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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효율 높이기

abcdman95 2019. 9. 7. 00:23

AFM만큼은 아니지만 유용하게 사용되는 주사 전자 현미경 (SEM).

지금은 여느 때처럼(?) AFM (원자 현미경) 을 돌리고 있다. 보통 데이터를 수집할 때 사용하는 tapping mode (AFM 팁으로 톡톡 두드리며 샘플 표면을 측정하는 방식. 샘플 표면을 긁지 않아 팁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아닌, contact mode (AFM 팁을 샘플 표면에 접촉시킨 채 일정한 압력을 가하며 스캔하는 방식. 팁이 언젠가는 닳게 되며, 그 전에 아예 부러질 수도 있어 잘 사용되지 않는다) 를 사용 중이다. 이유인즉슨 현재 스캔하는 샘플인 단층 MoS2의 표면에 쌓인 정체불명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스퀴지' 기법이라고 내가 학부 때 다녔던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Matthew Rosenberger라는 박사 과정 학생 (현재는 미 해군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다) 이 논문으로 다뤘던 주제인데, 이 기법을 사용해 보면 샘플 표면을 깨끗히 청소하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 도대체 이 기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아무튼, 스캔은 약 2-30분 후에 완료할 생각이다. 그 후에는 라만 분광법을 사용해 내가 '청소'한 샘플의 라만 및 PL (Photoluminescence, 발광 효과)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이 데이터는 다음 단계인 수소 플라즈마 처리 공정의 레시피를 수립하는 기반이 된다.

 

오늘 할 실험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층 MoS2를 플라즈마를 사용해 에칭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층'. 정확히 한 층만을 에칭해 내야 한다. 보통 플라즈마는 MoS2나 그래핀 등 2차원 물질의 한 층만 없애지 않고 모조리 없애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내 프로젝트가 이 플라즈마를 아주 정확한 에너지로 쏘아야 하는 만큼 한 층만 에칭해 내야 다음 단계의 실험이 구상이 잡힌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층과 복층 MoS2를 두고 라만 분광법을 사용해 층 수를 대략 확인한 후, 플라즈마에 노출시킨 다음 다시 라만 분광법을 사용해 똑같은 구역의 층 수를 확인해야 한다. 처음 단층이었던 부분의 라만 신호가 없어지고 복층이었던 부분의 라만 신호가 단층의 그것과 같아지면 실험 성공.

 

말로만 쉽긴 하지만 사실 하루 정도면 충분할 실험이기도 하다. 이미 8시부터 9시까지는 조교로써 학부생들의 재료공학 수업을 가르치는 데 사용했고, 지금까지는 AFM으로 MoS2 표면을 청소 중이다. 정오 가량부터 오후 1시 정도까지는 라만 분광기를 사용해서 초기 데이터를 수집하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수소 플라즈마 처리 실험을 할 예정이다. 다음에는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플라즈마 처리 후의 샘플의 라만 데이터를 수집,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수집한 데이터 분석 및 그래프화를 해야 한다.

 

교수와의 모임이 오후 5시 20분이니 시간이 딱 맞아떨어지겠지 싶다. 뭐 점심 식사는 거르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배가 그닥 고프지 않아서. 그보다도 실험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대학원생 실험 중에 계획대로 되는 실험이 어디 있겠냐마는...

 

오늘은 금요일이다. 소위 불금. 오늘 밤에는 70년대 명작 '대부'를 볼까 한다. 그게 그렇게나 명작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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