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근황토크 + 아무말 대잔치

abcdman95 2022. 12. 6. 22:23

전에도 글에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일상이 바쁘고 행복하면 블로그에 글 쓰는 게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글쓰기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거든. 그래도 글을 너무 안 쓰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점점 까먹게 되니 이렇게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글을 쓴다.

 

사실 그 동안 엄청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포항에 출장을 며칠 다녀왔고, 제주도에 출장 및 여행을 일주일간 다녀왔고, 여자친구와 기념일을 챙겼고, 뭐 그 정도.


전문연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군 복무 아닌 군 복무의 일상은 참 순조롭게 흘러가는 중이다. 직장 생활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도 좋고, 일하는 환경도 좋고, 하는 일도 마음에 들고, 심지어 연봉도 마음에 든다. 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구시렁구시렁... 그런 건 있지만 군 복무를 하면서 이 정도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나는 입사 1년차가 되어 가는 지금도 가끔씩 혼잣말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려 보곤 한다. 내가 정말 이 곳에 합격한 게 맞는지 신기해서.

 

물론 난 놀러 온 게 아니고 전문연으로서의 3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목표로 이 곳에 왔기 때문에 내적인 부담감은 항상 갖고 산다. 내게 주어진 3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곳에서의 3년은 전역 이후 내 박사 과정의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벌써 1년이나 지났구나, 싶기도 하고 그 동안 내가 무엇을 이뤘지, 하며 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이제 슬슬 논문을 준비하는 단계에 와 있을만도 한데. 이렇게 1년이 갔으니 내년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 본다.

 

논문 얘기를 잠깐 하자면, 포항에 출장을 다녀온 건 내가 공저자로 참여하는 논문에 대한 토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3박 4일이라는 짧지 않은 일정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이해하고 왔지만, 아직 완벽하게 윤곽이 잡히지는 않았다. 그나마 어느 정도 뼈대는 잡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정도랄까? 이번 달이나 다음 달 정도에는 논문 초본을 완성하고 제출하는 단계까지는 진도를 뽑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논문을 쓰는 입장인데도 내가 직접 진행한 실험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내 분야가 아닌 쪽의 실험 내용을 인수인계받은 느낌이라서 내가 잘 쓸 수 있을지도 잘은 모르겠고. 박사님 전 아직 석사 나부랭이일 뿐이라서 너무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ㅠㅠ

 

그 외에 전문연으로서 재미있는 일이라면, 그저 연구만 하면 되는 내 또래 학생연구원들과는 달리 연구원의 유지관리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에는 분석장비 중 원자힘현미경(AFM)이라는 장비를 자주 사용하고 꽤 능숙하게 다루는 편인데 (어떻게 보면 내 입장에서는 소중한 친구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비이기도 하고) 그 이점을 살려 이 연구원에서는 유일하게 존재하는 AFM 장비의 관리책임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AFM은 그 응용 분야가 표면분석에 국한되다 보니 3차원 시료도 언제든지 분석이 가능한 주사전자현미경(SEM)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는 편이고, 따라서 관심도 많이 받고 정비도 빠방하게 해주는 SEM(심지어 원내에 4대나 존재한다...! 엄청난 플렉스)과는 달리 정비도 AFM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사용료로만 가능하다던지 하는 제약이 꽤 있었고, 해서 가격만 2억을 호가하는 꽤나 고가의 장비인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버려진 장비처럼 실험실 한 구석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장비이기도 하고 나도 꽤 자주 사용하게 될 장비인지라 박사님과 의논해서 결국 수리를 진행하기로 했고, 오늘 드디어 수리가 진행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부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고, 그저 지난 10년간 사용되며 나사 몇 개가 느슨해진 탓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걱정과는 달리 꽤나 수월하게 문제가 해결돼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분도 좋다. 아픈 친구가 드디어 다 나은 느낌이랄까. 이제 이 장비에 사용하려고 준비해 두었던 AFM 캔틸레버들을 하나씩 테스트해 봐야겠다.


전문연 썰 외에도 다른 얘기들을 좀 할까 했는데 떠오르는 게 없다. 좀 김빠지지만(?) 여기서 줄여야지. 아, 물론 추천곡은 있다. 오늘의 추천곡은 Ed Sheeran의 'All of the Stars'. 2014년 영화 '안녕, 헤이즐 (The Fault in Our Stars)'의 OST이다.

 

글을 짧게 쓴 게 약간 찔리니까 오랜만에 가사 번역이라도 해 봐야겠다.

 

It's just another night / 그저 또 다른 밤이 왔고

And I'm staring at the moon / 난 달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I saw a shooting star / 별똥별을 보았는데

And thought of you / 당신 생각이 났어요

I sang a lullaby by the waterside and knew / 물가에서 자장가를 부르다가 깨달았어요

If you were here I'd sing to you / 당신이 지금 여기 있었다면 당신에게 이 노래를 불러 줬을 텐데

You're on the other side / 당신은 저 반대편에 있네요

As the skyline splits in two /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는 동안

I'm miles away from seeing you / 나는 당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요

I can see the stars from America / 미국에서는 별이 보여요

I wonder, do you see them, too? / 궁금해요, 그곳에서도 별이 보이나요?

 

So open your eyes and see / 눈을 떠 바라봐요

The way our horizons meet / 우리의 세상이 만나는 것을

And all of the lights will lead / 모든 별빛들은

Into the night with me / 나와 함께하는 밤으로 당신을 이끌겠죠

And I know these scars will bleed / 그리고 난 이 상처들에서 피가 날 걸 알지만

But both of our hearts believe / 우리의 심장은 믿고 있어요

All of these stars will guide us home / 이 별들이 우리를 집에 데려다 줄 거라는 걸

 

I can hear your heart / 당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요

On the radio beat / 라디오 음악 속에서

They're playing 'Chasing Cars' / 지금 Chasing Cars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And I thought of us / 당신 생각이 났어요

Back to the time, / 그 때 그 시절

You were lying next to me / 당신은 내 옆에 누워 있었고

I looked across and fell in love / 나는 그런 당신을 보고 사랑에 빠졌죠

So I took your hand / 그래서 난 당신의 손을 잡고

Back through lamp lit streets / 가로등이 켜진 거리를 거닐었어요

I knew / 난 알고 있었죠

Everything led back to you / 모든 게 당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걸

So can you see the stars? / 그래서 당신은 별을 볼 수 있나요?

Over Amsterdam / 암스테르담 위에 떠 있거든요

You're the song my heart is beating to / 당신은 내 심장이 박자 맞춰 뛰는 노래예요

 

So open your eyes and see / 눈을 떠 바라봐요

The way our horizons meet / 우리의 세상이 만나는 것을

And all of the lights will lead / 모든 별빛들은

Into the night with me / 나와 함께하는 밤으로 당신을 이끌겠죠

And I know these scars will bleed / 그리고 난 이 상처들에서 피가 날 걸 알지만

But both of our hearts believe / 우리의 심장은 믿고 있어요

All of these stars will guide us home / 이 별들이 우리를 집에 데려다 줄 거라는 걸

 

And oh, I know / 난 알아요

And oh, I know / 난 알아요

I can see the stars from America / 미국에서는 별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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