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을 당시, 한국에 가면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불후의 명곡'에서 김진호가 부른 '가족사진'을 보고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부터 시작해서 운동해야지, 피아노도 다시 익혀야지, 맛집탐방해야지 등등. 그리고 한국에 와서는 아빠가 쓰던 DSLR 카메라를 물려받고선 사진 찍는 법도 배우고 싶어졌다.
근데 하고 싶기만 하면 쥐뿔도 이루는 게 없으니 시작이라도 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 꽤나 정확한 말이다. 사진 찍는 것도 그렇다. 며칠간 집에 있으면서 아빠에게서 받은 캐논 EOS 550D와 더불어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1982년제 니콘 FM2까지 요것저것 건드려 봤는데 아무래도 집에만 있으면 촬영 구도가 심히 제한된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처음으로 '출사'라는 것을 다녀와 봤다. 혼자 가방에 노트북 넣고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호수공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풍경 괜찮다, 사진 나오겠다 생각이 드는 것들을 찍어 보았다. 딱히 테마를 정하고 한 건 아닌데, 사진을 찍다 보면 아 이건 이런 생각으로 촬영하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난 지금 DSLR도 필름카메라도 초보이므로 보정 따위는 없다. 무보정 사진이 어느 정도 괜찮게 나올 때 나중에 포토샵이나 GIMP 등의 소프트웨어를 건드려 볼 생각이다.
오늘의 추천곡은 하나의 곡이 아니라 미니 플레이리스트이다. 소위 'Lo-fi'라고 불리는, 의도적으로 음의 해상력을 살짝 낮춘 연주곡 시리즈인데, 내가 출사를 나갔을 때 느꼈던 평화로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테마의 음악이다.
해상도는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티스토리의 파일당 10 MB 제한에 맞추기 위해 살짝 낮출 수도 있다. 물론 그래도 4K에 준하는 해상도이긴 하겠지만.
위 사진은 기술적 부분을 차치하고 감성적인 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코로나로 인해 망가진 세상 속에서도 호수공원은 따뜻한 봄 날씨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뭔가 애잔하면서도 희망찬 느낌이 들었달까.
초점이 잘 맞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초점이 잘 안 맞은 듯한 느낌. FM2로 넘어가려면 수동초점을 익혀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ㄱ-
마지막으로 추천곡까지. 감상까지 할 퀄리티는 못 되는 사진이지만 그래도 어울릴 만한 유튜브 음악 틀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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