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공돌이의 주저리주저리 19

어느 중국인 방문 학생의 비극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한국명 어바나-샴페인 소재 일리노이 주립대학교는 캠퍼스 규모가 정말 크며, Urbana 시와 Champaign 시라는 소도시 두 곳의 경제를 상당부분 책임진다고 할 만큼 학생들이 많다. 내 기억으로는 학부생만 5만 명 가까이 되는데, 이래서인지 방학 때 캠퍼스 근교에 위치한 수많은 식당들을 보면 안쓰러우리만치 텅텅 비어 있고는 했다. 그리고 총인구 15만 명 남짓하는, 소도시라기도 민망하리만큼 작은 이 마을을 둘러보면 이 곳은 정말 심심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교 경찰 (미국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대학들은 학교 소속의 경찰 조직을 따로 운영한다) 이 이따금씩 캠퍼스에서 일어난 크고작은 범죄들에 대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늦은 밤 연구실에서.

현재 시각은 오전 12시 30분. 평소 같으면 잘 준비를 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예외다. 아직 연구실에서 실험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실험을 해 댔는데 아직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다. 아예 희망이 없으면 또 내일 더 이어 가야지, 하고 집에 가겠는데 그렇진 않다. 조금만 더 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때려치고 집에 가기도 뭣하다. 내일까지 최대한 열불나게 실험을 하기로 교수랑 약속을 하기도 했고. 바쁜데 웬 블로그냐고? 내 실험 과정상 기다리는 시간이 꽤 많다. 지금은 원자 현미경 (Atomic Force Microscope, AFM: 미세한 바늘로 샘플의 표면을 점자처럼 읽는 현미경) 으로 스캔을 돌려 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게 시간이 오래..

아무말 대잔치 (1)

제목부터가 아무말 대잔치(?)인 이유는 나도 사실 이 글에 무슨 내용을 쓸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이상 글쓰기를 미루면 한 번에 쓸 말이 너무 많아진다. 벌써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근 2주 전이라니. 그 동안 글을 못 (안?) 쓴 건 사실 이유가 있다. 핑계라면 핑계라겠지만 정말 너무 바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데, 물론 글쓰기는 내 지도교수가 담당하지만 실험은 모조리 내 담당이다. 게다가 연구계획서 주제를 내 프로젝트로 잡는 바람에 나 혼자 지난 세 달간 동분서주하면서 개미마냥 일했다. 물론 연구계획서는 이미 18일에 제출했지만, 바로 다음 연구계획이 잡혀 버렸다. 데드라인은 내일까지. 내일까지 이황화몰리브덴 (MoS2, 요즘 각광받는 2차원 물질 중 하나로 반도체 ..

지금은 없는 누군가를 기억하며.

오늘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나야 한국인이니 전혀 의미 없는 날이지만, 적어도 주차하기는 쉬웠다. 햇빛에 차 달궈지지 말라고 간 크게 주차증도 없으면서 주차 건물에 세워 두고 연구실에 갔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혼자 있을 때는 원래 온갖 잡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할머니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가족에 대한 얘기도 쓸지도 모른다. 여전히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쓸테니 사실 나도 이 글의 내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먼저 외할머니는 날 보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정확히 무슨 암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암에 걸리셨었다. 내가 태어나기 1년 전에 돌아가셨다니 내 부모님이 결혼하시기도 전에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한다.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