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최근 글들이 모조리 카메라 얘기만 하는 것 같은데, 요즘 내 최대 관심사가 사진이라 어쩔 수 없다. 필름 카메라로 일상을 담는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카메라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은 마음이라 카메라 외에 주변기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삼각대를 구매했다.
나도 처음에는, 삼각대 하면 굳이 뭐 비싼 걸 살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2년 전, 호루스벤누의 5만원짜리 삼각대 TM-2537H를 구매한 이래 나름 유용하게 써먹었던지라 더 비싸봤자 다리 3개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삼각대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불만들을 해소하고 싶게 되었다. 먼저 삼각대의 볼헤드가 나름 튼튼하긴 하지만 만듦새가 부족한 점이 여기저기 보였으며, 기껏 구도를 잡고 볼헤드를 조이다 보면 볼이 조금씩 미끄러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FM2 + 단렌즈 조합 같은 가벼운 카메라는 그렇다 쳐도 Z5 + 망원렌즈의 조합을 지탱하다 보니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린 후 셀프타이머를 작동시키고 멀리 떨어질 때마다 내심 조금 불안했었다. 가벼운 크롭바디 미러리스 (500g 이하) 정도의 무게를 올리기에 딱 적절하지만, 동시에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안정적으로 올리기엔 약간 부족한 느낌? 즉 TM-2537H가 못 써먹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앞으로 야간에 장노출 사진도 찍고 은하수 사진도 찍고 나아가 타임랩스도 찍어보고 싶은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가 꽤나 절실했다.
그리고 뭐, 렌즈 포함 200만원이 넘는 카메라를 달 건데 5만원짜리 삼각대는 좀 그렇잖아?
해서 이번에는 약간 투자를 해서 맨프로토의 엘레멘트 MII를 들고 와 보았다. 삼각대 하면 최강자인 짓조가 있고 그 아래에 맨프로토가 있으며 가성비의 호루스벤누가 있다고 하던데, 대중적으로 쓰이면서도 심히 비싸지는 않은, 그러면서 나름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이 쓸 만한 맨프로토를 골랐다.
맨프로토 엘레멘트 MII 삼각대의 제원은 아래와 같다.
무게: 1.55 kg
최대 높이: 160 cm
최소 높이: 43 cm
재질: 알루미늄
헤드: 분리형 볼헤드
다리: 4단 트위스트 락 방식
최대 하중: 8 kg
그에 비해 기존에 사용하던 호루스벤누 TM-2537H 삼각대의 제원은 아래와 같다.
무게: 790 g
최대 높이: 153 cm
최소 높이: 9 cm
재질: 알루미늄
헤드: 분리형 볼헤드
다리: 4단 원터치 파워락 방식
최대 하중: 6 kg
제원만 먼저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그 무게이다. 맨프로토 엘레멘트 MII는 호루스벤누 TM-2537H의 2배에 가까운 무게를 자랑한다. 그에 힘입어 최대 높이는 7 cm 가량 더 높으며, 최대 하중 역시 2 kg가 더 높다. 상대적인 단점이라면 호불호가 갈리는 다리 락 방식인데, 트위스트 락 방식이 아무래도 원터치 파워락 방식보다 내구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편의성 면에서는 약간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잠깐 사용해 본 결과 다리가 잠겨 있는지 풀려 있는지 육안으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닥 불편한 점은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글 최상단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간단한 포장을 풀고 나면 의외로 육중한 다리에 또 놀라게 된다.
호루스벤누의 TM-2537H도 딱히 흔들흔들 약골은 아닌데, 맨프로토 엘레멘트 MII 옆에 있으니 확실히 호리호리해 보인다. 1.55 kg에 달하는 무게가 납득이 가는 순간이다.
독특한 게 맨프로토 엘레멘트 MII의 경우 접을 때 다리가 역방향으로 접히게 설계되어 있다. 위의 사진에서도 볼헤드가 아래를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삼각대 다리가 센터칼럼 쪽으로 접히며 볼헤드가 상단 위치를 유지하는 호루스벤누 TM-2537H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접었을 때의 부피를 줄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접고 펴고 할 때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존재한다는 점은 단점 아닌 단점이다.
그런데 사실 난 이번에 삼각대를 구매할 때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볼헤드의 내구성과 품질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호루스벤누 TM-2537H는 무거운 카메라를 올릴수록 볼헤드를 조일 때 약간 미끄러지는 경향이 있어 구도가 자꾸 틀어지곤 했는데, 맨프로토 엘레멘트 MII는 전혀 그런 문제가 없다. 볼헤드를 조여도 전혀 미끄러지지 않고 구도가 유지된다! 다리가 튼튼하고, 최대 높이로 펼쳤을 때 고개를 안 숙이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 것도 장점이기는 하지만 이 볼헤드가 마감이 좋다는 게 정말 좋다. 그래서 혹자는 내가 고급 삼각대 안 써본 티가 난다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도 내게 이 삼각대는 합격점이다.
딱 하나 걱정되는 점이라면 무게. 제주도에 출장갈 때 하루 정도는 카메라랑 삼각대 챙겨들고 여기저기 뽈뽈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으려 했는데... 삼각대에 카메라 가방까지 합하면 5 kg 정도 되는 짐을 들고 다니게 될 것 같다. 괜찮겠지...?
오늘의 추천곡은 잔나비의 2집 '전설'에 수록된 곡 '거울.' 조용하면서도 먹먹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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