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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풀프레임 미러리스 Z5 한달 사용 후기 + 리뷰

abcdman95 2023. 4. 10. 14:47

지난 달에 Z5를 들인 후 약 한 달간, 이 카메라를 열심히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 댔다. 전에 쓰던 550D는 출장 갈 때나 깨작깨작 셔터를 눌렀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고 내 최애 명기인 FM2는 태생이 유지비가 비싼 필름카메라인지라 36장짜리 필름 한 롤을 태우는 데 몇 달이 걸렸던 것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Z5는 잘 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니콘의 풀프레임 중 보급기 라인업에 위치한 Z5는 형님 라인업인 Z6/Z7/Z9에 비하면 사양이 소폭 떨어지지만, 동시에 가성비 하나만큼은 제대로 잡은 물건이다. 또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카메라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추천해 주기는 어려운, 즉 목적이 꽤나 확실한 카메라이다.

 

이번 글에는, 약 1달간 이 카메라를 열심히 물고빨고(?) 한 내 느낌을 간략하게 적어 보려 한다. 제대로 된 비교 대상이라 하기는 어렵겠지만 필름SLR계의 레전드급인 FM2, DSLR이 흥하던 시절 보급형 크롭바디였던 캐논 EOS 550D, 그리고 입문용 크롭미러리스 카메라인 소니 a6400과 이런저런 비교를 적어볼 것이다.


먼저 Z5와 이 카메라에 물려 쓰고 있는 렌즈 3종의 사양을 간략하게 적어 보자.

 

니콘 Z5

출시일: 2020년 9월

센서: 유효 화소 2432만 화소 FX포맷 CMOS 센서

IBIS: 바디 내장 5축 보정

프로세서: EXPEED 6

초점: 하이브리드 AF, AF 영역 273포인트

연사: 최대 4.5fps

버퍼: 최대 100장

동영상: FHD 60p, 4K 30p

감도: ISO 100 - 51200 (확장 50 - 102400)

셔터: 기계식/전자식 셔터, 1/8000 ~ 30초 및 벌브, 플래시 동조 1/200초

뷰파인더: 0.5인치 369만 도트 EVF

LCD: 3.2인치 104만 도트 TFT-LCD, 터치 패널 탑재

배터리: EN-EL15c (2280 mAh)

크기: 134.0 x 100.5 x 69.5 mm, 675 g

무선 통신: Wi-Fi 5, 블루투스 4.2

단자: 핫슈, USB-C, Mini HDMI, 3.5mm 헤드폰/마이크 잭, 멀티 리모트 터미널

 

니코르 Z 24-70mm f/4 S

조리개: f/4~22 (줌 전역)

렌즈 구성: 11군 14매

최단 촬영거리: 0.3m (줌 전역)

최대 촬영 배율: 0.3x

치수: 직경 77.5mm x 길이 88.5mm (24mm), 138.2mm (70mm)

필터 구경: 72mm

무게: 500g

 

탐론 70-300mm f/4.5-6.3 Di III RXD A047 for Nikon Z mount (해외직구 후 배송중)

조리개: f/4.5~22 (70mm), f/6.3~32 (300mm)

렌즈 구성: 10군 15매

최단 촬영거리: 0.8m (70mm), 1.5m (300mm)

최대 촬영 배율: 0.11x (70mm), 0.2x (300mm)

치수: 직경 77mm x 길이 150.3mm (70mm), 277mm (300mm)

필터 구경: 67mm

무게: 580g

 

니코르 AI 50mm f/1.4s

조리개: f/1.4~16

렌즈 구성: 6군 7매

최단 촬영거리: 0.45m

최대 촬영 배율: 0.15x

치수: 직경 63mm x 길이 50.5mm

필터 구경: 52mm

무게: 249g


카메라 자체의 사양은 꽤 괜찮은 편이다. 내가 카메라를 고를 때 잡아 두었던 예산인 100-200 내외(렌즈 포함)의 가격대에서는 최신형 크롭바디를 고르거나 출시된 지 몇 년 지난 풀프레임 바디를 고르는 것,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풀프레임을 꼭 써보고 싶어서 결국 Z5를 골랐다.

