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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독특한 로망 실현하기

abcdman95 2025. 5. 25. 15:44

지난 몇 년간, 내게는 독특한 로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차로 트레일러 견인해 보기. 그 중에서도 정확히 말하면 자차로 다른 자동차를 견인해 보는 게 로망이었다. 그리고 지난 봄방학 때, 대학 시절부터 친했던 베프 한 명과 로망을 실현하게 되었다.

 

맥락인즉슨, 나보다 한 술 더 뜨는 차쟁이인 이 친구의 드림카는 1959년식 쉐보레 임팔라인데, 내가 이 친구에게 텍사스에서 좋은 매물을 찾으면 친구가 사는 토론토까지 견인해 주겠다고 꼬셨었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며, 그렇게 장장 2400km에 걸친 초장거리의 여정을 내 데일리카인 2002년식 쉐보레 서버번과 유홀 트레일러, 그리고 친구의 드림카와 함께할 수 있었다.

 

얼떨결에 이루어진 쉐보레+쉐보레 듀오.

 

2002년식 쉐보레 서버번의 최대 견인력은 3.5톤 남짓이다. TMI지만 이게 미국의 SAE J2807이라는 기준에 따라 책정된다던데, 한여름 애리조나의 사막 한복판에서 기온이 최소 38도일 때 에어컨을 최대로 틀고 6% 경사를 약 18km 가량

오를 수 있어야 한다. 뭐 그거 말고도 다양한 혹사(?)를 시킨 후에야 최대 견인력의 평가가 이루어진단다. 이번에 견인한 트레일러의 총중량(트레일러 + 임팔라)이 약 2.8톤이니 흔히 통용되는 안전기준인 '최대 견인력의 80% 이하까지만 견인하기'는 만족한 셈이다.

 

뜬금없이 든 생각이지만, 이 차가 최대 견인력 3.5톤인데 어떻게 모하비가 최대 견인력 3톤일까 싶다. 토크는 모하비가 직렬 6기통 디젤이니 더 강력하지만, 결정적으로 모하비는 축거가 워낙 짧아서 트레일러가 무거울수록 불안정해질 텐데 측정 기준이 궁금해진다.

 

아무튼. 견인은 은근 재미있다. 트레일러를 끌 때 특유의 묵직한 느낌도 좋고, 견인 모드에서(서버번은 애초에 견인을 상정하고 만든 차량이라 히치도 기본적으로 달려서 출고되며, 변속레버에 Tow/Haul 모드 버튼이 따로 존재한다)만 느낄 수 있는 엔진의 우렁찬 구동음도 은근 듣기 좋다. 그리고 이번에 견인을 3일 연속으로 하루종일 하면서 많이 익숙해진지라, 이제는 트레일러를 끌고 평행주차(!)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트레일러 끌고 평행주차하기. 광각미러는 사랑입니다

 

아, 그리고 친구의 1959년식 임팔라는 정말 크다. 세단 주제에 전장이 풀사이즈 장축형인 서버번보다 살짝 짧은 수준이다. 하도 길어서 트레일러에 싣고 나서도 트렁크가 트레일러 뒤로 툭 튀어나와 있었고, 축거 역시 꽤 긴 편이다 보니 무게중심이 내 올드 벤츠를 견인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뒤에 가 있어 측풍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약간 난이도가 있는 견인을 하면서 나 역시 연습이 많이 되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저 정신나간 덩치를 보라. 흰 차 말고, 파란 차.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견인을 하려고 산 차이기는 한데, 이렇게 견인을 밥먹듯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 내 올드벤츠도 수리가 얼추 마무리되어 가는 만큼 견인할 일이 점점 줄어들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뽕을 뽑는 중이다. 앞으로도 견인을 하던 그냥 혼자 다니던 고장만 안 나면 좋겠다.

 

오늘의 추천곡은 없고, 추천 영상은 있다. 바로 캐나다에 오며가며 액션캠으로 직접 찍은 주행 영상. 편도 24시간, 왕복 무려 50시간 남짓의 영상이니 그냥 심심할 때 틀어놓고 미국(과 캐나다 일부)의 풍경을 감상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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