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하게 일상이야기 하나 기록하려 한다.
며칠 전 데스크탑의 CPU를 업그레이드했다. 사실 하려던 건 아니고, CPU 자체도 성능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요새 AMD의 제품 출시 계획을 둘러보니 이번에 사양을 최고급으로 맞춰 놓고 몇 년간 버티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체급 위의 제품으로 교체하게 되었다.
원래 견적에 포함시켰으며, 첫 조립 당시 설치한 CPU는 AMD의 라이젠 5 3600X였다. AMD의 메인스트림급 CPU로, 인텔의 i5와 i7급을 넘나드는 성능을 보여주며 6코어 12스레드의 힘을 빌려 게임보다는 렌더링 등 작업에서 강세를 나타내는 녀석이다. 베이스 클럭이 3.8 GHz이고 부스트 클럭이 4.4 GHz인 이 녀석을 나는 'AMD CPU를 사면서 오버클럭을 안 하는건 죄악이다'라는 원칙(?)에 따라 전압 1.35 V에 6코어를 모두 4.3 GHz로 오버클럭해 사용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컴퓨터를 조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AMD에서 R5 3600X용 기본 쿨러로 제공하는 레이스 스파이어 쿨러의 냉각 성능에 만족하지 못하고 독특한 색감만큼이나 독특한 팬덤을 거느렸으며 공랭 쿨러 제조사로서는 최고의 명성을 가진 녹투아의 NH-U14S를 CPU 냉각용으로 사용하는 데다, 한 술 더 떠서 히트싱크 배출구에 140mm 팬을 저소음 (= 고저항) 어댑터를 설치해 양압 세팅을 해 놓은지라 오버클럭을 한 상태에서도 아이들 시 40-45도를 왔다갔다 하며, 렌더링시 75도를 넘지 않았다.
노트북을 서피스 랩탑에서 델 XPS 13으로 교체할 때에는 '꼭 교체할 거다'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베이에서 물건이 팔리기도 전에 XPS를 주문했었는데, 이번에는 '안 팔리면 말자'라는 생각이었던지라 이베이에 일단 CPU를 올려 놓고 누구 떡밥 안 무나 하며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건 서피스 랩탑보다 이 CPU가 훨씬 빨리 팔렸다는 점이었다. 서피스 랩탑을 팔 때에는 상품 등록 후 팔리기까지 약 3주 가량이 걸렸는데, CPU는 이틀만에 입질이 왔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컴퓨터 부품이 전체적으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줄어 가격이 늘어났는데, 내 3600X 역시 난 $200에 구매했지만 현재 판매가는 $240일 정도로 (사실 이 가격이 정가이긴 하다만...) 가격이 폭등해서 내가 책정한 가격인 $180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일사천리로 판매를 진행한 후, 이 녀석 팔리겠구나 하는 확신이 든 순간 바로 3600X의 큰형님, 라이젠 7 3700X를 주문했다. 가격은 $289이므로 전체적으로 내 지출은 $100 가량 된 것이다. 3600X가 6코어 12쓰레드에 3.8/4.4 GHz라면 3700X는 8코어 16쓰레드에 3.6/4.4 GHz이며, 대략 평균 전력소모로 해석되는 TDP (Thermal Design Power) 는 오히려 95W에서 65W로 줄어든 녀석이다. 3600X가 AMD에서 3600을 팩토리 오버클럭을 해서 나오는 녀석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말이 되긴 한다만. 인텔로 치면 i9-9900K와 비슷한 성능이라 보면 될 듯하다.
아무튼, 3700X를 받은 후에는 바로 3600X를 마더보드에서 뽑아 3700X가 들어 있던 포장 박스에 넣어 배송 준비를 해 놓았으며, 새로운 CPU인 3700X는 마더보드에 고이 꼽아 주었다. CPU 교체 후 램 모듈을 정상 속도인 3200 MHz로 설정한 후 (메인보드에서 부품이 교체되면 램 속도가 기본 속도인 2133 MHz로 세팅되기 때문에 직접 바이오스에서 수정해 줘야 한다) 부팅해 보니 쿨러 성능이 성능인지라 XPS가 도착했을 때 하판을 뜯어 써멀 구리스를 재도포하느라 녹투아에서 보내 준 고성능 써멀 구리스인 NT-H1이 다 떨어져 할 수 없이 Arctic Silver 5를 사용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도차는 사실상 없다 봐도 괜찮을 듯 싶었다.
