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전체 글 129

미국이 불타고 있다.

미국이 불타고 있다. 아니, 말 그대로 불타고 있다. 약 한 달 전 얘기이긴 하지만, 이곳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아마 한국에서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유명할 것이다. 2020년 5월 25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에서 중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 끝에 결국 사망한 사건으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미국 국민들의 스트레스와 몇십년간 이어져 오던 인종간 갈등이 한번에 폭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영향은 상당했고, 미니애폴리스는 경찰이 모두 도망가 버려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며칠간 유지되었다고 한다. 타 지역 역시 순식간에 시위가 확대되어 미국 내 대도시의 대부분은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폭동까지 일으키며 혼란을 야기했다고. 그 와..

일상이야기 2020.07.19

휴대폰을 교체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물건은 두고두고 오래 쓰는 편이다. 2008년 중학교 1학년 때 사서 지금도 사용 중인 필통부터 시작해서 대학생 때 각종 동아리 활동에서 얻은 티셔츠 몇 장도 최대 5년째 잘만 입고 다닌다. 손목시계는 현재 5년째 사용 중인 물건이 있으며, 딱히 새로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작년 전체를 통틀어 옷 산다고 쓴 돈이 아마 $100 남짓이었던가? 그런데 전자제품은 최대한 트렌드를 따라가려 하는 것 같다. 3년 반 동안 잘 쓰던(?) 게이밍 노트북을 $450에 팔아넘긴 후 최신 부품을 끼워넣은 데스크탑을 장만했으며, 1년 가량 쓰던 1세대 서피스 랩탑을 $400에 팔아넘긴 후 AMD의 저전력 CPU 중 최근에 출시된 라이젠 7 4700U를 장착한 HP 엔비 13 x360을 구매했다. 그..

일상이야기 2020.07.17

르누아르 CPU 기반 HP 엔비 13 x360 리뷰

약 한달 전, 난 지난 1년간 잘 사용하던 서피스 랩탑을 이베이에서 중고로 팔아넘긴 후 2018년형 델 XPS 13 9370을 구매했다. 인텔 코어 i5-8250U와 8GB의 RAM, 그리고 128GB의 SSD가 장착된 기본형 사양이지만 디스플레이는 4K 해상도인 모델이었다. SSD의 조악한 성능과 용량에 식겁한 나는 바로 그 SSD를 떼어 버리고 Sabrent의 512GB NVMe SSD를 달아 주었고, 그 상태로 그럭저럭 만족했었다. 하지만 델의 허접한 QC (quality control, 품질관리) 수준은 XPS라는 간지나는 이름과 한 회사의 플래그십 브랜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았고, 머지않아 단점이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SSD를 교체할 때 나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써멀 구리스는 딱딱하..

IT 얘기들 2020.06.18

데스크탑 CPU 업그레이드 후기

짤막하게 일상이야기 하나 기록하려 한다. 며칠 전 데스크탑의 CPU를 업그레이드했다. 사실 하려던 건 아니고, CPU 자체도 성능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요새 AMD의 제품 출시 계획을 둘러보니 이번에 사양을 최고급으로 맞춰 놓고 몇 년간 버티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체급 위의 제품으로 교체하게 되었다. 원래 견적에 포함시켰으며, 첫 조립 당시 설치한 CPU는 AMD의 라이젠 5 3600X였다. AMD의 메인스트림급 CPU로, 인텔의 i5와 i7급을 넘나드는 성능을 보여주며 6코어 12스레드의 힘을 빌려 게임보다는 렌더링 등 작업에서 강세를 나타내는 녀석이다. 베이스 클럭이 3.8 GHz이고 부스트 클럭이 4.4 GHz인 이 녀석을 나는 'AMD CPU를 사면서 오버클럭을 안 하는건 죄악이다'..

