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마이애미 휴가 겸 비즈니스 트립 여행기.

abcdman95 2019. 6. 29. 16:46

사실 저번 글에서 짤막하게 언급하긴 했는데, 여행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기록하고 싶어서 새 글을 쓴다.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의 일을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쓰려 한다. 고등학교 때 영어작문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내가 블로그에 수업 관련 과제물 외에도 잡다한 글을 쓰는 것을 보시고는 후에 자신이 썼던 글을 읽으면서 추억에 잠기는 맛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 글을 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마이애미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은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이다. 하지만 기자팀은 휴스턴에서 마이애미로 16일 늦은 밤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며 17일의 첫 일정이 오전에 시작이라 전날에 도착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16일은 일요일이었고, 이미 계획해 놓았던 연구 일정을 모두 처리한 상태라 굳이 늦게 출발할 이유가 없었다. 해서 기왕이면 천천히 가면서 관광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오후 2시경 출발했다. 집에서 마이애미까지의 거리는 차로 4시간 30분 정도면 되기 때문에 여기저기 쉬어 가며 둘러볼 여유가 있었다.

 

도로여행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여행이 도로여행이다. 무전여행은 가본 적도 없고, 여행사를 끼고 가는 여행은 솔직히 여행도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은 피곤하고. 여행은 주변 경관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해야지. 일상 생활도 바쁜데 여행도 바쁘면 휴가의 의미가 없잖은가.

 

아쉽다면 아쉬운 일이지만 가는 길에는 종종 비가 왔다. 보슬비가 내리기도 했고, 비가 너무 심하게 퍼부어 안개등을 앞뒤로 켜고 고속도로에서 시속 60km를 찍을 때도 있었다.

 

시커먼 먹구름 속으로 향하던 중. 물론 운전 중 사진 촬영은 사실 불법이다.

아무튼 75번 고속도로를 통해 마이애미로 향하던 중 네이플스(Naples)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으로 관광 코스(?)인 41번 국도, 일면 타마이애미 트레일(Tamiami Trail)에 올랐다. 사실 볼 것이 그닥 없긴 했는데도 그저 처음 와 보는 곳이라는 이유로 멈춘 곳도 있었다. 옛날에 존재했던 나무다리의 흔적 같은 구조물도 있었는데, 진짜 다리였는지는 모르겠다.

 

오른쪽의 콘크리트 다리가 지어지기 전 사람들이 이용하던 다리가 아니었을까?

이 곳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빅 사이프레스 국립공원 입구에서 잠시 멈춰 지도를 한 번 확인하고 개인적으로 항상 좋아하는 국립공원 표지판의 사진도 찍었다. 국립공원 표지판을 좋아하는 이유라면 2008년에 갔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어렸던 나에게 워낙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립공원 표지판과 STOP 표지판. 왜 이 둘을 같이 그림에 담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20분 정도 더 이동해 빅 사이프레스 국립공원 방문객 센터에 잠시 들렀다. 건물 안에도 뭔가 볼 만한 것들이 꽤 많은 듯했는데, 당시 오후 6시에 가까운 시간이라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살짝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지. 다행히도 건물 밖에도 볼 만한 것들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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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국립공원인 곳의 방문객 센터 치고는 꽤나 허름하다.

사실 예정대로라면 41번 국도를 계속 타고 마이애미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도로상에는 독특한 비포장도로가 있다. 바로 91번 도로인데, 41번 국도가 나름 왕복 2차선에 도로변에 이따금씩 이것저것 들를 만한 곳이 있는 도로라면 91번 도로는 비포장도로 그 자체와 숲속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는 재미를 위한 도로이다. 애초에 독특한 경험을 하러 왔으니 난 당연히 91번 도로를 선택했다. 재밌는 건 이 도로도 엄연히 지도상에 존재하는 도로인데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테니 돌아가라는 경고판도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야생동물이 많은 데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곳이라 한 번 사고가 나면 사실상 실종 사고가 되다 보니 주의를 주는 듯했다. 나야 해가 지기 전에 통과했으니 괜찮았지만 때를 잘못 잡아 한밤중에 통과하게 되면 좀 무섭겠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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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고를 줄 테니 돌아가라는 경고판도 보인다.

