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우와 새해다

abcdman95 2023. 1. 1. 22:50

우와... 벌써 2023년이다. 작년에 난 뭐 하면서 지냈지?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겠는데, 나름 굵직굵직한 일들이 꽤 많이 있었다.


일단 출장 때문에 제주도를 무려 2번이나 갔고... 해운대에 1번, 포항에 2번을 갔다. 제주도는 바다를 건너야 하니(...)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해운대와 포항은 무려 매번 운전해서. 운전 중독이 아니었으면 꽤 힘들었을 일정이라 다행이었다. 나야 뭐 운전대를 잡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특이취향(?)이라서 괜찮았다. 아니, 또 가고 싶다. 도로여행은 멀리 갈수록 재미있거든.

그래서 다음 달에는 강원도 정선으로 출장을 간다. 해운대보다 살짝 먼 곳인데, 사실 그 악명 높은 부산도 '여기도 운전할 맛 나는데?' 싶었던 입장에서는 사실 거리도 거리지만 산길을 운전한다는 게 설렌다. 그것도 연구팀 멤버를 모두 태우고. 6명을 태우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짐까지 다 실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이랑 짐을 다 실으면 400kg이 넘는 무게가 실리는 거라 차는 좀 고생하겠지만... 천천히 느긋하게 갈 거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2월 중순이면 겨울 막바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강원도 겨울은 강원도 겨울이라고 윈터 타이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체인 정도는 준비해 두었다. 안전운전하세요 여러분


그리고 아직도 귀찮아서 블로그에 기록을 안 옮기고 있는데, 기초군사훈련도 다녀왔다. 전문연 신분이라 훈련은 보충역으로 3주만 하지만 나름 신검 때 현역 판정받은 몸이라고 이것저것 열심히 해서 상도 받았다. 뭐 큰 의미는 없지만, 사소한 것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생각난 김에 훈련소에서 나눠준 작은 수첩에 적은 일기 아닌 일기를 훑어 보았는데, 속옷을 깜빡하고 안 빨아서 샤워하는 동안 손빨래했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분대에서 단독으로 완전군장하고 행군훈련 완료했다고 자랑스럽게 적어 둔 내용까지,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닌 인연 때문에 몸고생은 그렇다 쳐도 마음고생까지 해 가며 그렇게 전전긍긍했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내 자신이 짠하기도 했다. 뭐, 그렇게 모든 일에 진심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차는 여전히 가끔씩 말썽을 부린다. 20년 된 외제차 아니랄까봐 부품 구하기도 쉽지 않고, 이것저것 신경써줄 것도 많다. 그래도 참 신기하게도 시동이 안 걸린 적도 없고, 구동계에 문제가 생긴 적도 없다. 역시 볼보의 5기통 저압터보 엔진은 짱이야... 하지만 최근에 배기 매니폴드가 깨져 버려서 용접수리를 하느라 50만원이 날아갔고, 조만간 엔진마운트와 미션마운트 및 하체부품 몇 가지를 교체할 예정이라 또 30 남짓 날아갈 듯하다. 이래서 구형 외제차는 사는 거 아니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마 나는 이 차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정비를 하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돈을 지금처럼 넉넉하게 벌지 못했으면 카푸어 됐을 뻔했네(?)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떡해, 20년 된 내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지금도 종종 그 부드러운 승차감에 놀라는데.

물론 미국으로 돌아가면 같은 차를 사지는 않을 것 같다. 해당 세대의 XC90이 속한 볼보의 P2 플랫폼은 워낙 구형 플랫폼이라 내가 차를 다시 살 때쯤이면 가장 최근 연식의 차가 10년 된 차량일 예정인 데다가 실내 디자인은 단순하고 깔끔하지만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 느낌이다. 볼보 하면 안전이긴 하지만 요즘 차들은 다 그 정도 안전성은 들고 나오는데? 그래서 대형 SUV를 살까 싶다. 크기만 따지면 중형차가 적절하겠지만, 싼타페 같은 건 너무 식상하다. 한국에서 대형이라고 부르는 팰리세이드 같은 거 말고, 소위 '풀사이즈'라고 불리는 포드 익스페디션 같은 거 사고 싶다. 어차피 연비가 안 좋아봤자 지금 모는 XC90보다는 낫기 때문에...