 

후지필름은 필름 시뮬레이션이라는 독특한 기믹이 있지만 어차피 필름카메라를 현역으로 굴리는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에 크롭바디를 고를 만한 메리트가 없었으며, 그 외에도 캐논의 EOS RP도 있었고, 소니의 A7R2나 A7M3 정도도 고려했지만 RP는 Z5에 비해 객관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이 존재했으며 A7R2는 출시된 지 8년이 되어 가는 데다가 A7M3도 출시된 지 5년이 되어 가다 보니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뭔가 소니는 너무 흔해빠진 느낌이야...

 

자세한 내용을 적기 전에 한줄요약을 하자면, Z5는 마음에 든다. 정말로 마음에 든다. 전에 쓰던 550D가 구닥다리 보급형이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모든 면에서 확실한 업그레이드를 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Z5 리뷰 PART 1 - 외관 및 조작성

Z5는 크다. 아니, 정말로 크다. DSLR 대비 미러리스 특유의 소형화는 어느 정도 이루었지만 동시에 동급 미러리스에 비하면 덩치가 큰 편이다.

 

니콘 Z5와 다양한 미러리스 카메라의 크기 비교. 크고 아름답다...

같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들과 비교해도 모든 치수가 큰 수준이며, 크롭바디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아 물론 후지필름 X-T4와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데, 그건 X-T4가 크롭바디 주제에 괴상하게 큰 거니까... 대신 휴대성을 강조한 가벼운 미러리스인 소니 a6400과 비교하면 정말 크고 아름답다.

 

덩치가 크다는 건 양날의 검인데, 일단 절대적인 크기 덕분에 그립감은 좋아진다.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손으로 사용하기에는 꽤 편하다. 상부 다이얼을 돌리기도, 바디 앞의 Fn키를 누르기도 쉽다. 또한 상위 모델인 Z6와 달리 모드 다이얼이 뷰파인더 우측에 위치하기 때문에 조작이 용이하다. 동시에 상부 디스플레이가 빠지는 타협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촬영할 때 EVF를 주로 쓰고 LCD를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상부 디스플레이까지 보면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을 테니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단, 단점 역시 명확하다. 풀프레임 카메라들이 으레 그렇지만 Z5에 상기한 렌즈들을 물리고 다니면 무게가 1kg이 넘게 되니 가볍게 다니고 싶은 사용자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바디를 들어 보면 확실히 묵직하다. 렌즈까지 여러 개 들고 다니려면 다른 카메라 없이 Z5만 사용해도 근 2kg의 무게를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데, 사용자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수준이다.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느낌을 조금만 적어 보자면, EOS RP는 보자마자 마음에 안 들었다. DSLR 시절부터 이어져 온 캐논 특유의 유선형 바디 디자인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동시에 소니의 디자인은 시크하고 깔끔하지만 또 너무 각져 있었으며 (어쩌란거야), 동시에 위에 적은 것처럼 너무 흔한 느낌이 들었다. 후지필름은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지만 일단 크롭바디였고(...) 상부에 수동 조작 다이얼이 있다는 건 매력 포인트였지만 동시에 수동 조작에 너무 의존하는 느낌이었다. 난 평소에는 A모드로 찍다가 삘받으면 노출계만 보고 M모드를 사용하고 가끔씩 귀찮으면(?) 아예 P모드도 사용하는 등 수동도 자동도 잘 되는, 게다가 너무 흔하지는 않은 카메라를 원했기 때문에 딱히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니콘을 고른 나보고 누가 힙스터 갬성이라고 했던 건가...?

 

니콘 Z5의 각종 버튼들. 렌즈 마운트의 우측에 Fn키가 2개 있으며, 바디의 전면과 상단에 커스텀 다이얼이 1개씩 있다.

