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스스로를 골수 이과생이라 칭한다. 성격도 성향도 취향도, 모두 뭔가 '이과' 하면 떠오를 만한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취미랍시고 감성 넘치는 사진을 찍는 것도 어느 정도는 기계를 다루는 게 재미있어서이다. 그래서 분명 자동 모드가 탑재된 DSLR로도 수동 모드에서만 사진을 찍고, 필름 카메라인 FM2와 조르키는 자동이고 나발이고 사진의 3요소를 모두 직접 맞춰야 한다.
그런 내가 뜬금없는 시도를 한 번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노래 가사 쓰기.
???
노래를 들을 때도 집중하기 귀찮아서 가사는 잘 안 듣는 내가 가사를 쓴단다. 20대 후반에 와서 갑자기 중2병이 도진 건가 싶겠지만 얼떨결에 한 번 해보게 되었다. 평소에 남 탓은 절대 안 하는 나로서 오랜만에 남 탓을 좀 해 보자면 김포에서 영어 공부를 도와 드리는 분이 바람을 넣었다. 내가 생각해낸 건 아니라구요!
어젯밤 그분과 노래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공부에 대해 얘기하던 중 대화가 삼천포로 빠지면서 새벽 2시까지(...) 얘기를 했는데, 좋아하는 노래에 대해 대화하다가 자신이 반주곡을 찾아 볼 테니 나보고 가사를 써 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뭐 지나가는 얘기긴 했지만 난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 이상 해서 나쁠 건 없다는 주의라...
그래서 중2를 12년이나 지나친 지금, 잠시 중2가 되어 보기로 했다. 이미 가사를 잘 쓰는 사람들이야 이게 중2병스럽지 않겠지만, 난 공돌이잖아! 그렇게 공대틱한 예술인과 예술틱하고 싶은(?) 공대인이 콜라보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민망하지만 가사 몇 개는 여기에 적어 놓아야겠다.
내가 예전에 했던 말 기억나요?
당신을 웃게 해주고 싶다고
당신이 힘들 땐 곁에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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