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태풍 도리안의 그림자에서.

abcdman95 2019. 9. 2. 13:04

난 가끔씩 재난 영화를 볼 때마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엉뚱한 암 치료제 때문에 낮에는 조용하지만 밤만 되면 생지옥이 되는 세상이 배경인 2007년작 '아이 엠 레전드',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비화된 배경의 2009년작 '좀비랜드'. 그리고 독특하게도 동충하초 비슷한 기생 균류가 사람을 좀비화시킨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2013년 PS3 기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핵전쟁으로 세상이 황폐화되어 버린 '폴아웃' 시리즈 등 게임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갑자기 왜 재난 얘기를 하냐고?

 

상기한 배경과는 비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내가 사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 대형 허리케인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피어-심슨 등급 기준 4등급에 분류되는 재앙급 허리케인이었지만 지금은 한 술 더 떠서 5등급 대재앙급(?) 허리케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내 지역은 빗겨갈 것이라 예상된다. 그래도 허리케인이 근처에 온다고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척은 해야 할 것 같아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으려 했건만, 옥탄가 87 (일반 휘발유. 대부분의 차량은 이 등급의 휘발유를 사용한다) 부터 91 (고급 휘발유. 내 차를 비롯한 고급 브랜드의 차량들이 이 휘발유를 사용하곤 한다) 까지 모조리 품절이었다. 어쩔 수 없이 평소에 주유하는 옥탄가 91의 휘발유 대신 93의 휘발유를 조금만 넣어 놓고서는 월마트에 갔는데...

 

맙소사. 생존 필수품인 생수와 통조림이 모조리 바닥나 있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플로리다 주 동해안에 상륙할 때는 4등급인 태풍이 내가 사는 서해안 부근에서는 1-2등급으로 약해질 것이라 했었다. 1-2등급 태풍은 강한 비바람을 비롯해 유리창의 파손을 주의해야 하는 정도의 태풍이다. 해서 난 비가 좀 많이 오겠군, 하는 생각으로 별 준비도 안 했었다. 뭐 지금 보니 정말 준비할 필요가 없었을 만큼 조용하기도 하고. 앞으로 이틀-사흘 내에 태풍 곁자락에 있는 비바람 맛이나 볼까 싶다.

 

현재 준비는 나름 잘 된 상태이다. 보존 식품은 생존용으로 부적합한 라면밖에 없지만 물이 많으며, 정전을 대비해서 민사고 때 사용하던 충전식 스탠드와 내가 즐겨 사용하는 향초인 양키캔들을 준비해 놓았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차량을 넣을 차고가 없어 비바람에 차가 걱정되는 것 외에는 준비할 만한 것이 없다. 허리케인이 제대로 닥칠 것이라 생각되었으면 미리 통조림과 식수를 지금의 3배 정도는 쌓아 두었겠지 싶다. 좋은 점이라면 돌아오는 화요일까지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것인데, 그 외에는 날씨는 날씨대로 흐릿하고 허리케인 온답시고 연구실에서 강제퇴출당해서 할 일도 없는 심심함의 연속이다.

 

사족으로 요즘 글을 쓸 만한 주제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방어 기제에 대해 쓰고 싶기도 하고, 연구에 대해 쓰고 싶기도 하고, 대인관계에 대해 쓰고 싶기도 한데, 마치 머리 위에서 전구가 켜지는 것마냥 머릿속에 콕 박히는 주제가 없다.

 

오늘의 추천곡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이다. Craig Reever의 2018년 앨범 'Night and Day'에 수록된 곡, 'Night and Day ft. Christine Smit'.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려 해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 수수께끼의 작곡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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