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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 ND필터 간단후기

abcdman95 2023. 5. 26. 00:04

전에는 필름카메라를 쓰면서 필름값으로 돈을 줄줄 썼는데, 니콘 Z5를 들이면서 디지털 카메라로 대부분의 사진을 찍게 되었으니 이제 사진 때문에 돈 나갈 일은 없겠다고 안도하던 중 또 뭔가를 구매해 버렸다.

 

이번에는 ND필터. 니콘 FM2로 사진을 찍던 시절에는 사실 필름감성의 힘인지 피사체를 다양하게 찍어 볼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데, Z5로 매번 쨍한 사진을 찍다 보니 묘하게 심심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서 분수도 찍어 보고, 흐르는 물도 찍어 보고 하려니 대낮에는 광량이 너무 많아 그게 쉽지 않았다.

 

아이러니했다. 필름카메라를 쓸 때는 감도가 높아봤자 800이었기 때문에 f/1.4의 렌즈를 가지고도 오히려 어두운 곳에서 셔터속도를 높이려고 애쓰는 상황이 종종 생겼는데, 지금은 대낮에도 이것저것 찍으려 하다 보니 최대개방인 f/4에 감도를 확장감도까지 써 가며 50으로 낮춰도 셔터속도를 낮추기가 쉽지 않았다.

 

도대체 뭘 찍는데 셔터속도를 그렇게 낮추려 하냐고?

 

Nikon Z5 + NIKKOR Z 24-70mm f/4 S. 1/2s - f/22 - ISO 50 - f=52mm

 

이런 사진을 찍을 때, 흐르는 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색다르게 담으려면 셔터 속도를 낮춰야 한다. 이 날은 구름이 약간 낀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설정을 보면 감도를 최대한 낮추고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고 나서야 간신히 1/2초까지 셔터속도를 낮출 수 있었다. 니코르의 24-70mm f/4 S가 최대 개방에서 해상력이 가장 좋고 조리개를 조이면 오히려 해상력이 떨어지는 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억지로 찍는 거나 다름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ND필터를 구매했다. ND필터는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절대적인 광량을 줄여 주는 필터로, 빛의 색조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상태에서 빛의 진폭만 줄여 주는 물건이다.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존재하는 카메라에 들어가는 빛을 왜 줄이려 하냐면, 사진을 촬영할 때 다양한 셔터 속도와 조리개의 조합을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대낮에도 조리개를 활짝 열고 과노출 없이 촬영이 가능하고, 위의 폭포 사진처럼 역동적인 모션 블러를 촬영하기 위해 셔터 속도를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1/6초 이하까지 늦출 수도 있다.

 

사실 필터 하면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고 실제로도 대부분 사용해봤자 렌즈 보호용으로 끼우는 UV필터 정도일 텐데, 이번 ND필터는 전에 은근 괜찮다고 생각했던 마운트 어댑터를 만든 회사 K&F Concept의 제품으로 구매해 보았다. 뭐 폴라프로 같은 브랜드의 물건이 좋다고 하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자주 사용하지는 않을 물건에 굳이 몇십만 원을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필터는 케이스에 담겨 있다. 렌즈에 항시 장착하지 않는 필터이니만큼 보관의 용이성을 위한 소소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케이스 자체는 고급스럽다는 느낌보다는 단순한 느낌이다. 필터의 보관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느낌이랄까?

 

 

제품 설명에 의하면 이 ND필터는 ND8부터 ND2000까지 광량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스탑으로 치면 3스탑에서 11스탑까지 노출 조절을 할 수 있는 건데, 가변 필터의 치명적인 단점인 X자 패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 이미지에서 MIN과 MAX 사이만 조절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화각에 따라서는 검은 사각형 말고 흰색 사각형으로 표시된 영역만. 그거야 주의해서 사용하면 되니까 괜찮고, 폴라프로와 같은 고급 제품의 경우 각 스탑마다 딸깍하며 멈출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고 하던데 그런 건 없다.

 

 

가변 ND필터를 구매하면서 가장 걱정한 점은 위의 이미지에서 보이는 X자 패턴이었다. 코팅된 유리 2장을 돌려 광량을 조절하는 장치인 만큼 조절을 잘못하면 저렇게 이상한 무늬가 생기게 되는데, 테스트를 더 자세히 해봐야겠지만 일단 70mm 화각에서는 다행히도 이런 문제는 없는 듯하다.

 

ND필터 장착 후 각 스탑마다 촬영하여 비교한 사진(우측).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좌측 이미지는 필터 없이 동일 설정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광량 조절은 꽤 잘 되는 편이다. X자 패턴도 안 보이고, 셔터속도의 범위도 충분히 확보가 되고. 이 정도면 5만원짜리 저렴이 필터 치고는 나름 쓸만한 것 같다.

 

이제 진짜 그만 좀 사야지...!

 

오늘의 추천곡은 지아와 이해리의 '사랑했었다면.' 음악을 들으면서 실험하던 중 휴대폰 랜덤재생에 뜬금없이 떴는데, 옛날에 참 좋아했던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