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갑분 서브바디 영입

abcdman95 2023. 7. 4. 23:22

여자친구가 기존에 사용하던 a6400 + SEL18135의 조합이 무거워서 생각했던 만큼 활용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최근에 RX100 VI를 대신 구해다 주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1인치 센서라는 체급상 한계는 명확히 존재하지만, 아무튼 폰카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화질과 극강의 휴대성을 자랑하는 물건이었다.

 

이 카메라는 당근마켓으로 구했는데, 거래를 하러 운전해서 가던 중 70대 어르신이셨던 판매자분께서 전화가 왔다. 오고 있냐고 물어보실 줄 알고 지금 거의 다 왔다고 말씀을 드리려는 찰나, 내가 카메라를 좀 좋아하는 편인지 물어보셨다.

 

엥, 그런 걸 왜 물어보지?

 

나는 내 Z5를 고를 때도, 여자친구의 a6400을 고를 때도, 그걸 처분하고 구매하기로 결정한 RX100 VI를 고를 때도 며칠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모든 선택지를 알아본 후에 결정했을 정도로 장비 자체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장비병?). 그리고 그런 카메라로 내가 원하는 구도를 잡고 작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카메라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다.

 

설마 사정이 생겨 거래를 취소하시려는 건가 싶어 불안해지려던 찰나, 어르신께서 안 쓰시는 카메라가 있는데 관심 있으면 이것도 같이 얹어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소문으로만 듣던 '나눔'이었다. 심지어 캐논의 마크 1 뭐시기라고 하셨다.

 

마크 뭐시기가 붙을 정도면 내가 아는 바디일텐데... 그래서 당연히 저야 어떤 카메라든 안 쓰시는 거 그냥 주신다면 어떻게든 사용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이분도 Z5를 사용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F마운트용 슈퍼줌 하나를 FTZ로 연결해 사용 중이시란다.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거래 약속 장소에 가서 먼저 RX100을 받아 둘러보고, 켜 보고, 마음에 든다고 말씀드린 후 나눔받을 카메라를 보았다.

 

???

 

캐논 EOS 5D?

 

이거 오래되긴 했지만 풀프레임인데? 게다가 고급기종인데? 우왘ㅋㅋㅋㅋㅋㅋ

 

본격 메인카메라보다 크고 무거운 서브카메라.

 

그렇게 나는 서브바디로 20년이 되어 가는 풀프레임 DSLR 카메라를 영입하게 되었다. 사실상 5D 시리즈의 시작은 5D Mark2라고 하는데, 그 포문을 연 카메라는 바로 이 5D 클래식이다. 심지어 원래 이름은 그냥 5D지만 워낙 오래된 물건이라 클래식이라는 별명이 붙은 카메라. 그리고 본격 메인카메라보다 무거운 서브카메라...

 

LCD는... 음... 달려는 있다.

 

렌즈가 없어 아직 작동 여부를 제대로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외관은 정말 깔끔한 편이다. 오래 되면 여기저기 긁히고 가죽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한다던데, 사진들에서 보이다시피 정말 깔끔하다. 공셔터도 몇 번 눌러 보았는데 잘 작동하는 편이고.

 

독특한 점이라면 전원 스위치가 바디 후면 하단에 있다. 뭐 전원이야 켜 두면 건드릴 일이 없는 버튼이라 구석에 박아 두는 게 이해는 간다만, 꽤 신박한 위치라 처음 잡아 보았을 때 읭? 했던 기억이 있다.

 

조악한 LCD를 달고 미안해서 달아 준 건가? 상부 디스플레이도 있다.

 

고급기의 상징이라는 상부 디스플레이도 있다. Z5를 사용할 때는 굳이 왜 필요하지 싶은 기능이었지만, LCD 성능이 조악한 이 올드카메라에게는 상부 디스플레이가 꽤 유용하겠지 싶다. 심지어 백라이트도 있다!

 

어차피 화각의 다양성은 Z5로 잡아 두었기 때문에 이 카메라는 간단하게 50mm 단렌즈 하나만 달아서 가볍게 사용할 생각이다. 캐논 EF 50mm f/1.8 II를 구매했는데, AF 소음이 좀 큰 편이라고는 하나 어쨌든 광학 성능은 꽤 괜찮은 렌즈라고 한다. CF카드와 리더기도 구매했으니 모든 장비가 도착하면 간단하게 활용성 테스트를 해볼 생각이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오늘의 추천곡은 Ed Sheeran의 'Photograph.' 제목은 몰라도 멜로디는 아는, 친숙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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