조작성은 우수한 편이다. 일단 커스텀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다양하다. 아예 커스텀 버튼으로 쓰라고 제공되는 Fn키가 2개 달려있는 것도 모자라 사진을 촬영할 때 굳이 사용하지 않는 버튼들을 커스텀화할 수 있다.

 

가령, 사진을 촬영할 때는 동영상 촬영 버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고 커스텀 다이얼을 돌려 다중 노출을 설정할 수 있게 해 두었으며, 노출 위치를 설정할 수 있는 서브셀렉터의 중앙부를 누르고 커스텀 다이얼을 돌리면 수동렌즈 모드로 전환할 수 있게 설정해 놓았다. 이렇게 바디 내에서만 커스텀화할 수 있는 버튼이 총 7개가 존재하며, 렌즈에도 Fn버튼이 달려 있을 경우 그 버튼까지 커스텀화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터치패널이 탑재된 LCD.

그렇다고 이 카메라를 조작할 때 버튼만 사용할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닌게, 터치패널이 달려 있어 상당 부분을 스마트폰 사용하듯이 터치패널로 조작할 수 있다. 반응성도 의외로 좋은 편이며, 초점 포인트를 설정할 때나 촬영한 사진을 둘러볼 때, 메뉴에 진입하여 설정을 변경할 때 등 다양한 용도로 터치 패널을 사용할 수 있다. AF포인트를 설정할 때 외에는 터치패널이 비활성화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소니에 비하면 훨씬 나은 느낌이다. LCD 자체의 해상도도 꽤 괜찮으며, 명암 역시 대낮에 구도 잡는 데에는 전혀 부족한 느낌이 없다.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사진을 찍을 때 주로 EVF를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들어 있는 기능이기는 하겠지만 LCD 패널을 사용하다가 EVF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냥 눈을 뷰파인더에 갖다 대면 된다. 뷰파인더 바로 위에 센서가 있어 눈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LCD가 꺼지고 EVF가 켜지기 때문이다. 이 역시 원하는 대로 커스텀화가 가능한데, 주로 EVF-LCD 자동 전환으로 해 두고 가끔씩은 LCD가 비활성화되고 EVF만 켜지는 DSLR 모드로 설정해 두는 편이다.

 

단점을 꼽자면 버튼 자체의 느낌은 그닥 좋지는 않은 편이다. 소니 a6400을 조작할 때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청량한(?) 클릭음이 들리는데, Z5는 약간 뭉툭한 느낌이다. 깔끔하게 딸깍딸깍하는 느낌보다는 옛날 TV 리모컨 버튼 누르는 느낌이랄까? 하다못해 550D에 비해서도 버튼 조작감은 약간 구리다. 버튼이야 꾹꾹 누르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지만, 아쉬운 부분인 건 어쩔 수 없다.

 

Z5 리뷰 PART 2 - 화질

사실 화질에 대해서는 의외로 할 말이 많지 않다. Z6과는 달리 센서가 이면조사 방식이 아니라서 고감도 노이즈가 조금 더 많다고 하는데, 어차피 감도를 높이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될 건 없다. 그리고 애초에 사진의 화질은 바디 성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바디에 물려 있는 렌즈의 성능 역시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Z5를 리뷰하는 글에서는 니코르 24-70과 니코르 50.4 수동렌즈로 촬영한 사진 몇 장을 공유하는 정도로 마무리할까 한다.

 

Nikon Z5 + NIKKOR Z 24-70mm f/4 S. 1/3200, f/4, ISO 100, f=51mm

 

Nikon Z5 + NIKKOR Z 24-70mm f/4 S. 1/25, f/4.5, ISO 1600, f=70mm

 

Nikon Z5 + NIKKOR Z 24-70mm f/4 S. 1/20, f/4, ISO 800, f=70mm

 

Nikon Z5 + NIKKOR Z 24-70mm f/4 S. 1/640, f/9, ISO 100, f=70mm

 

Nikon Z5 + NIKKOR Z 24-70mm f/4 S. 1/100, f/4, ISO 200, f=47mm

 

