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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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Z5 지른 썰 + 간략한 화질비교샷

abcdman95 2023. 3. 24. 21:51

카메라를 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니콘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Z5를 샀다. 계획에도 없던 카메라를 왜 질렀냐고?
 
원래 지름신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거든. 전에 다른 글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안 그래도 기존에 사용하던 캐논 EOS 550D을 현역으로 굴리기에는 아쉽다고 생각을 하던 중, 3월 초에 강남 쪽으로 출장을 갈 일이 있어 짬을 내서 테크노마트도 둘러보고 하다가 예쁜 신품 카메라들을 보고 뽕이 심하게 와서 어쩔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카메라는 니콘의 Z fc였다. 니콘 FM2를 격하게(?) 아끼는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그 레트로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지 싶다. 그러나 Z fc는 크롭바디였고, 크롭바디가 나쁜 건 아니지만 뭔가 풀프레임 카메라를 꼭 써 보고 싶다는 생각에 풀프레임 바디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몇백 만원을 들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보급형 혹은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난 바디를 중고로 알아보던 중 눈에 띈 카메라는 소니의 A7R2 (그 엄청난 화소수를 보라!)와 A7M3 (M4는 좀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캐논의 EOS RP. 하지만 소니는 시크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으나 너무 흔한 느낌이었고, 이는 괜히 남들이 쓰는 걸 똑같이 쓰기 싫어하는 내게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EOS RP는... 못생겼다. 미안한 말이지만 둥글둥글한 캐논의 카메라 디자인은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EOS RP를 살 거면 가성비가 더 뛰어난 니콘 Z5가 있었다!
 
그래서 중고로 Z5와 니코르 24-70mm f/4 S 렌즈를 들였다. 적절히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상위 모델인 Z6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사양, 그리고 가성비 좋고 성능 뛰어난 렌즈. 물론 '에이 풀프레임이어도 보급형 포지션인데 뭐 엄청나겠어?'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13년 된 카메라와 번들렌즈 세트를 들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나름) 최신형 풀프레임을 접하니 눈이 떠지는 기분이었다. 550D로는 감도를 1600 이상 올리면 노이즈가 보기 싫을 정도로 생겼는데, Z5는 감도를 6400까지 올려도 봐줄 만한 사진이 나왔다. 그것도 무보정 상태에서.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고, 개봉 사진들 먼저 보고 가자.


 

니콘 Z5와 니코르 24-70 렌즈 개봉 전 투샷.

상자만 봤는데도 설렜다. 아, 왼쪽 상자에 Z5 24-50 키트라고 되어 있지만 24-50 렌즈는 미포함이었다. 24-70이 있는 이상 어차피 있었어도 안 썼겠지만.
 

상자 개봉 후 투샷!

한껏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상자를 허겁지겁 개봉한 후 바디와 렌즈를 결합하기 전에 사진을 한 장 찍어 두었다.

 

결합 후 원샷! (?)

바디와 렌즈, 그리고 후드에 스트랩까지 결합해 주었다. 하... 예쁘다...


그래서 화질은 어떻냐고? 좋다. 그저 마냥 행복할 정도로 화질이 마음에 든다. 간략하게 비교를 하기 위해 550D를 나란히 두고 같은 피사체를 촬영했을 때 얼마나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았다.

 

캐논 EOS 550D + 캐논 EF-S 18-55mm f/3.5-5.6 IS. 1/60s, ISO 6400, f/5.6, f=35mm (환산 f=52mm)

 

먼저 550D로 필름에 초점을 맞춰 촬영한 사진. 전반적으로 못 봐줄 수준의 사진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미지를 확대하여 보면 어두운 부분에서 노이즈가 꽤 심하게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선예도 역시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니콘 Z5 + 니코르 24-70mm f/4 S. 1/60s, ISO 6400, f/5.6, f=52mm

 

이번에는 Z5로 같은 피사체를 동일한 설정으로 찍어 보았다. 550D로 찍은 사진과 달리 전반적으로 밝고 깔끔하게 나오며, 선예도 역시 뛰어나다. 또한 어두운 부분에서 노이즈가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도를 한껏 올려 찍으면 어떨까?

 

니콘 Z5 + 니코르 24-70mm f/4 S. 1/1250s, ISO 51200 + H1.0 (확장ISO 102400), f/5.6, f=52mm

 

동일한 피사체를 조리개 설정만 유지한 채 감도를 최대로 올려 찍어 보았다. 최대 감도는 51200이지만 확장 감도를 적용하여 환산 ISO 102400로 촬영하였는데, 음... 이건 사실상 안 쓴다고 생각해야겠다. 느낌상 550D로 ISO 6400 맞춰 찍은 사진과 비슷해 보인다. 물론 감도를 그렇게까지 올려 찍을 일이 별로 없을 듯하니 그냥 감도를 저 수준으로 올릴 수는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면 될 듯하다.
 
마지막으로 저속셔터 테스트. 550D나 FM2로는 1/60초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편인데, 둘 다 SLR 바디이다 보니 그 이상의 저속셔터는 미러쇼크 (그리고 떨리는 내 손...) 때문에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둘 다 자체 손떨방이 없기도 하고. 그렇다면 5축 손떨방이 탑재되었다는 Z5는 어떨까?

 

니콘 Z5 + 니코르 24-70mm f/4 S. 1/5s, ISO 400, f/5.6, f=52mm

 

기존에 갖고 있던 카메라로는 상상도 못할 결과가 나왔다. 무려 1/5초의 저속셔터를 사용했는데도 사진이 선명하게 찍혔다. 물론 더 확대하면 아무래도 고속셔터로 촬영한 것보다야 흐릿한 부분이 눈에 띄겠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솔직히 엄청난 것 아닌가?
 
결론적으로는 대만족이다.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카메라가 니콘 FM2다 보니 니콘에 대한 묘한 애착을 갖고 있었는데, 그래서 새로 미러리스를 구매하게 되었을 때도 니콘에 대해 더 호의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저 브랜드에 대한 애착 때문에 구매했다기에는 그 결과물도 정말 만족스럽고, 심지어 FM2와 스트랩 디자인도 비슷하다 보니 친숙함을 느껴 앞으로는 디지털 카메라를 더 많이 들고 다닐 듯하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언급하자면, 먼저 풀프레임은 무겁다. 애초에 무게는 내게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만, 바디만 675g에 렌즈가 500g이라 카메라만 달랑 들고 다녀도 1kg이 넘는다. 가벼운 카메라를 찾는 사람은 아무래도 더 가벼운 크롭바디 쪽(Z50라던지, Z50라던지...)을 생각하는 게 더 낫겠지 싶다.
 
그리고 렌즈를 조금 더 다양하게 써 보고 싶어 FTZ 마운트 어댑터를 구매했다. 정품은 내 용도에 비해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K&F Concept의 수동 어댑터를 샀다. 다른 게 아니고 FM2에 물려 있는 50mm f/1.4 렌즈나 갖고는 있지만 잘 안 쓰는 75-200mm f/4.5 렌즈를 사용해 보고 싶어서. 어차피 수동렌즈니 정말 마운트만 맞으면 돼서 저렴한 물건으로 구매했는데, 어댑터가 도착하면 Z5에 물려서 사용해 보고 또 글을 올릴 생각이다. 사진은 잘 나오는지, 40년 된 수동렌즈와 최신 미러리스의 조합은 얼마나 언밸런스한지(?) 등에 대해 쓸 예정이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어김없이 추천곡을 남긴다. NF의 'The 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