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공돌이의 주저리주저리 19

종교에 대한 어느 공돌이의 잡생각들

난 종교를 믿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종교를 믿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적어도 전지전능하며 완벽한 선의 존재인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가지는 그 교리 자체는 사실 꽤 마음에 든다. 남에게 베풀며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보다 멋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은 그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평화를 내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찾는다는 개념이다. 10년을 혼자 살면서 지극히 독립적인 성격이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는데, 모든 걸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내 성격상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 건 나에게는 약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양심에 따라 행동하려 노력한다. 누구에게도 부..

사진은 왜 찍어요?

요새 워라밸이라는 말이 꽤 핫하다. 워크-라이프 밸런스의 약자로, 일과 인생의 균형을 잡는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일에 파묻혀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개념이기도 하겠다. 난 어떨까? 나에게 일은 연구이다. 내가 지난 5년 간 몸담았던 나노공학 분야와 관련된 모든 것이 나의 '일'이다. 뭐 지난 3년은 95%를 일만 하면서 살았으니 어떻게 보면 내 '일'이자 '인생'이었지. 나노공학은 나에게 있어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시작한 분야는 아니었지만, 시작하고 보니 특별해진 분야였다. 지금 돌아봐도 전공 하나는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공대 부심을 갖고 있는 나에게 잘 어울리고, 최첨단 중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개척하는 분야이고, 심지어 정신줄 놓고 있다가는 심하게 다치거나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원래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약간 다른 주제로 내용을 적을 생각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부러워한다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평범하게 대학생 때 소개팅과 연애를 하는 것도 부러웠고, 친구들과 술을 진탕 퍼먹고 부끄러운 짓을 한 추억(이라고 적고 흑역사라고 읽는 것)도 부러웠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부럽기는 하다. 일에 집중을 하다 보니 다른 걸 잃은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대학원 때 조금 더 즐기면서 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지금 내가 그런 것들이 부러운 건 내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들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그 어떤 일 하나 때문에, 그것에 정신이 팔려서 괜히 다른 사람들이 부러운 것이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부터 생각해..

지난 2년간 박사과정 생활하며 느낀 것들 몇 가지

1. 박사는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하면 안 된다. 2. 대학원은 날아오르는 법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3.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다. 4. 무얼 하고 싶은지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5. 친구랑 대화를 아무리 많이 해도 나를 제일 잘 이해하는 건 가족이다. 6.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7. 나는 생각보다 모르는 게 정말 많다. 8. 믿을 수 있는 친한 친구가 있는 건 정말 중요하다. 9. 인간관계도, 연구도 대체로 주는 만큼 받는다. 10. 대학원 오길 잘했다.

천천히 열리는 수도꼭지

천천히 열리는 수도꼭지.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 내 경제사정을 빗댄 말이다. 의미인즉슨 경제적 수입이 비록 지금은 형편없지만 천천히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대학원생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뭐. 내가 처음으로 직접 번 돈은 대학교 2학년 봄학기 (미국 학제 기준 2학기) 때 내가 A-를 받았던 동력학기초 수업의 조교로 일하면서 받은 200달러 남짓이었다. 매주 10시간씩, 시급 10달러를 받으며 일을 해서 꼬박꼬박 용돈을 벌었고, 돈을 번다는 행복감 외에도 나중에 내 이력서에 적어 넣을 만한 무언가가 하나 더 생겼다는 안도감(?)까지. 격주로 200달러를 받으며, 세금을 제하면 180달러 남짓이었지만 난 그 돈으로도 행복했다. 생전 처음 직접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좋았고, 코딱지만한 그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