도로가 꽤 평평해 보였는데, 운전하다 보면 여기저기 구덩이가 파여 있어 속력을 내기 어려웠다. 어차피 속도제한도 시속 30km긴 했지만, 평균적으로는 시속 25 이상 낼 일이 얼마 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차가 어찌나 흔들렸는지 왼쪽 전조등의 전구가 느슨해져 버렸는데, 해 지기 직전에 비포장도로를 탈출한 데다가 애초에 차종이 전조등 수리가 용이한 구조라 잠시 멈춰 수리하고 다시 이동했다. 그리고 해가 지고 난 후에는  폐가인 듯하면서도 완전히 버려진 곳이라기보다는 누가 일부러 살짝 기괴한 분위기로 꾸며 놓은 듯한 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뭔가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공포체험관 같은 곳인가?

참. 41번 국도에는 가로등이 없다. 단 하나도. 해서 전조등이 약하거나 하면 좀 불안할 만도 한데, 어차피 상향등까지 모조리 LED로 교체한 상태라 걱정은 없었다. 운전하다가 옆에서 입을 벌리고 쉬고 있는 악어도 봤는데, 아쉽게도 멈춰서 사진을 찍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인생샷 하나 건질 뻔했는데.

 

어둡다. 전조등 없으면 정말 어둡다.

그리고 약 1시간을 더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평생 묵어 본 호텔 중 가장 비싼 곳이었다. 장시간 운전한다고 편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선 구형 볼보를 몰고 온 게 뭔가 민망할 정도로. 아니면 발렛파킹을 맡겨 놓기 민망할 정도로.

 

원래 계획은 호텔에 도착할 때 즈음 기자팀이 도착하고, 인사를 나눈 후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근데 호텔에 도착하기 직전 기자팀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휴스턴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비행기가 6시간이나 지연되었다고. 그래서 나 먼저 체크인할 수 있도록 호텔에 연락을 해 두었단다. 그 덕에 난 차를 맡겨 놓고 방에 짐을 갖다 놓을 수 있었다. 방이 17층에 있다니. 한국에 있을 때 살던 집도 12층이었는데.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고층 건물에서 살 일이 없어서 더 신박한 경험이었다.

 

피곤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마이애미에 왔는데 마냥 잠을 퍼질러 잘 수는 없는 노릇. 그리고 예의상 기자팀이 늦는다고 먼저 잘 수도 없고 해서 짐을 방에 던져 놓은 후 다시 차를 몰고 마이애미 다운타운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잠깐 걷기도 했지만, 너무 덥고 습해서 오래 걸을 엄두는 안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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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의무감(?)으로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호텔에는 약 새벽 2시쯤 돌아왔는데, 혹시나 해서 휴스턴발 마이애미행 항공편을 검색해 보니 무려 새벽 4시에 도착하는 항공편 하나, 그리고 새벽 5시에 도착하는 항공편 하나가 있었다. 그 중에 도착 예정 시간이 기자팀의 일정과 일치하는 항공편은 새벽 5시 도착 예정이었다.

 

그냥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지. 결국 3시간 반을 자고서는 5시 30분쯤 일어나 호텔 로비로 향했다. 30분을 반쯤 잠든 상태로 있었는데, 기자팀이 새벽 6시가 살짝 지나 도착했다. 반갑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이제 자도 되겠구나 싶기도 했다. 아무튼 인사를 드렸으면 된 거지.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켜야 하기도 하고, 이건 약간 논외인데다가 뭔가 웃기기도 하지만 민사고 졸업생이라는 것에 대한 이유 모를 자부심 때문에 괜히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아무튼 기자팀도 늦게 (일찍?) 도착해서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오후로 밀린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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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일정 준비물로 달랑 펜과 노트만 챙겨 간 건 큰 실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역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난 영어만 잘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생각보다 머리(와 손)을 빨리 굴려야 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에는 굳이 내 생각을 정리한 후 말을 할 필요가 없이 생각과 동시에 말을 해도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데, 상대방을 대신해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에는 한 문장도 빠짐없이 양 측에 전달해야 하고 통역 역시 사실상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물론 내가 기자라는 직종이나 저널리즘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도 한몫 했다. 공돌이가 영어실력 하나만 믿고 전문적인 직종이기도 한 동시통역사의 일을 쉽게 생각했으니 안 데이는 것도 이상하지.