IT 얘기들 2020.06.03

천천히 열리는 수도꼭지

천천히 열리는 수도꼭지.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 내 경제사정을 빗댄 말이다. 의미인즉슨 경제적 수입이 비록 지금은 형편없지만 천천히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대학원생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뭐. 내가 처음으로 직접 번 돈은 대학교 2학년 봄학기 (미국 학제 기준 2학기) 때 내가 A-를 받았던 동력학기초 수업의 조교로 일하면서 받은 200달러 남짓이었다. 매주 10시간씩, 시급 10달러를 받으며 일을 해서 꼬박꼬박 용돈을 벌었고, 돈을 번다는 행복감 외에도 나중에 내 이력서에 적어 넣을 만한 무언가가 하나 더 생겼다는 안도감(?)까지. 격주로 200달러를 받으며, 세금을 제하면 180달러 남짓이었지만 난 그 돈으로도 행복했다. 생전 처음 직접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좋았고, 코딱지만한 그 돈..

4달만에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1월 중순이었던데, 오래 전이라면 오래 전이겠지만 그닥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유인즉슨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3월 중순부터 사실상 집에 갇혔기 때문이었다. 수업은 모조리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연구실은 문을 닫았으며, 자주 가던 식당 역시 장기휴업에 접어들었다. 그나마 문을 닫은 연구실에는 연구실장에게 특별히 허가를 받아서 제 집 드나들듯 돌아다닐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평소에는 아침에 연구실에 가서 일을 하다가 점심 식사를 하고 (물론 귀차니즘 + 실험 일정 때문에 거를 때도 많다) 수업을 들으러 가거나 계속 실험을 이어가고, 저녁 때에 집에 돌아와서 휴식을 했다. 그 외에 월/수/금요일에는 아는 형과 운동을 하..

IT 얘기들 2020.05.08

좋은 소식 하나

작년 여름 방학 3달은 내 대학원생 인생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 매일 오후 8-9시에 집에 오며, 주말에는 오후 11시까지 연구실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슨 교수와 연구계획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연구비도 연구비지만 만약에 상을 받게 된다면 그 이름값이 꽤나 좋은 곳에서 돈을 받는 것인지라 교수도 나도 두뇌와 몸을 풀가동하고 있었다. 자세히 말하면 National Science Foundation,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이다. 미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과학 관련 연구를 지원하며, 그 중에서도 내 교수를 비롯한 신참 교수들이 받을 수 있는 상은 NSF Career라는 상이었다. 연구비 지원은 5년간 3-6억원을 지급하며, 그 가치는 대학원생 한 명을 졸업 때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경..

일상이야기 2020.01.14

오랜만에 돌아왔다.

그 동안 이런저런 바쁜 일이 있었다 보니 글을 쓸 여유가 딱히 없었는데, 오늘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어 글을 쓴다. 지난 한 달간 학기도 마무리하고 연구도 하고 여행도 가고 했는데 딱히 글을 쓸 만한 게 없어서 미루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여느 때처럼 딱히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쓸 생각이다. 나에게는 15년간 얼굴을 보지 못한 소위 '여사친' A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이후로 만나거나 연락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당시 공부를 잘하던 친구였다. 내가 공부에 관해서 은근 긴장을 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상대(?)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좀 웃기지만, 그리고 A에게는 민망해서(...) 말을 못 하겠지만 당시의 나는 이 친구를 좋아했었다. 뭐 초등학생의 사랑이 으레 그렇듯 풋풋한 짝사랑으로 남았지만..

요즘 드는 생각.

학기를 마무리하느라 바쁜 요즘, 글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많은데 집에 돌아오면 글을 쓸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 미루곤 했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써야지, 하면서. 그 때가 되서 뭘 쓰려 했는지 까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그런데 이 글은 갑자기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연이어 들려 온다. 처음 붉은 신호탄을 쏘아 올린 설리,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구하라가, 다음에는 차인하까지. 별 생각 없이 휴대폰에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어 추천 기사를 훑어 보던 중, 설리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는 안타까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 후 얼마 지나 구하라의 사망 소식은 처음에는 '구하라도 우울증이 있나?' 했다가 그도 자살한 것을 깨닫고는 꽤나 놀랐었다. 연이어 차인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