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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차쟁이 라이프

차 (사)고치기

abcdman95 2025. 6. 24. 14:22

누군가 자가정비를 한다면 그 이유는 다양하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그냥 재밌어서(??), 주변에 정비소가 없어서 등등.

 

난 돈을 아끼기 위해서 자가정비를 한다. 오늘의 미션은 서버번의 미션오일을 교환하기. 미션오일 교환은 내 첫차였던 07년식 볼보 S60으로도 해 보았고, 최근에는 내 세컨카인 88년식 벤츠 560SL로도 해 보았기 때문에 꽤 자신이 있었다. 오일을 비워준 다음 오일팬을 탈거, 오일필터를 교환하고 오일팬을 다시 설치한 후 오일을 채워 주면 끝이다. 게다가 내 데일리카인 서버번은 풀사이즈 SUV 중 가장 내구성이 좋고 정비가 쉽다는 GMT800 세대의 차량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감 뿜뿜이었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미션오일을 뺀 후 오일팬 제거. 이 단계까지 오는데만 두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오일팬 탈거부터 시작이었다. 도대체 어떤 멋진 천재가 이 자동차를 설계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오일팬 바로 밑으로 배기관이 지나가게 되어 있으며, 바로 옆에는 변속 케이블이 붙어 있었다. 다른 자동차였으면 볼트만 풀어 바로 내릴 수 있었을 오일팬을 별의별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힘을 주어야 겨우 뺄 수 있었다.

 

그럼 끝이냐고?

 

내가 지금까지 작업해 본 차량은 (많지는 않을지언정) 대부분 미션오일 필터가 나사로 고정되어 있으며 그 자체로 실링이 되게 설계되어 있었다. 근데 이 녀석은 필터와 함께 실링을 교체하게 되어 있는데, 이게 또 금속 실링이라 이래도 되나 싶으로 일자드라이버를 대고 망치질을 한 후 롱노즈 플라이어로 집어서 꺼내야 했다.

이 실링을 빼는 데 또 한 시간이 꼬박 걸렸다. 에효

 

이렇게 빼고 나면 다시 부드럽게 망치질을 해서 실링을 꽂고 필터를 설치한 후 오일팬을 재조립하면 된다.

 

그 와중에 오일팬을 다시 고정하면서 힘을 너무 많이 주어 16개의 고정 볼트 중 하나를 끊어먹어 버렸고... 변속을 해 보았더니 P단이 안 들어간다.

 

아.

 

미션오일을 적정량으로 채워 주어도 도저히 문제가 해결이 안 되길래, 포기하고 결국 정비소에 맡겼다. 변속 케이블 (아까 오일팬 옆에 붙어 있다던 그 부품 맞다) 이 휘어 버려서 교환하니 문제가 바로 해결되었다. 볼트 끊어먹은건 뭐 오일이 새지만 않으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다. ㅋ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인 '훼사원'의 명언이 생각나는 하루였다.

 

정비는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물론 앞으로도 이것저것 자가정비를 많이 시도하겠지만 역시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나같은 초보 자가정비러는 결국 언젠가는 사고를 치게 되어 있는 듯하다. 다행인 건 세컨카로 사고 안 치고 데일리카로 사고쳤다는 점? 올드카 수리하다 뭐 하나 조졌(??)으면 좀 많이 멘붕이었을 것 같다.

 

오늘의 추천곡은 주니퍼의 '하늘 끝에서 흘린 눈물'. 오래된 노래지만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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