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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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렌즈 살리기

abcdman95 2023. 3. 28. 21:34

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난 최근에 구매한 니콘 Z5에 내가 기존에 보유하던 F 마운트 렌즈를 달기 위해 K&F Concept의 FTZ 마운트 어댑터를 구매했다. 어댑터 자체는 가격 대비 대만족이었으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어댑터에 물려 쓸 수 있는 렌즈들과 Z5의 조합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보유한 F 마운트 렌즈들은 모두 올드 수동렌즈들이다. 최소 30년은 된, 원래는 할아버지가 FM2에 물려 쓰려고 구매하셨던 물건들. 현재 그 FM2는 내가 물려받아 유용히 써먹고 있지만, 아무래도 필름 카메라는 가뜩이나 한 장 한 장 찍는 데 오래 걸리는데 렌즈까지 바꾸면서 다니고 싶지가 않아 니코르의 50.4 표준단렌즈만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28-70mm 표준줌렌즈와 75-200mm 망원줌렌즈는 먼지만 쌓여 가고 있던 중 마침 Z5에 다양한 렌즈를 사용해 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이번 글에는 짤막하게 올드 렌즈 사용기를 적어 보려 한다.


28-70mm 올드 수동렌즈(좌)와 니코르 24-70mm f/4 S 렌즈(우).

먼저 28-70mm 표준줌렌즈. 비슷한 구도에서 동일한 70mm 화각과 조리개 최대 개방 (이 렌즈는 f/3.5, 기존 렌즈는 f/4) 상태에서 찍었다. 전반적으로 선예도가 떨어지며, f값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심도의 차이가 꽤 커 보인다. 동시에 약간의 뿌연 감이 있는데, 이는 UV 필터를 제거하고 촬영해도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수동렌즈인 만큼 초점 맞추는 것부터가 당연히 24-70mm보다 훨씬 번거로우면서 화각도 겹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잘 안 쓰게 되겠지 싶다.


75-200mm 올드 수동렌즈. 1/60s, ISO 2000, f/4.5, f=200mm

다음으로는 75-200mm 망원줌렌즈. 오늘 전북대 옆 덕진공원에서 잠시 사진 촬영을 하면서 망원렌즈의 부재가 약간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보완해 줄 물건이다. 물론 올드 렌즈와 최신 바디의 조합은 꽤나 언밸런스하지만 화질은 꽤나 봐줄 만하다. 망원 화각이 아쉬울 때는 이 렌즈를 사용하고, 본격적으로 삼각대와 함께 사용할 경우 보유 중인 2x 텔레컨버터를 달아 환산화각 400mm까지도 촬영이 가능할 것 같다. 선예도나 보케 등은 당연히 최신형 렌즈보다야 떨어지겠지만, 어차피 자주 사용할 것도 아니니까 아쉬운 대로 사용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찍어야겠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할아버지는 꽤나 진심이셨다. 그냥 FM2에 50.4렌즈만 있었어도 충분히 행복했을 텐데, 거기에 줌렌즈 2개와 필터세트 및 텔레컨버터까지. 덕분에 나는 필름카메라에 수월하게 입문할 수 있었고, 이어서 디지털 사진에도 손쉽게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의 추천곡은 오랜만에 한국 노래. 송가인, 김호중의 '당신을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