 

저녁 때는 아울렛에 갔는데, 성격상 쇼핑하는 것을 싫어해서 잠깐 둘러보다가 결국 아무 의자나 골라 앉아서 친구들과 문자나 하며 쉬었다. 팀버랜드라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여기서 괜찮은 가방을 보기는 했지만 아직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보류했다. 내 쇼핑 철학상 '굳이 이걸 사야 해?'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으면 구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보니 아울렛은 갔지만 쇼핑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밤에 호텔에 돌아와서는 첫 일정에서 원활한 통역에 어려움을 겪었던 부끄러움을 설욕하고 싶어 다음 일정에 다룰 기사를 모조리 읽었다. Jeffrey Epstein이라는 갑부의 아동성범죄 사건을 다룬 기사였는데, 모든 질문을 예상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누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결국 난 그날 밤 정작 질문을 하게 될 기자는 자고 있고 그 질문을 영어로 통역만 하면 되는 나는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그리고 드디어 18일. 일정상 '자유취재'라고 적혀 있던데 '자유시간'이라 적기 민망해서 '자유취재'라고 적어 놓았단다.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난다. 기자들도 연수를 온 거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놀 건 놀자는 마인드로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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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언론사는 한국에서의 '기레기'라는 멸칭과는 반대의 의미를 가지는 일이 많는 듯하다.

물론 오전에는 전날 비행기 연착으로 미뤄야 했던 짧은 일정이 있었다. Miami Herald라는 신문사와의 일정이었는데, 미리 읽어 둔 아동성범죄 사건에 대해 대화할 예정이었다. 고등학교 때 내가 에디터를 맡았던 동아리이자 교내 유일한 영자신문이었던 민족헤럴드(Minjok Herald)와 이름이 너무 비슷해 통역하는 중에도 몇 번이나 마이애미 헤럴드가 아니라 민족헤럴드라고 잘못 말할 뻔했다. 다행히도 예습해 놓은 내용이 도움이 많이 되었고, 기자들도 전날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며 수고했다고 말을 해 줬다. 그 얘기를 들으니 안심이 된다기보단 첫날에 얼마나 개판이었길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오후에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 악어를 보러 갔다. 사실 난 호텔에서 잠을 자고 싶었는데, 일행이 호텔에 들르지 않고 국립공원에 직행하길래 혼자 내려 달라고 하기 뻘쭘해 얼떨결에 끼어 갔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름 재미있었으니까. 선크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일주일 전에 주문했던 선글라스가 좀 일찍 도착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 뜨겁지도 않고 눈부시지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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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가 신기할 나이는 지난 지 오래다. 악어보다는 늪지대 자체에 더 관심이 갔다.

에어보트를 타고 늪지대를 돌아다니는데, 왜 일반적인 배를 쓰지 않을까, 라는 다소 단순한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물 속에 엄청난 양의 수풀이 있었던 것이다. 스크류로 움직이는 배는 얼마 움직이기도 전에 개판이 될 만큼. 대신 프롭항공기마냥 배 뒤에 거대한 선풍기 두 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독특한 배였다. 시끄럽기는 엄청 시끄러웠다. 귀마개를 지급하는 이유가 바로 이해될 만큼.

 

악어 구경 후 비가 오기 시작해 예정되었던 마이애미 비치 대신 다시 아울렛을 갔다. 그리고 고민하던 팀버랜드의 백팩을 구매했다. '굳이?'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0만원짜리 백팩을 6만원으로 할인받은 데다가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라 대만족이었다. 저녁은 부대찌개. 한국에서는 딱히 인기있는 메뉴라긴 뭐하지만 여기선 너무나 맛난 메뉴다. 나야 어차피 공짜로 얻어먹는 밥이니 마냥 좋지. 하늘이 갠 후 노을도 아름답고 무지개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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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보기 힘든 광경일지도 모르겠다.

