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명언읽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abcdman95 2020. 7. 20. 13:54

이번에는 명언이라기보다는 마음을 울리는 시를 가져와 보았다. 제목은 심순덕 시인의 시인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주중 5-6번 통화를 하면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는 정말 행복해 보이진 않더라도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마저도 난 '엄마가 조금 더 행복했으면, 조금 더 누렸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렸을 때는 엄마가 미울 때도 많았고, 속을 썩인 적도 정말 많았다. 여느 자식들처럼. 지금은 사이도 좋고 엄마와 말다툼하는 일도 거의 없지만, 이 시를 읽다 보면 내가 어렸을 때 고생했던 엄마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가곤 한다.

 

추천곡은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제목이야 엄마가 딸에게지만 사실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한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이불이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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