그와는 별개로 한국에서 운전하다 보면 여긴 운전 문화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느껴진다. 주정차금지 표지판 옆에 떡하니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좌회전하면서 유도선 안 지키는 인간들은 뭐야? 직진차선에서 좌회전하는 인간들은 뭐고? 브레이크 밟기 싫다고 신호위반하는 25톤 대형트럭, 원형교차로에 진입하면서 회전차량에 양보 안하는 시내버스, 잘 가다가 대로변에서 갑자기 손님 태우겠답시고 비상등 켜고 멈추는 택시, 신호 잡겠다고 꼬리물기하는 1톤트럭 등 정말 가관이다. 그렇다고 상용차량 운전자 말고 일반차량 운전자는 괜찮냐고? 천만의 말씀. 차를 몰고 돌아다니다 보면 저 사람 운전 잘하네 (= 잘못하고 있는 게 없네) 싶은 차는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운전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가고 싶다. 똑같이 무개념 운전자들이 존재할지언정 비율은 훨씬 낮은 곳으로.


난 화를 잘 내지 않는다. 화를 잘 내는 성격도 아니고, 화를 내 봤자 안 좋은 일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건 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을 대할 때 내 역린이 있다면 바로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 때이다. '나를 뭘로 보고?' 하는 느낌이 들면 그만큼 상대방에게 차가워지는 편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며칠 전,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체하러 갔다. 내 차는 약간의 엔진오일 누유가 있어 주기적으로 직접 상태를 확인하는 편인데, 색깔을 보아하니 교체가 필요할 것 같아 전북대학교 앞 타이어프로 지점을 방문했다. 미리 언급해 두자면,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체할 때에는 사실 오일필터만 교체하면 된다. 흡기 필터는 육안으로 확인 후 상태가 안좋을 경우 교체하면 되고, 에어컨필터는 HVAC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부품이기 때문에 심지어 엔진오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런데 차량에 작업이 들어가고 견적서를 보니 뭔가 묘한 게 있었다. 항균필터 5만원... 처음에는 나는 저걸 추가한 적이 없는데 저게 뭐지?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게 에어컨 필터라는 걸 깨닫고 견적서에서 지워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지워 달라고 하고 보니 화가 나네? 난 엔진 오일을 교체한다고 했지 에어컨 필터를 교환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것도 전화로 작업 예약을 하면서 명확히 오일 필터가 필요하다고 얘기를 했다. 근데 이걸 왜 추가해?

곰곰히 생각해볼 수록 더 화가 났고, 그래서 조용히 따지기 시작했다.

이건 왜 추가한 거죠?

질문을 하니 통상적으로 하는 작업이라 추가했다고 한다. 5만원씩이나 별도로 금액을 주고 하는 걸 통상적으로 한다고?

내가 이거 해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왜 추가한 거예요? 금액도 별도로 받는다면서요?

본격적으로 따지고 드니 횡설수설과 함께 핑계 아닌 핑계가 시작되었고, 그 횡설수설을 보며 나는 더욱 화가 났다.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아마 정비소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가 있는 대로 화가 났다는 걸 알았겠지 싶다. 결국 정비소 담당자가 사과를 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역시 자동차 정비는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코를 베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하루였다. 심지어 에어컨필터는 좋은 걸 사도 2만원 남짓이다. 그리고 차량마다 다르지만 P2 XC90의 경우 에어컨필터 교체에 필요한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이걸 5만원씩이나 받아먹겠다고?

살면서 발톱을 내보일 필요가 별로 없다는 걸 일찍이 깨달은 나였지만 오랜만에, 아니 살면서 처음으로 손님으로서 화를 내 보게 된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오늘은 2023년 1월 1일이다. 별 감흥은 없다.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나 똑같은 하루일 뿐인걸. 그래도 뭔가, 올해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계속 열심히 해야지 하는 다짐은 있다.

2022년은 좋은 쪽으로 흥미로운 한 해였다. 2023년도 계속 좋은 쪽으로 흥미로우면 좋겠다. 지금처럼 삶이 바쁘지만 행복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오늘의 추천곡은 My Chemical Romance의 'The World is Ugly'. 세상은 개판이지만(?) 그래도 너는 아름답다는, 그런 내용이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분 서브바디 영입  (0) 2023.07.04
적절한 관심, 적절한 무관심  (1) 2023.05.14
근황토크 + 아무말 대잔치  (0) 2022.12.06
일상이야기 221008  (1) 2022.10.08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0) 202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