물론 이 녀석도 오버클럭을 안 해주는 건 죄악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3600X보다 오버클럭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4.3 GHz로는 올릴 수가 없었다. 현재 1.325 V 전압에 올코어 4.2 GHz로 오버클럭해 사용 중이다. 아이들 시 전력소모는 약 20-30 W 정도에 온도도 40-45도 정도로 꽤나 안정권이다. GPU도 이렇게 신경써 주면 괜찮으련만, 난 사실 GPU가 열심히 돌아갈 만한 일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귀차니즘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애초에 5700XT는 내 용도에 비해 좀 오버스펙이긴 했지만 '한 번 투자하는 김에 제대로 투자하자' + '공돌이면 고성능 컴이다(?)'는 생각으로 맞추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데스크탑으로 장난치는 건 이제 끝난 듯하다. 램을 건드리고 싶긴 하지만 사실 램은 필요하면 CPU나 GPU와 달리 나중에 쉽게 증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는 차고 넘치는 16GB로 만족하려 한다.
위에 AMD의 제품 출시 계획을 언급했는데, AMD의 CPU 로드맵을 보면 올해 말에 Zen 3 아키텍처 기반 CPU가 출시될 예정이며, 2021년에는 Zen 4 아키텍쳐 기반 CPU가 준비될 것이라 한다. 하지만 Zen 4 아키텍쳐부터는 AM4 소켓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 하는데, 이 말인즉슨 내년을 마지막으로 내 데스크탑은 CPU를 교체하고 싶을 경우 마더보드까지 교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 견적은 마더보드에 나름 투자를 한 세팅인데, 어차피 Zen 3 CPU는 구매/교체할 생각이 없으니 이번에 X570 칩셋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CPU를 사용하고 싶었다. 핑계라면 핑계겠지만 Zen 4부터는 어차피 AM4를 지원하지 않을테니 이번에 강력한 CPU를 견적에 포함시켜 놓아야 나중에 CPU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데 한 철 지난 녀석을 구매해야 하는 불상사를 겪지 않을 듯하다.
결국 내 컴퓨터의 최종 사양은 아래와 같다.
CPU: AMD 라이젠 7 3700X (올코어 4.2 GHz 오버클럭)
GPU: 사파이어 펄스 AMD RX 5700 XT 8GB OC
RAM: 커세어 벤전스 LPX 2x8 GB 3200MHz
SSD: 삼성 970 EVO 500GB
HDD: 웨스턴 디지털 블랙 시리즈 2TB
MB: 애즈락 X570 스틸 레전드 WiFi AX AM4
PSU: EVGA SuperNOVA 650 G5
케이스: NZXT H510
쿨러 (흡기구): NZXT 140mm x1, NZXT 120mm x1
쿨러 (배기구): 녹투아 140mm x1, NZXT 120mm x1
쿨러 (CPU): 녹투아 NH-U14S, 방열판 배기구에 녹투아 140mm 팬 추가 설치
사양 한 번 강력하게 세팅해 놓았다. 물론 이것보다 훨씬 강력한 PC도 차고 넘쳤지만, 이 컴퓨터의 주 용도가 렌더링과 문서작업 (단순히 워드를 치는 것이 아닌, 논문을 수십 편 동시에 열어 놓고 논문을 작성하면서 이메일 클라이언트와 슬랙을 돌리는 수준이다) 인 것을 감안하면 컴퓨터의 성능 때문에 내가 기다리는 일은 몇 년간 없겠지 싶다.
뭐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 사양이 필요하지는 않았겠지만... 공돌이의 지름신이라고 귀엽게 생각해 주자.
오늘의 추천곡은 Sasha Sloan의 Dancing With Your Ghost이다. 별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노래가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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