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대학원생 10

입금 완료 + 일상이야기

오랜만에 일상 이야기를 좀 적어 볼까 한다. 그 동안 연구 일정도 바쁘고 딱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집에 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곤 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는 결국 돈을 받았다. 몇 주 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이건 돈을 안 주고 뻐기겠다는 심보인가 싶어서 데드라인을 제시한 후 더 이상 기다릴 생각 없으니 이 날짜가 지나면 돈을 주실 의향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마지막 통보를 했더니,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재단에서 돈을 보내고 받을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이 오류가 나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고. 나 외에도 광고회사의 계약에서 1억 가까이 되는 돈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그 회사로부터는 소송까지 당할 뻔했단다. 이걸 믿어, 말어? 뭐 아무튼 전산 시스템을 고쳐 보겠..

일상이야기 2019.10.29

실험 실패의 연속

원래 연구는 그런 거다. 실험이 실패하면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 실패가 없는 실험은 없다. 심지어 레시피를 정확히 숙지해도 망할 수 있는 게 실험이다. 삶이 으레 그렇지만 말이다. 이번 주가 연구 생활 최악의 일주일이 아닌가 한다. 실험이 연속으로 망하고 있다. 하루에 잡을 수 있는 실험은 딱 하나뿐인데, 그 실험이 계속 실패한다. 원인조차도 잘 모르겠다. 총체적 난국이다. 실험이라기도 뭣하다 사실. 실험이라기보다는 본격적인 실험 전 공정에 가깝다. MoS2 결정이 붙어 있는 테이프에 금박을 씌우는 것. 약 40 nm 두께의 순금 박막이 입혀져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굉장히 간단한 단계이다. 그런데 원인 모를 오염 물질이 계속 유입된다. 처음 EDS (Energy-Dispersive X-ray S..

일상이야기 2019.09.25

우울한 날이다.

오늘은 내 멘탈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약간 감이 오는 날이었다. 연구 계획대로라면 아침에 라만 분광기로 탄소 입자의 라만 스펙트럼을 분석한 후 오후에는 단층 MoS2을 만들기 위한 첫 작업인 전자빔 증착장비 (e-beam evaporator, 전자총을 사용해 원하는 면적에 몇 나노미터-마이크로미터 두께의 금속 막을 입힐 수 있는 장치) 를 사용해 다층 MoS2가 준비된 실리콘 웨이퍼에 40nm 두께의 금을 입히는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머피의 법칙이라던가, 일이 꼬이려면 모든 일이 깔끔하게 꼬여 버리는 것을.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1400 cm-1과 1600 cm-1 부근에서 선명한 신호가 보여야 했을 탄소 입자 샘플에서는 무슨 이유였는지 1400 cm-1 신호만 보였으며, 전자빔 증착장비로 금박을 ..

일상이야기 2019.09.10

연구 효율 높이기

지금은 여느 때처럼(?) AFM (원자 현미경) 을 돌리고 있다. 보통 데이터를 수집할 때 사용하는 tapping mode (AFM 팁으로 톡톡 두드리며 샘플 표면을 측정하는 방식. 샘플 표면을 긁지 않아 팁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아닌, contact mode (AFM 팁을 샘플 표면에 접촉시킨 채 일정한 압력을 가하며 스캔하는 방식. 팁이 언젠가는 닳게 되며, 그 전에 아예 부러질 수도 있어 잘 사용되지 않는다) 를 사용 중이다. 이유인즉슨 현재 스캔하는 샘플인 단층 MoS2의 표면에 쌓인 정체불명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스퀴지' 기법이라고 내가 학부 때 다녔던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Matthew Rosenberger라는 박사 과정 학생 (현재는 미 해군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다) 이..

일상이야기 2019.09.07

늦은 밤 연구실에서.

현재 시각은 오전 12시 30분. 평소 같으면 잘 준비를 할 시간이지만 오늘은 예외다. 아직 연구실에서 실험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실험을 해 댔는데 아직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다. 아예 희망이 없으면 또 내일 더 이어 가야지, 하고 집에 가겠는데 그렇진 않다. 조금만 더 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때려치고 집에 가기도 뭣하다. 내일까지 최대한 열불나게 실험을 하기로 교수랑 약속을 하기도 했고. 바쁜데 웬 블로그냐고? 내 실험 과정상 기다리는 시간이 꽤 많다. 지금은 원자 현미경 (Atomic Force Microscope, AFM: 미세한 바늘로 샘플의 표면을 점자처럼 읽는 현미경) 으로 스캔을 돌려 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게 시간이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