Nikon Z5 + NIKKOR AI 50mm f/1.4s. 1/13, f/1.4, ISO 200, f=50mm

 

Nikon Z5 + NIKKOR Z 24-70mm f/4 S. 1/640, f/4, ISO 100, f=70mm

 

Nikon Z5 + NIKKOR Z 24-70mm f/4 S. 1/125, f/4, ISO 1600, f=63mm

세월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건지 550D로 찍던 옛날 사진들에 비하면 확실히 사진이 쨍한 게 느껴진다. 이전 글(참고: 니콘 Z5 지른 썰 + 간략한 화질비교샷)에서도 언급했지만, 고감도 노이즈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며 사진을 확대해 보면 선예도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직 a6400과는 비교를 못해 봤는데 아무래도 풀프레임이 낫지 않겠나 싶다. FM2도 있지만 필름카메라는 화질이나 선예도보다는 특유의 색감을 노리고 찍는 거라 (게다가 필름카메라는 바디와 렌즈뿐만 아니라 필름의 종류도 변수로 작용하기에) 비교 대상으로 두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Z5 리뷰 PART 3 - AF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니콘의 AF. 니콘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AF는 확실히 구리다. 그냥 좀 느린 수준이 아니고 꽤 느린 편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정확도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원하는 초점 포인트를 수동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해당 초점 포인트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춘다. 단, 초점 포인트 내에 색이나 명암의 컨트라스트에 차이가 크지 않다면 조금 헤매는 느낌이 있다.

 

왼쪽 사진처럼 컨트라스트가 분명한 구도에서는 AF가 잘 작동하지만, 오른쪽 사진처럼 컨트라스트가 분명하지 않은 구도에서는 초점 포인트를 잘 잡아 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위의 사진 두 장에서 왼쪽의 경우 'GOON'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기에 AF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작동하지만, 오른쪽의 경우 화면 중앙에 초점 포인트를 설정하면 AF가 갈피를 못 잡는다. 아니, 갈피를 못 잡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AF가 작동하지 않는다. 해서 오른쪽 사진은 벽에 붙어 있는 자석들에 초점을 맞추어 찍었다.

 

이 외에도 야간에는 AF가 약간 느린 편이다. 주간에 촬영할 때보다 한 박자 정도 느린 감이 없잖아 있다. 카메라 펌웨어를 v1.40으로 업그레이드한 상태라 나름 나아진 편인데 (심지어 상급기종인 Z6보다도 빠르다고 한다!) 아직은 살짝 모자라지 않나 싶다. 물론 난 정적인 촬영을 좋아하거니와 AF는 속도보단 정확도를 중시하는지라 문제될 건 없다. 어차피 FM2를 쓰다 보면 수동으로 초점 맞추는 데 익숙해지게 되고, 라이카 M 시리즈의 소련제 버전인 조르키 4로 RF카메라까지 사용해 본 입장에서는 AF가 정확하게 작동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550D보다는 속도 면에서는 약간 더 낫고 정확도 면에서는 꽤 나으며 정숙성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된다. 정숙성은 사실 렌즈의 역할이 더 크긴 하지만 아무튼. 그리고 a6400과 비교하자면 AF의 구동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긴 하지만 정확도나 정숙성은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말하면 Z5의 AF도 좋아 보이지만, 애초에 나름 최신형인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가 '10년도 더 된 DSLR보다는 낫고 입문형 크롭미러리스와 엇비슷하다' 같은 말을 들을 정도로 비교를 당한다는(?) 점에서 니콘의 AF가 얼마나 구린지 알 수 있겠다. ㅋ

 

Z5 리뷰 PART 4 - 기타 편의성

지난 1달간 Z5를 사용하면서 가장 체감이 많이 된 편의성은 두 가지가 있었다. USB-C 포트와 무선 사진 공유.

