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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MF 14mm f/2.8 ED AS IF UMC 구입 후기

abcdman95 2023. 6. 23. 23:25

은하수를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이후, 은하수 전용 렌즈를 하나 들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밤하늘 전체를 담는 은하수 촬영에는 주로 조리개가 밝은 초광각 렌즈가 사용되는데, 이 초광각 렌즈는 사실 그 외에는 쓸 일이 별로 많지 않다. 풍경용으로 사용하자니 화각 특유의 왜곡이 존재하는 데다 애초에 내가 딱히 좋아하는 화각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물건은 필요가 없고, 은하수 촬영 시 가장 중요한 1) 화각, 2) 조리개, 그리고 3) 선예도만 따져 보았다.
 
그렇게 고민고민하다가 찾은 건 삼양의 MF 14mm f/2.8 for Nikon Z. 니콘 미러리스의 Z마운트용으로 설계된 수동 렌즈로, 현재 보유한 표준줌렌즈인 24-70/4보다 화각도 넓고 조리개도 한 스탑 밝은 물건이었다. 가격도 꽤 착한 40만원대. 최신형 미러리스에 웬 수동렌즈냐고? 은하수 촬영 시에는 어차피 초점을 무한대로 설정하는지라 AF가 딱히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AF마저도 빼 버린, 정말 은하수 촬영만을 위한 렌즈였다.
 
마침 화각 얘기가 나왔으니 그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싶은데...  은하수 촬용에 적용되는 500의 법칙(APS-C 판형의 크롭바디는 300의 법칙)은 화각과 밀접한 연관성이 존재한다. 이게 정확히 뭔지는 내 사진 강좌 시리즈 중 '사진 강좌 4편 - 보조 장비의 활용, 각종 촬영 기술 (장노출, 천체 사진)' 편에 서술해 두었다.
 
아무튼 그렇게 Z마운트용 수동렌즈를 구매할까 고민하던 중, 중고나라에서 F마운트용 중고 매물을 보게 되었다. 가격은 무려 17만원.
 
문득, 어차피 수동렌즈니까 겸사겸사 내 필름카메라 FM2에도 물릴 겸 F마운트용을 사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FTZ 어댑터가 있으니 Z5와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그래서 결국 45만원짜리 Z마운트 전용 렌즈 말고 17만원짜리 F마운트용 렌즈를 구매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니 뭐니 해서 바짝 긴장하고 거래했는데, 다행히도 좋은 분과 거래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구매하게 된 렌즈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삼양 MF 14mm f/2.8 ED AS IF UMC 렌즈이다. 이름도 참 길지만 사실 뒤의 ED AS IF UMC는 이런저런 기술적인 약자들이라 굳이 다 알 필요는 없다. 뭐 ED는 저분산 렌즈, AS는 비구면 렌즈, IF는 내부 포커스, UMC는 렌즈 표면 코팅이라는 정도?
 
서론이 길었다. 렌즈의 모습을 소개하고 아주 짤막하게 느낀 점을 적으려 한다.
 

 
요즘 날씨가 메롱이라 아직 실사용을 제대로 해보지는 못했지만, 일단 만듦새는 아주 좋은 편이다. 가격대가 정말 저렴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조작감이나 무게감이 꽤나 고급스럽다. 렌즈 후드가 묘하게 싸구려 플라스틱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해 주자.
 

 
흥미로운 점은 광각 렌즈라서 렌즈 앞면이 볼록하기 때문에 렌즈에 필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흔히 보이는, 렌즈 앞에 돌려 끼우는 형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홀더형 필터는 사용할 수 있겠지 싶다. 14mm면 어안...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한데 역시 초광각은 초광각인가 보다. 게다가 렌즈 바디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는데 전면 렌즈가 정말 거대하다. 그렇게 커야 하나 싶을 정도로.
 

 
뒷캡은 특이사항은 없다. 다만 귀여운 점이라면, 니콘 렌즈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캡을 고정하는 방향을 팩맨(?)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팩맨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리면 물린다는(?) 뜻인 건가...? 그리고 사족이지만 F마운트와 Z마운트를 비교해 보면 Z마운트가 정말 많이 커졌다는 게 느껴진다. F마운트의 물리적인 크기 한계 때문에 니콘이 렌즈 설계에 애를 먹었다던데, 얼마나 시달렸는지 사용자 입장에서도 느낌이 올 정도로 Z마운트 결합부는 정말 시원시원하게 큰 편이다.
 

 
먼저 니콘 FM2에 물려 보았다. 50년이 다 되어가는 카메라인데도 불구하고 렌즈 디자인이 꽤 클래식한 편이어서 그런지 의외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색깔이 약간 안 맞아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역시 네이티브 F마운트 렌즈와 F마운트 바디는 실패하지 않는 조합인가 보다. 아, 물론 진짜로 FM2에 물려서 쓸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
 

 
그 다음, 본래 의도했던 대로 니콘 Z5에 물려 보았다. 음... 뭔가 못 봐줄 것 같지는 않은데 또 뭔가 묘하게 안 어울린다. 멋들어진 디자인을 보고 고른 렌즈는 아니었는데 묘하게 프랑켄슈타인(?)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수동 FTZ 어댑터에 물려서 한 장 찍어 보았는데, 사실상 이렇게 결합한 상태가 삼양 14mm f/2.8 for Nikon Z와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신형 렌즈는 포커스 링을 잠글 수 있고 하다던데 그런 건 필요없고, 같은 기능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어쨌든 마음에 든다.
 
구매 의도야 은하수 촬영이지만, 그 외에도 풍경 촬영에도 사용해 보고 독특한 구도의 사진도 찍어 보고 해야겠다. 일단 가격이 가격인지라 첫인상은 대만족이다.
 
오늘의 추천곡은 조승우의 '꽃이 피고 지듯이.' 유아인의 마약 사건 때문에 영화는 약간 불편한(?) 존재가 되어 버렸지만, 사도세자의 스토리는 들어도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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