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현역 스마트폰은 갤럭시 노트 10 플러스이다. 그 전에는 갤럭시 S9을 썼고. 작년 늦여름, 그 성능이 (정확히 말하면 기능상의 제한이) 아쉬워질 때쯤 내 하루를 공유하는 휴대폰을 더 알차게 사용하고 싶어 굳이 S 시리즈라는 플래그십 기종에 연연하지 않고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갈아탔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S펜 기능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유용하게 사용하는 중이다. 일반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서둘러 적을 일이 있을 때는 화면 잠금을 해제한 후 메모장 앱을 열어 작은 키보드로 타이핑을 해야 하지만, 갤럭시 노트는 바로 펜을 딸깍 꺼내서 필기하듯 적으면 된다. 실험을 하러 한 연구실에서 다른 연구실로 이동할 때, 식료품을 사러 갈 때, 꼭 기억해야 할 약속이 있을 때, 간편하게 적어 놓을 수 있는 이 기능은 이제는 없으면 아쉬울 지경이다. 이래서 노트를 한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건가?
하여튼. 삼성전자가 드디어 자기들이 만드는 휴대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신경써 준단다. 물론 애플에 비하면 한참 뒤지기는 하지만, 3년 업데이트 보장은 나쁘진 않다. 내가 2016년 여름에 구매한 아이폰 SE가 iOS 14까지도 업데이트를 꾸준히 받는 걸 보면 최소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지만, 갤럭시 시리즈는 이미 파편화가 아이폰에 비해서 많이 된지라 (도대체 기종이 몇 개야?)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은 맥락에서, 내 갤럭시 노트 10 플러스는 이번에 안드로이드 11 + One UI 3.0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짤막하게 적자면, 많은 변화가 있는 업데이트는 아니다. 예전 갤럭시 S9을 사용하던 시절, Samsung Experience 9.0에서 One UI로 업데이트를 했을 때 느껴졌던 비주얼적인 신선함은 덜했다. 하지만 역시 소소하게 바뀐 점이 보이기는 한다. 이런저런 기능과 UI 변경점이 있겠지만 일단 내가 하루 동안 사용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만 적어 놓았다.
먼저, 상단 바를 내려 알림창을 띄울 시 애니메이션이 더 부드럽게 변했다. One UI 2.5에서는 불투명한 창이 내려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버전에서는 iOS처럼 페이드 효과가 생기며 홈 화면이 반투명하게 보인다. 아이콘 레이아웃이나 알림 바 역시 살짝 변한 점이 보인다. 타 기기와의 연동을 돕는 '디바이스' 버튼이나 미디어 재생을 어떤 기기로 할지 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 버튼의 디자인 역시 더 자연스럽게 바뀌었으며, 해당 UI 역시 더 깔끔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점수를 준다면 이건 10/10. 아주 마음에 든다.
멀티태스킹 UI는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난 One UI 2.5 시절 Task Changer를 통해 살짝 튜닝한 UI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애니메이션이 살짝 변경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Task Changer에서 사용하던 UI가 더 마음에 들기는 한다. One UI 3.0의 순정 UI는 창을 가로로 나열해 놓기 때문에 최근 몇 개의 앱 외에는 멀티태스킹을 할 때 좌우로 스크롤을 많이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점수는 8/10. 사실상 장점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8점이나 준 까닭은 Task Changer의 존재 때문이며, 반대로 Task Changer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8점밖에 주지 않은 까닭은 역시 파편화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UI를 변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런 커스터마이징이 OS 차원에서 지원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기능이 너무 많으면 안 그래도 무거운 One UI가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뭐.
앱 폴더 디자인 역시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4열 배치에서 3열 배치로 줄어든 것인데, 왜 그랬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높은 해상도의 큰 화면이 가진 장점을 상쇄해 버린다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아예 홈 화면과 앱스 화면처럼 유저가 직접 앱 배열을 변경할 수 있도록 기능을 넣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점수를 주자면 5/10. 날선 비판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나에게는 단점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4열 배치가 충분히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을 정도로 앱 아이콘 간의 거리가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갤러리 앱. 사진 사이사이에 약간의 틈을 두어 가시성을 높인 것도 보였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건 본래 화면 우측 상단에 있던 메뉴가 우측 하단으로 이동한 것이다.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에 중점을 둔 One UI의 특성상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각종 메뉴가 우측 상단에 있는 것이 살짝 불편할 때가 있었는데, 이건 정말 잘 바꾸었다는 생각이 든다. 추가적으로 사진을 수정할 경우에는 원본으로 복귀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컴퓨터로 치면 Ctrl+Z를 준 것인데, 없을 때도 불편했지만 생기고 나니 정말 편하다. 점수를 주자면 10/10. 정말 마음에 든다. 아직 우측 상단에 아이콘이 두 개 남아 있지만, 어차피 자주 쓰지도 않는 아이콘일 뿐더러 하단 메뉴 역시 깔끔하면서도 기능을 적절히 넣었다는 생각이 들어 단점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생각이야 언제든지 바뀔 수 있겠지만 뭐. 요즘은 휴대폰을 쓸 일이 많지도 않다 보니 뭐가 바뀌었는지,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도 그닥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간단하게 추천곡 하나 듣고 가자. 넬의 2006년 앨범 'Healing Process'에 수록된 곡, '그리움'. 가사도, 멜로디도, 심금을 울리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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