 

먼저 USB-C 포트는 내 휴대폰과 동일하기 때문에 어디를 갈 때에도 충전기를 하나만 챙겨도 된다. 보급기에는 Micro-USB 포트가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Micro-USB는 USB-C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구형 포트인지라 Z5에 달려 있었으면 좀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다행히도 Z5에는 USB-C가 달려 있으며, 몇몇 기종의 경우 충전 중에는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Z5는 심지어 충전 중에도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다! 여분의 배터리를 구매하지 않은 나로써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해서 배터리 충전 크래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꺼내서 충전하지 않고 스마트폰 충전하듯이 충전 케이블을 카메라에 직접 꼽아서 충전한다.

 

다음으로 니콘의 SnapBridge 앱을 이용하면 카메라를 켤 때마다 자동으로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내가 사진을 찍는 족족 사진을 내 갤러리에 저장해 준다. 원본이 아니라 2M 화질의 저용량 버전이기는 하지만, 가볍게 공유하는 데는 전혀 아쉬울 게 없다. 보정하기 위해 사진을 옮길 때 외에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간편하게 휴대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건 꽤나 엄청난 장점이다. 그것도 자동으로! 소니의 경우에는 무선 공유 기능은 있되 그 공유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던데,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수동으로만 무선 공유가 가능하면 좀 아쉬울 듯하다.

 

그 외에 존재하는 편의성은 딱히 많지 않다. 애초에 사진을 찍기 위해 존재하는 카메라에게는 촬영의 편의성이 가장 중요하고, 그건 조작감에 대한 리뷰에서 언급하였듯이 커스텀 버튼 및 다이얼을 통해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 물론 영상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사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럴 거면 Z5는 사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이미 다들 알고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이 리뷰에도 영상 관련 언급은 없다!

 

Z5 리뷰 PART 5 - 마무리하며

위에서 Z5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카메라라고 언급했다.

 

장점은 카메라로서의 정체성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사진을 찍는 기계라는 카메라의 정의에 그대로 부합하는 Z5는, 사진을 찍을 사람이라면, 특히 정적인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완벽하다. 이 글에서 언급한 Z5의 약점인 느린 AF가 발목을 잡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과 영상을 둘 다 잡으려다 둘 다 애매해진 워너비 팔방미인보다는, 사진이라는 한 우물만 열심히 판 장인이랄까? 사진을 촬영하기 전에 구도와 노출을 잡는 순간부터 촬영 후 사진을 돌아보는 그 순간까지 아쉬운 부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원하는 대로 노출과 심도를 조절하는 걸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부분에 대해 Z5가 제공하는 편의성이 꽤 마음에 든다. 후지필름 X 시리즈처럼 조리개/감도/셔터속도의 3대요소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전용 버튼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커스텀 다이얼을 통해 손쉽게 그 3대요소를 조절할 수 있으며, 오히려 커스텀 다이얼의 기능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카메라의 잠재력이 사용자의 숙련도를 따라가는 느낌이다. 나도 커스텀 다이얼을 모두 설정은 해 두고 아직 내 손에 익히지 못했는데, 손에 익으면 이렇게 편한 카메라가 없겠다 싶다.

 

단점은 카메라를 사진과 영상 두 분야에 모두 활용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1080p 영상 촬영은 수월하게 가능하지만 4K는 기능이 존재하기는 한다 수준으로 사실상 포기하는 게 좋다는 얘기가 많다. 나야 어차피 영상 촬영에는 쥐뿔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사진을 찍기 위해 Z5를 구매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으나, 영상 촬영을 할 거면 보통 Z6 이상을 추천하는 편이다.

 

또한 단점으로 꼽기는 어렵지만 Z5는 아무에게나 추천해 주기는 망설여진다. 카메라의 잠재력이 사용자의 숙련도를 따라간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미숙한 사용자는 Z5의 잠재력을 십분 활용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카메라를 처음 다뤄 보는 사람이라면 소니 a6400처럼 커스텀화가 약간 번거로운 대신 카메라가 어느 정도 이상을 사용자 대신 알아서 처리해 주는 기종을 더 추천해 주고 싶다.

 

추천곡 하나와 함께 글을 마무리한다. Daft Punk의 'Veridis 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