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까지 정주행 후.

abcdman95 2019. 7. 17. 14:24

내 생애 첫 미드, '기묘한 이야기'

 

난 성격상 드라마는 잘 안 보는 편이다. 특히 방영 중인 드라마는 더더욱. 매주 다음 편을 기다리는 느낌이 싫어서랄까. 어디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하며 애태우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튼 드라마는 종영 후 한 번에 몰아서 보거나 아예 일부러 안 보거나 한다.

 

이번 드라마인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전자에 속한다. 사실 종영까지는 아니지만 2016년에 시즌 1이 방영된 후 약 2주 정도 전에 시즌 3이 나왔는데, 한국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한 번에 한 시즌이 통째로 굴러나온다는 점이랄까. 어떻게 보면 내 성격에는 더 잘 맞는다.

 

시즌 1부터 3까지 거의 일주일만에 모조리 봤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다. SF 및 공포 장르라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중학생들인데 연기력도 어색하지 않아서 몰입이 꽤나 쉬웠다. 한국 드라마보다 연기가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했고. 작중 일레븐 역할로 나오는 밀리 바비 브라운은 최근에 나온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도 출연한다던데, 그 영화도 보고 싶지만 그건 보게 되면 다른 글에서 다뤄야겠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딱히 특별하게 쓰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라기보다 시즌 3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호킨스 경찰서장 짐 호퍼의 마지막 편지가 인상 깊어서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토니 스타크가 사망 후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홀로그램 유서와 비슷한 맥락이다. 짐 호퍼의 마지막 편지를 여기에 써 놓고 싶다. 영어 원문과, 내 스타일대로 한국어로 번역한 내용을 맨 밑에 같이 적어 놓아야지.

 

상기했다시피 첫 시즌은 2016년, 두 번째 시즌은 2017년, 그리고 세 번째 시즌은 2019년에 공개되었다. 무슨 드라마가 1년에 한 번씩 나와...? 그럼 다음 시즌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 나온다는 얘기인데, 시즌 3에서 사망한 것처럼 연출된 짐 호퍼가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즌 3 쿠키 영상에서 소련 군 기지가 나오는데, 대사 중 하나가 '아니, 미국인 말고'이기 때문이다. 호킨스의 소련 기밀 연구소와 접촉이 있었던 미국인들 중 소련에 납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호퍼 빼고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새로운 미국인이 출연하는 것도 개연성이 없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는 하지만 어차피 시즌 4가 공개될 즈음에는 이미 기대 따위는 잊은 지 오래일 것이다. 드라마 같은 걸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아무튼 호퍼의 편지 전문을 적어 놓는다.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적어 놓자면, 마이크와 일레븐의 애정 행각을 못 참고 그 둘을 떼어 놓으려던, 어떻게 보면 미숙했던 아버지가 마이크와 일레븐에게 하려던 이야기를 적어 놓은 내용이다. 편지라기보다는 대본이라고나 할까. 막상 말은 마이크에게 소리를 지르며 억지로 떼어 놓으려 했지만, 둘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호퍼의 진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There's something I've been wanting to talk to you both about.

너희 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

 

I know this is a difficult conversation, but I care about you both very much.

조금 어려운 대화가 되겠지만, 난 너희 둘을 정말 너무나도 아낀다.

 

And I know that you care about each other very much.

그리고 너희들이 서로를 너무나도 아끼는 것도 알고 있다.

 

And that's why it's important that we set these boundaries moving forward so we can build an environment where we all feel comfortable, trusted, and open to sharing our feelings.

그리고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편하게 감정을 공유하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Feelings.

감정이라.

 

Feelings.

감정이라...

 

Jesus. The truth is, for so long I'd forgotten what those even were.

젠장. 솔직히 말해 나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그 감정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잊은 채 살아 왔다.

 

I've been stuck in one place.

한 곳에 머무른 채로 남아 있었지.

 

In a cave, you might say.

동굴 속에 갇혀 있었다고나 할까.

 

A deep, dark, cave.

깊고, 어두운 동굴 속에 말이다.

 

And then I left some Eggos out in the woods and you came into my life.

그러다가 숲 속에 에고 와플을 놓아 두기 시작했고, 네가 내 삶 속에 들어왔지.

 

For the first time in a long time, I started to feel things again.

그리고 너무나도 오랜만에, 감정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I started to feel happy.

행복해졌지.

 

But lately, I guess I've been feeling distant from you.

근데 최근에는... 네가 나에게서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Like you're pulling away from me or something.

마치 네가 날 떠나가려는 것처럼.

 

I miss playing board games every night, making triple decker Eggo extravaganzas at sunrise, watching Westerns together before we doze off.

난 너와 함께 매일 밤 보드게임을 하고, 아침에 에고 와플을 산더미처럼 쌓은 식사를 하고, 서부 영화 보다가 곯아떨어지던 날들이 그립다.

 

But I know you're getting older, growing, changing.

하지만 네가 자라고 있다는 것도, 변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I guess, if I'm being really honest, that's what scares me.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게 두려웠던 것 같다.

 

I don't want things to change.

난 변화를 원하지 않거든.

 

So I think maybe that's why I came in here, to try to maybe... stop that change.

그래서 그 변화를 막기 위해서... 그래서 여기 들어온 게 아닐까 한다.

 

To turn back the clock.

시간을 돌리기 위해서.

 

To make things go back to how they were.

모든 것들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서.

 

But I know that's naive.

그렇지만 그게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도 안다.

 

It's just not how life works.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게 아니니까.

 

It's moving, always moving, whether you like it or not.

삶이란 건 네가 좋든 싫든 항상 움직이고 있으니까.

 

And yeah, sometimes it's painful.

그래, 가끔씩 고통스러울 때도 있겠지.

 

Sometimes it's sad.

가끔씩 슬플 수도 있고.

 

And sometimes, it's surprising.

그리고 가끔씩, 놀라울 수도 있다.

 

Happy.

행복하게 말이야.

 

So you know what?

그러니까 말이야...

 

Keep on growing up, kid.

계속 자라나길 바란다.

 

Don't let me stop you.

내가 널 막지 못하게.

 

Make mistakes, learn from em'.

실수를 하고, 그 실수로부터 배워.

 

When life hurts you, because it will, remember the hurt.

언젠가는 그런 순간이 오겠지만, 삶이 너를 아프게 하면, 그 고통을 기억하길 바란다.

 

The hurt is good.

그 고통은 소중하니까.

 

It means you're out of that cave.

네가 그 동굴 속에서 나왔다는 걸 뜻한다.

 

But please, if you don't mind, for the sake of your poor old dad, keep the door open three inches.

하지만 부탁하겠는데, 네가 괜찮다면 말이다, 네 가엾고 늙은 아버지를 위해 문은 한 뼘만 열어 놓아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