밤에는 기자들과 술을 마셨다. 난 일대일 대화에서는 나름 말이 통하는 편이지만 다수가 모여 수다를 떠는 상황에서는 당신들이 떠들면 나는 듣겠소 하는 성격이라 기자들의 잡다한 일상 수다를 듣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SBS나 경향신문 등 국내 대형 언론사들의 기자들을 만나는 것도 처음일 뿐더러 이들과 대화를 하는 건 더더욱 진기한 경험이라 생각했는데, 기자들도 보면 그냥 주변에 많이들 존재하는 직장인들일 뿐이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서 기자라는 직종이 워낙 부정적으로 많이 표현되는지라 나에게도 '기자'라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적잖이 있었는데, 이 술자리를 통해서 그 편견을 깰 수 있었다. 기자들은 그저 남들보다 궁금해하는 것이 많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기레기'라는 멸칭이 한국에 존재하긴 하는데, 그런 '기레기'들도 기자들 중 극소수이기도 하고.

 

셋째 날인 19일에는 Sun-Sentinel이라는 신문사와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취재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과 마이애미 대학(University of Miami)의 알베르토 카이로(Alberto Cairo) 교수와 데이터의 시각화에 대해 대화를 하는 일정이 있었다. 역시 전날에 미리 빡세게 준비를 해 놓은 터라 모든 통역을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다. 어느 한 기자분이 나한테 그러시더라. 통역이 점점 부드러워지는 게 눈에 보인다고. 물론 일정이 모두 끝났으니 그닥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감사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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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대학에서 한 컷, Sun-Sentinel에서 한 컷.

마지막 일정은 다시 관광이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코리아타운처럼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쿠바인들이 모여 사는 쿠바타운 비슷한 곳에서의 저녁 식사였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같이 주문한 칵테일은 좀. 애초에 술을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맛이 나쁘다기보단 생각보다 도수가 높아 살짝 당황했었다.

 

호텔에 돌아와서는 마음 편하게 잤다. 더 준비할 일이 없어서. 짧은 여행이 끝난 건 아쉬웠지만, 통역 일정이 끝난 건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게 그렇게나 스트레스가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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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타운. 치안이 좋지는 않다던데, 안 그래도 창문마다 철창이 붙어 있길래 그런 듯했다.

20일은 출발하는 날. 다시 장거리 운전을 하는 거긴 했지만 그것보다 돌아가는 길은 올 때처럼 천천히 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즐거움은 덜했다. 아니, 오히려 졸렸다. 4시간 30분을 운전하는 동안 딱 1번 멈춰 화장실에 갔고, 그 외에는 오로지 달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가 운전을 워낙 좋아해서 지루하기만 하지는 않았다는 것.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미주 도로 횡단이다. 여행 하면 왠지 모르게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는 느낌이 있는데, 난 목적지 자체보다 목적지에 가는 길을 즐긴다. 이번 마이애미 여행도 그런 맥락에서 천천히 간 것이었고. 여행은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마음에 담기 위한 것인데 마이애미가 목적지라고 해서 마냥 달리기만 하면 내 집에서부터 마이애미까지의 연결고리가 없지 않은가. 주변 경관을 둘러 보며 속으로 마음의 지도를 그린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휴스턴을 들러 뉴욕까지 가는 길을 타고 시간 걱정 없이 여행을 하고 싶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나 할 수 있겠지.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그래도 나중에 예전에 갔던 곳 하나하나 방문해 보고, 새로운 곳들을 눈에 담아 가며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여행을 하고 싶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 하나가 생기겠지.

 

다음 글 주제는 뭐가 될지 모르겠다. 블로그에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머릿속에 들어오는 주제를 아무 거나 골라 쓰다 보니. 조만간 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