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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일상이야기

세차 후기

abcdman95 2021. 7. 18. 15:10

차를 구매한 후 한 달 반이 지난 어제, 처음으로 세차를 했다. 그 동안 세차도 안 하고 그냥 몰고 다닌 이유는 간단하다. 귀찮아서(...).

그 와중에 세차를 (언젠가) 하게 되면 제대로 하겠답시고 왁스며 극세사 타월이며 쓸데없이 많이 쟁여 놓았는데, 드디어 어제 기회가 되어 나름 체계적으로 세차를 해 보았다. 외부는 자동세차로 때를 없앤 후 왁스칠 및 건조로 시작해서 플라스틱도 왁스칠, 유리창도 양면 다 세정하는 것까지 마무리했고, 내부는 먼저 가죽시트 및 대시보드 등 소위 '레자'라고 부르는 것들을 모두 왁스칠한 후 카펫을 분리해 먼지를 털고 마지막으로 진공청소기로 그럭저럭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 와중에 조만간 이사할 때 해야 할 2열 접기도 한 번 해 보고, 차량 구매 이래 펴본 적이 없는 3열 좌석도 한 번 열어 보았다. 심지어 사람이 앉을 일은 없거나 거의 없을 것이라 예상되는 3열 좌석마저도 먼지를 닦고 왁스로 닦아 주었다.

사족이지만 2열을 접으면 정말로 두 사람이 편히 잘 만한 공간이 나오고, 3열을 펴면 7명이 나름 편하게 앉을 만한 공간이 나온다. 2열조차 넉넉한 편이 아니었던 S60에 비하면 이건 뭐... 덩치 큰 SUV를 몰아 보고 싶어서 XC90을 산 거긴 해도 종종 놀라게 된다. 솔직히 트렁크에 이미 텐트도 항상 넣어 놓고 다니겠다,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등 캠핑 장비를 넣어 놓고 삘 받으면(?) 근처 야영장에서 대충 야영하는 것도 꽤 재미있겠지 싶다.

아무튼, 세차하느라 더워 미치는 줄 알았다. 자동차의 덩치를 제일 잘 체감하는 방법이 세차를 직접 해 보는 것이겠지 싶다. 도대체 닦아도 닦아도 닦을 곳이 보인다. 레자왁스로 문짝부터 시작해서 대시보드, 1열 시트, 센터 콘솔, 이어서 2열 문짝, 2열 시트, 그리고 3열을 편 후 3열 시트, 컵홀더, 이렇게 왁스칠을 하려니 차는 왁스칠이 되고 나는 땀칠(?)이 되는 기행이 펼쳐졌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더운 날에 쟤도 참 고생한다' 생각했을 듯하다.

카펫은 아직 완벽하게 청소하지 못했다. 털어도 털어도 예전부터 쌓여 있던 흙먼지가 계속 나오길래 이건 대충 털기만 하고 나중에 한 번 제대로 닦아야겠다 다짐하며 때려쳤다. 대신 그 동안 꼴보기 싫었지만 귀찮아서 놔뒀던 낙엽 등 이런저런 이물질은 주차장에 설치되어 있던 공용 진공청소기로 대부분 제거했는데, 그 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깨끗해진 느낌이 든다. 왁스칠로 인해 조금이나마 살아난 검은 광은 덤.

전주에 가면 카펫도 한 번 제대로 청소할 생각이다. 물빨래를 할지 베이킹 소다를 사용한 청소를 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궁극적인 목표는 맘 편하게 카펫에 맨발을 얹을 수준으로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할 일은 몇 가지 더 있다. 페인트는 나름 깔끔하니 안 건드려도 괜찮을 것 같고, 이 세대 XC90의 특징인 검은 플라스틱 트림은 한 번 제대로 왁스칠을 하고 싶다. 그리고 헤드라이트! 전조등의 클리어코팅 막이 산화돼서 살짝 누런 끼가 보이는데, 이건 부드러운 사포로 모두 갈아낸 후 UV 차단 기능이 있는 클리어코팅 막을 다시 입혀 줘야 한다. 전주 가면 베란다가 있으니 거기서 제대로 복원해 줄 생각이다. 미국에서 S60도 비슷한 짓을 해 보긴 했는데, 당시에는 너무 덥고 귀찮고 해서 전조등을 탈거도 안 하고 대충 했었다. 물론 그 정도로도 꽤나 효과를 보긴 했지만.

이건 외적인 거고, 정비 쪽으로는 타이밍벨트 쪽을 손봐 줄까 한다. 그리고 앞쪽 서스펜션이 좀 물렁한 상태라던데, 이건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다. 또 워셔액 탱크가 금이 가서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것도 교체를 해 줘야 하고, 얼라인먼트를 한 번 해 줄까 한다. 그 이유인즉슨 80km/h 이상의 고속으로 주행하던 중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약간 불안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밸런싱은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했는데, 얼라인먼트를 귀찮아서 아직 안 했다.

마지막으로 미션오일. 아직도 상태를 잘 모르겠는데, 이것도 정비소에서 한 번 봐 달라고 할 예정이다. 내가 직접 볼 수도 있겠지만 딥스틱을 내가 못 찾는 건지 아니면 딥스틱이 있어야 할 곳을 전 차주가 엉뚱한 고무 테이프로 막아 놓은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확인을 부탁하려고 한다.

이 정도면 됐겠지 싶다. 상대적으로 사소한 얘기를 하나 더 하자면, 다음 주유 때는 고급 휘발유를 주유해 볼 생각이다. 미국에서도 S60에 달린 2500cc 5기통 엔진이 고급유를 권장하지만 일반유를 넣어도 무방하다길래 일반유를 넣다가 고급유로 전환했는데, XC90에도 같은 엔진이 달린 만큼 고급유를 넣었을 때 느낌이 어떤지 한 번 볼 생각이다. 차가 무거워서 발차가 좀 느린 편인데, 그게 조금이나마 해소되려나?

오늘의 추천곡은 샘 라이더의 'Whirl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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