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42

태풍 도리안의 그림자에서.

난 가끔씩 재난 영화를 볼 때마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엉뚱한 암 치료제 때문에 낮에는 조용하지만 밤만 되면 생지옥이 되는 세상이 배경인 2007년작 '아이 엠 레전드',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비화된 배경의 2009년작 '좀비랜드'. 그리고 독특하게도 동충하초 비슷한 기생 균류가 사람을 좀비화시킨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2013년 PS3 기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핵전쟁으로 세상이 황폐화되어 버린 '폴아웃' 시리즈 등 게임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갑자기 왜 재난 얘기를 하냐고? 상기한 배경과는 비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내가 사는 미국 플로리다 주에 대형 허리케인이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피어-심슨 등급 기준 4등급에 분류되는 재앙급 허리케인이었지만 지금은..

일상이야기 2019.09.02

공돌이의 애틀랜타 정복기

나에게는 대학 때 미리 해결했으면 지금 부담이 되지 않았을 문제가 있다. 바로 군 입대 문제. 내 민사고 동기들의 대부분은 대학 때 휴학을 신청한 후 군대를 다녀왔다. 그에 비해 나는 학업에 2년치의 쉼표를 찍는 게 싫어 지금까지 계속 미뤘다. 그리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한국에서 하며 병역특례로 병역의 의무를 질 계획을 짜고 있다. 군입대를 미루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보다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내년에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을 할 수 있게 되면 현명한 선택이라 하고 일이 잘 안 풀리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악의 경우에는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과 군대를 가겠지만, 최선의 경우에는 박사학위와 병역해결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

일상이야기 2019.08.09

운동해야지

어바나-샴페인 소재의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학부 때는 차가 없고 날씨도 선선한 데다가 캠퍼스도 꽤 조용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 수월했다. 버스가 있기는 했지만 단지 편의사항일 뿐, 가끔씩 수업이 연달아 있는 날에는 느긋하게 버스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자전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오히려 차를 몰고 다니는 게 불편해 보일 정도로 학교는 주차하기가 불편한 곳이었다. 2017년 여름의 어느 금요일 저녁, 연구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불금이랍시고 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마음이 너무 갑갑했다. 영화를 보려 해도 집중이 되지를 않고, 어딘가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가는 곳에 몸이 따라 간다고,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교외로 향했다..

일상이야기 2019.08.01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까지 정주행 후.

난 성격상 드라마는 잘 안 보는 편이다. 특히 방영 중인 드라마는 더더욱. 매주 다음 편을 기다리는 느낌이 싫어서랄까. 어디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하며 애태우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튼 드라마는 종영 후 한 번에 몰아서 보거나 아예 일부러 안 보거나 한다. 이번 드라마인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전자에 속한다. 사실 종영까지는 아니지만 2016년에 시즌 1이 방영된 후 약 2주 정도 전에 시즌 3이 나왔는데, 한국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한 번에 한 시즌이 통째로 굴러나온다는 점이랄까. 어떻게 보면 내 성격에는 더 잘 맞는다. 시즌 1부터 3까지 거의 일주일만에 모조리 봤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다. SF 및 공포 장르라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

일상이야기 201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