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전체 글 129

운동해야지

어바나-샴페인 소재의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학부 때는 차가 없고 날씨도 선선한 데다가 캠퍼스도 꽤 조용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 수월했다. 버스가 있기는 했지만 단지 편의사항일 뿐, 가끔씩 수업이 연달아 있는 날에는 느긋하게 버스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자전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오히려 차를 몰고 다니는 게 불편해 보일 정도로 학교는 주차하기가 불편한 곳이었다. 2017년 여름의 어느 금요일 저녁, 연구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불금이랍시고 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마음이 너무 갑갑했다. 영화를 보려 해도 집중이 되지를 않고, 어딘가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가는 곳에 몸이 따라 간다고,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교외로 향했다..

일상이야기 2019.08.01

늦은 밤 연구실에서.

현재 시각은 오전 12시 30분. 평소 같으면 잘 준비를 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예외다. 아직 연구실에서 실험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실험을 해 댔는데 아직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다. 아예 희망이 없으면 또 내일 더 이어 가야지, 하고 집에 가겠는데 그렇진 않다. 조금만 더 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때려치고 집에 가기도 뭣하다. 내일까지 최대한 열불나게 실험을 하기로 교수랑 약속을 하기도 했고. 바쁜데 웬 블로그냐고? 내 실험 과정상 기다리는 시간이 꽤 많다. 지금은 원자 현미경 (Atomic Force Microscope, AFM: 미세한 바늘로 샘플의 표면을 점자처럼 읽는 현미경) 으로 스캔을 돌려 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게 시간이 오래..

아무말 대잔치 (1)

제목부터가 아무말 대잔치(?)인 이유는 나도 사실 이 글에 무슨 내용을 쓸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이상 글쓰기를 미루면 한 번에 쓸 말이 너무 많아진다. 벌써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근 2주 전이라니. 그 동안 글을 못 (안?) 쓴 건 사실 이유가 있다. 핑계라면 핑계라겠지만 정말 너무 바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데, 물론 글쓰기는 내 지도교수가 담당하지만 실험은 모조리 내 담당이다. 게다가 연구계획서 주제를 내 프로젝트로 잡는 바람에 나 혼자 지난 세 달간 동분서주하면서 개미마냥 일했다. 물론 연구계획서는 이미 18일에 제출했지만, 바로 다음 연구계획이 잡혀 버렸다. 데드라인은 내일까지. 내일까지 이황화몰리브덴 (MoS2, 요즘 각광받는 2차원 물질 중 하나로 반도체 ..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까지 정주행 후.

난 성격상 드라마는 잘 안 보는 편이다. 특히 방영 중인 드라마는 더더욱. 매주 다음 편을 기다리는 느낌이 싫어서랄까. 어디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하며 애태우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튼 드라마는 종영 후 한 번에 몰아서 보거나 아예 일부러 안 보거나 한다. 이번 드라마인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전자에 속한다. 사실 종영까지는 아니지만 2016년에 시즌 1이 방영된 후 약 2주 정도 전에 시즌 3이 나왔는데, 한국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한 번에 한 시즌이 통째로 굴러나온다는 점이랄까. 어떻게 보면 내 성격에는 더 잘 맞는다. 시즌 1부터 3까지 거의 일주일만에 모조리 봤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다. SF 및 공포 장르라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

일상이야기 2019.07.17

지금은 없는 누군가를 기억하며.

오늘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나야 한국인이니 전혀 의미 없는 날이지만, 적어도 주차하기는 쉬웠다. 햇빛에 차 달궈지지 말라고 간 크게 주차증도 없으면서 주차 건물에 세워 두고 연구실에 갔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혼자 있을 때는 원래 온갖 잡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할머니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가족에 대한 얘기도 쓸지도 모른다. 여전히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쓸테니 사실 나도 이 글의 내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먼저 외할머니는 날 보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정확히 무슨 암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암에 걸리셨었다. 내가 태어나기 1년 전에 돌아가셨다니 내 부모님이 결혼하시기도 전에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한다.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엄..

마이애미 휴가 겸 비즈니스 트립 여행기.

사실 저번 글에서 짤막하게 언급하긴 했는데, 여행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기록하고 싶어서 새 글을 쓴다.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의 일을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쓰려 한다. 고등학교 때 영어작문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내가 블로그에 수업 관련 과제물 외에도 잡다한 글을 쓰는 것을 보시고는 후에 자신이 썼던 글을 읽으면서 추억에 잠기는 맛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마이애미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은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이다. 하지만 기자팀은 휴스턴에서 마이애미로 16일 늦은 밤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며 17일의 첫 일정이 오전에 시작이라 전날에 도착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16일은 일요일이었고, 이미 계획해 놓았던 연구 일정을 모두 처리한 상태라 굳이 늦게 출발할 이유가 없..

일상이야기 2019.06.29

2019년 6월 25일. 오랜만에 글을 쓴다.

살면서 소소한 일들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정작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어차피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인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딴짓을 하곤 했다. 근데 그래도 몇 년 전에 찍은 사진이 휴대폰에 담겨 있는 걸 보고 행복한 기억에 잠기는 것처럼,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면서 '맞아, 나도 그랬었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며 억지로(?) 글을 쓴다. 보니까 마지막으로 작성한 글이 2017년 9월이었던데, 내용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9월 15일이라... 당시는 그저 썸을 타는(?) 정도의 사이였던 여자를 만나러 가기 직전이었다. 오래 사귀지는 못했다. 어차피 시작부터 장거리인 연애였고, 성격도 잘 맞지 않아서. 그 후 18년 상반기에는 또 다른 여자를..

일상이야기 2019.06.26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8946번째 포효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8946번째 포효입니다. 수많은 대나무숲 글들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글이라 영어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I learned about it the first time around two winters ago. Brain tumor. I'd heard about it here and there, but it was difficult to accept. I cried my eyes out when I got home. I cried for the whole day, then cried a bit more. Then I'd cry silently, in fear you'd hear me. I lived in despair for a while, hating the world and ha..

카테고리 없음 2017.07.05

미국에서의 첫날.

저에게 항상 '처음'이라는 단어는 생소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항상 저는 뭐든지 '처음' 할 때에는 서툴게 시작하지요. 그러나 저는 '처음' 무언가를 시작해서 헤매고 있을 때는 운조차 지지리도 안 따라주는, 그런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흔히들 '일이 꼬인다'라고 표현하지요.미국 공항, 처음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숱하게 와본 곳이 미국의 공항이지요.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 (Sea-Tac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뉴욕 JFK 국제공항, 애틀랜타 국제공항, 마이애미 국제공항, 펜실베이니아 국제공항, 시카고 국제공항 등등. 써놓고 보니 정말 많이 가봤네요.어쨌든 미국 공항에 와보는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미국에 '혼자' 와보는 건 처음입니다. 가족이랑..

포토 갤러리 201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