 방문 학생의 비극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한국명 어바나-샴페인 소재 일리노이 주립대학교는 캠퍼스 규모가 정말 크며, Urbana 시와 Champaign 시라는 소도시 두 곳의 경제를 상당부분 책임진다고 할 만큼 학생들이 많다. 내 기억으로는 학부생만 5만 명 가까이 되는데, 이래서인지 방학 때 캠퍼스 근교에 위치한 수많은 식당들을 보면 안쓰러우리만치 텅텅 비어 있고는 했다. 그리고 총인구 15만 명 남짓하는, 소도시라기도 민망하리만큼 작은 이 마을을 둘러보면 이 곳은 정말 심심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교 경찰 (미국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대학들은 학교 소속의 경찰 조직을 따로 운영한다) 이 이따금씩 캠퍼스에서 일어난 크고작은 범죄들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Imagine Dragons - Birds

이매진 드래곤스라고 하면 외국 뮤직 그룹 중에서도 한국에 꽤나 잘 알려진 그룹 중 하나일 것이다. 이들의 가사는 항상 사랑만을 다루지는 않는데,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점을 좋아한다. 음악을 사랑 타령만 하라고 만들었던가. 인간의 고뇌와 고통, 그리고 그의 치유를 노랫가락에 담는 가사도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만큼이나 아름다울 수 있다. 이번 곡은 그렇게 로맨틱한 사랑을 노래하기보다는 가족애를 다루는 듯한? 그런 노래이다. 이 곡은 음악만 감상하기보다는 뮤직 비디오와 같이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흔히 뮤비에 나오는, 가수가 노래를 하는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편집해서 짜깁기한 영상이 아니다. 노래 가사에 정말 잘 들어맞는, 아름다운 뮤직 비디오이다. 가사에서 반복되는 'I hope to see you aga..

추천 음악 2019.08.13

공돌이의 애틀랜타 정복기

나에게는 대학 때 미리 해결했으면 지금 부담이 되지 않았을 문제가 있다. 바로 군 입대 문제. 내 민사고 동기들의 대부분은 대학 때 휴학을 신청한 후 군대를 다녀왔다. 그에 비해 나는 학업에 2년치의 쉼표를 찍는 게 싫어 지금까지 계속 미뤘다. 그리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한국에서 하며 병역특례로 병역의 의무를 질 계획을 짜고 있다. 군입대를 미루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보다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내년에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을 할 수 있게 되면 현명한 선택이라 하고 일이 잘 안 풀리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악의 경우에는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과 군대를 가겠지만, 최선의 경우에는 박사학위와 병역해결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

일상이야기 2019.08.09

비키 코로나 - 삶의 의미를 잰다는 것은?

내 블로그의 '명언읽기' 카테고리의 첫 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으로 쓰고 싶다. 삶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는지, 삶이 왜 아름다운지를 알려 주는 명언이다. 미국의 시인 마야 안젤루가 한 말로 유명한데, 사실 이 문장 자체는 1989년 비키 코로나의 작품 'Tahitian Choreographies'에 처음 등장한다. 그 외에도 1853년 미국의 어느 미디어에 비슷한 문장이 등장한 적이 있으며 1839년에도, 1904년에도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등장했다. 이 명언의 기원은 이 사이트가 나름 심층적으로 분석을 해 놓았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이 명언의 기원을 확실히 알기 힘들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다는 사실이다. "Life is not measured by th..

명언읽기 2019.08.07

센티멘탈 시너리 - YOUR NAME

요즘 푹 빠진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센티멘탈 시너리. 이름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감성적인 풍경' 정도가 될 텐데, 음악 스타일에 꼭 맞는 이름이다. 인스트루멘탈 음악을 꽤나 많이 만들던데,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가 'YOUR NAME'이다. 사실 'YOUR NAME'은 내가 본 몇 안 되는 일본 영화 중 하나인 '너의 이름은.'의 영어 제목이다. 곡의 분위기 역시 놀라울 정도로 영화 분위기와 비슷하다. 놀라운 점은 센티멘탈 시너리는 한국 아티스트라는 것이겠지만, 하여튼 들어 보면 마치 '너의 이름은.'의 주제곡으로 쓰였을 법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무도 없는 밤, 사막에서 차를 멈추고 차 지붕 위에 누워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 보는 느낌이랄까. 센티멘탈 시너리의 ..

추천 음악 2019.08.07

남녀평등에 관한 내 생각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무엇일까? 대외적으로 보자면 최신 주제는 일본의 대한 경제 보복이겠고, 조금 과거로 돌아가면 한국의 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 정도가 있겠다. 국내로 돌아가면 아무래도 국민들에게 가장 와닿는 주제는 미세먼지일 듯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뜨거운 감자가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남녀평등,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적어도 내 주관은 뚜렷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먼저 밝히자면 난 페미니즘 그 자체에 대해는 큰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이 글에서 역시 페미니즘이 근본적으로 옳은가 같은 내용보다는 성평등에 대해 적을 것이다. 모르는 내용은 모르는 채로, 새로운 정보를..

오피니언 2019.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