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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Concept 마운트 어댑터 후기

abcdman95 2023. 3. 27. 23:38

이번 글은 리뷰 아닌 리뷰, 후기 아닌 후기 같은 느낌으로 쓸까 한다. 본격적인 리뷰를 쓰기는 귀찮으니까(...).

 

카메라는 브랜드마다 마운트, 즉 카메라의 바디와 렌즈를 연결해 주는 결합부의 디자인이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명칭도) 다르다. 대중적인 이름들이라면 소니는 E 마운트, 캐논은 EF 마운트와 RF 마운트, 그리고 니콘은 F 마운트와 Z 마운트 정도가 있겠다. 여기서 내가 최근에 구입한 니콘 Z5는 니콘의 미러리스용 마운트인 Z 마운트가 달려 있으며, 만약 다른 마운트용으로 설계된 렌즈를 사용하려면 마운트 어댑터라는 물건이 필요하다.

 

현재 내가 보유한 Z 마운트용 렌즈는 니코르 Z 24-70mm f/4 S 하나뿐이다. 그럼 어댑터가 왜 필요하냐고?

 

왜냐면 난 필름카메라인 FM2를 사용하며, 이 녀석에는 F 마운트용 렌즈가 달리기 때문이다. 필름카메라는 정말 좋아하지만 자주 찍고 다니기는 쉽지 않은데, F 마운트용 렌즈는 현재 3개나 보유 중이다. 이 렌즈들을 Z5에 물려서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싶어서 결국 F 마운트에서 Z 마운트로 연결을 해줄 수 있는 어댑터를 구매했다. 물론 정품이 품질이 가장 좋겠지만, 니콘의 정품 FTZ 어댑터는 2-30만원 가량 했다. 난 어차피 수동렌즈 연결할 거라 자동초점이고 뭐고 기능 필요없이 마운트만 맞으면 됐기 때문에 짝퉁(?)으로 구매해 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K&F Concept에서 구매한 NIK - NIK Z 어댑터의 후기를 짧게 작성해 보려 한다. 어댑터는 FM2에 물려 있던 니코르 50mm f/1.4 AI-s 렌즈와 함께 테스트해 보았다.


포장은 의외로 깔끔하다. 물론 상자가 고급지다거나 한 건 없으며 라벨 역시 살짝 비뚤어져 있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사진 찍으러 다닐 때 어댑터를 이 상자 그대로 가방에 넣어도 될 만큼 나름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어댑터 자체는 뽁뽁이(?)에 잘 싸여 있으며, 이 덕분에 어댑터를 상자에 넣어도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포장은 합격. 만듦새는 놀라울 정도로 만족스럽다.

어댑터 자체는 의외로 만듦새가 정말 좋다. 정품의 1/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을 접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내심 돈 버린다 생각하고 기대를 안 하려 해서 더욱 만족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마운트 결합부가 모두 금속이며 유격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잘 산 것 같다.

 

아, 물론 마운트 어댑터로서의 기능에만 충실한 제품이기 때문에 자동초점이나 조리개 자동조절 등은 포기해야 한다. 나야 어차피 수동 렌즈를 사용할 계획이라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니콘의 DSLR용 자동렌즈들을 사용하려 한다면 아무래도 AF 등을 포기하거나 정품을 구입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니콘 Z5 + 니코르 50mm f/1.4 AI-s 렌즈. 극히 언밸런스하다.

렌즈를 결합해 보니 역시 세월의 흐름이 보이는 언밸런스함이 느껴졌다. 수동렌즈 특유의 투박한 디자인과 최신형 미러리스 카메라의 깔끔한 디자인은 잘 어울린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의외로 귀여운(...?) 면도 있는 것 같고, 난 마음에 든다. 결정적으로 조리개값 1.4의 밝은 렌즈를 써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니코르 Z 50mm f/1.8 신품이 약 70만원 정도에 f/1.2 신품은 거의 300만원 정도던데 그건 좀 많이 부담스러우니까... ㅎㅎ

니콘 Z5에 니코르 Z 24-70mm f/4 S (좌)와 니코르 50mm f/1.4 AI-s (우)를 물려 찍어 본 사진

테스트삼아 촬영을 해 보았다. 노출은 대체로 동일하게 맞추었는데, 비교해 보면 수동렌즈가 전반적으로 더 밝게 나온 것이 확 느껴진다. 최대 개방 상태에서 조리개값의 차이 (24-70mm는  f/4, 어댑터+50mm는 f/1.4)를 감안하더라도 주변부의 해상력이나 보케 등은 역시 24-70mm가 훨씬 뛰어나 보인다. 확대해 보면 피사체의 선예도 역시 24-70mm가 뛰어나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건 저 50mm 수동렌즈는 근 40년이 되어 가는 오래된 렌즈라는 것. 오래된 렌즈인데도 저 정도 해상력이 나오는 건 확실히 강점이다. [업데이트: 다시 테스트를 진행해 본 결과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비슷한 성능을 보여 준다. 참고 포스팅: 올드 렌즈 살리기 - 번외편]

 

얼떨결에 어댑터 리뷰가 아니라 렌즈 리뷰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어댑터는 좋다. AF를 포기한다면. 어차피 초점은 피사체 확대를 통해서 쉽게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자동렌즈를 AF 없이 써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싶다. 일단 결정적으로 3만원 남짓한 가격으로 지금까지 사용하던 렌즈를 신형 카메라에서 큰 해상력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나중에 사진을 제대로 찍으러 가게 될 경우 다른 렌즈는 몰라도 이 50mm 렌즈는 꼭 챙겨갈 것 같다. 초점을 수동으로 맞추더라도 f/1.4의 조리개는 포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댑터 잘 샀다!

 

오늘의 추천곡은 My Chemical Romance의 'The Foundations of Dec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