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일상이야기 221008

abcdman95 2022. 10. 8. 23:47

오늘은 약간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열심히 배드민턴을 친 후 전북대 구정문 쪽에 있는 써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 가기 위해 주차 자리를 물색하고 있었다. 원래도 주차 자리가 없는 구정문 쪽인데 저녁이라 사람들도 북적북적 차도 북적북적, 불법주차 외에는 답이 없어 보였지만 딱지를 몇 번 떼인 경험 때문에 불법주차를 최대한 지양하는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합법적인(?) 주차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써브웨이 옆에는 작고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차단기가 없는 대신 동시에 주차 자리도 사실상 없다시피한 이 주차장이지만 외진 곳 통로 쪽에 있는 공간을 겨우 찾아 잠깐 차를 대 놓고 싱글벙글 샌드위치를 사러 가는데...

경비원 분이 달려오며 나를 부르시더라. 꽤나 상기된 목소리로.

여기 차 대면 안 돼요!!!

원래 내 성격이라면 (아무리 내가 잘못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확 나빠져서 목소리가 차분해지고 냉소적으로 변했을 테지만, 난 주차 자리를 찾으러 또 길거리로 나가고 싶지도 않았고 어차피 정말로 10분 내외로 바로 출차할 예정이었기에 경비원 아저씨를 설득하기로 했다.

- 여기 줄 그어져 있는데 여기가 주차 자리가 아니라구요...? 음?

- 그래도 외부 차량은 금지예요! 이제 곧 주민들 차 들어올 건데 여기에 대면 어떡해요!

- 저 10분 안에 나갈 건데 잠깐만 주차하면 안될까요? 제 차는 지나가는 차들 방해 안 되게 최대한 구석으로 빼 둘게요.

등등 이런저런 실랑이를 하는데, 역시 흥분한 사람에게는 차분하게 응대를 해야 서로 안정이 된다.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이 곳에 왔으며, 이 곳에는 몇 분간 머물 예정이며, 그 후에는 바로 출차할 예정이라는 것을 설명해 드리니 당신도 처음에 화를 내며 달려온 게 민망하셨는지 괜히 미안해진다며 내 편의를 봐 주겠다고 하셨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후에 호다닥 써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를 샀는데, 그 경비원 아저씨께 감사의 의미로 간단하게 뭐라도 드릴까 싶어 음료수를 한 병 사서 가져다 드렸다. 게다가 약속대로 10분 내로 차를 빼기도 했고. 잠깐 주차하겠다고 한 걸 믿어 주셔서 감사하고 주차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음료수를 드렸더니 처음에는 한사코 거절하시다가 결국에는 고마워하시는 모습에 괜히 기분이 되게 좋았던 하루였다.

한줄요약: 유도리(?)는 여러모로 참 좋은 개념이다.

오늘의 추천곡은 유쾌한 분위기의 밴드인 Boys Like Girls의 'The Great Escape'.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명곡 중의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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