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hilosopher's Haven

어느 20대 후반 남자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오피니언

남녀평등에 관한 내 생각

abcdman95 2019. 8. 3. 07:08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무엇일까?

 

대외적으로 보자면 최신 주제는 일본의 대한 경제 보복이겠고, 조금 과거로 돌아가면 한국의 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 정도가 있겠다. 국내로 돌아가면 아무래도 국민들에게 가장 와닿는 주제는 미세먼지일 듯하고, 그 외에도 수많은 뜨거운 감자가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남녀평등,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적어도 내 주관은 뚜렷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먼저 밝히자면 난 페미니즘 그 자체에 대해는 큰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이 글에서 역시 페미니즘이 근본적으로 옳은가 같은 내용보다는 성평등에 대해 적을 것이다. 모르는 내용은 모르는 채로, 새로운 정보를 검색해서 적지 않고 내가 현재 아는 내용을 토대로 함을 밝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도 바쁠 테고, 그래서 페미니즘에 대해 깊게 알아볼 여유가 없으리라. 아니면 나처럼 아예 내 일 외에는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거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에 대해 가지는 생각을 짤막하게 적으려 한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페미니즘은 영단어 feminism을 한국어로 음차한 용어이다. 해서 나는 이 단어의 뉘앙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페미니즘의 어원인 feminism과 '여성적인'을 뜻하는 영단어인 feminine이 라틴어 felare를 어근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성차별이 어떻든 간에 진정 양성 평등을 추구한다면 남자가 차별당하는 부분과 여자가 차별당하는 부분을 모두 극복하려는 노력이 깃든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성평등을 추구한다는 사회적 움직임을 일컫는 단어부터가 여성 중심적인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는 후술하겠지만 내가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가져서가 아니다. 그저 성평등을 지향하는 운동은 지극히 중성적인 뉘앙스를 가져야 하며, 현재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여성들의 공평한 권리를 지지하는 남성들의 수를 줄였으면 줄였지 늘릴 수는 없는 사회분열적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말장난은 그만하고 성평등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성평등에 대한 내 인식은 아주 간단하다. 성별을 사회 생활에서 아예 격리시키는 것. 그리고 남녀가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것. 여기서 말하는 존중이란 대인관계에서의 예의가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으로서의 대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여자가 공대를 오는 게 신기하다느니 (실제로 난 학부 때 사귄 여성 친구들이 꽤나 많다), 남자가 간호학과에 가는 게 이상하다느니 (실제로 내 남성 친구들 중 하나가 간호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하는 말을 싫어한다. 여자도 물리학을 할 수 있고, 남자도 발레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누군가 나에게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만연하게 존재하는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남자들에게는 남자들만 군대에 가서 2년 가량을 썩어야 한다는 불평등이 존재하고, 여자들에게는 취업 기회와 수입이 제한되는 소위 '유리천장'이라고 불리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중요한 건 여성이 사회에서 억압받는 존재도 아니고, 남자가 사회에서 억압하는 존재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이 사회에서 억압받는 존재였다면 여자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암묵적인 사회의 법칙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남성이 사회에서 억압하는 존재였다면 남자들만 군대에 가서 죽고 다치고 인생을 망치는 일까지 당하는 병역의 의무를 지도록 법적인 제도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성평등은 엄밀히 말하면 끝나지 않는 전쟁과 같다. 근본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는 여자보다 근력이 발달했으며, 여자는 남자보다 정신적인 성숙도가 높다. 전자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예를 들 필요가 없지만, 후자 같은 경우에는 대체로 연애를 할 때 남자가 여자보다 서너살 정도 많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는 얘기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전체적으로 보면 남자와 여자가 화장실을 따로 가는 것 빼고는 차이가 없을 정도로 사회에서 완벽히 똑같이 살 수는 없다. 남초 직업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고, 여초 직업 역시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그게 시대에 따라 변할 뿐.

 

솔직히 말하자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대학/대학원까지야 대체로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니 차치하더라도, 취업 기회는 여자가 육아 관련 미흡한 제도로 인해 뺏길 이유가 없는 기회를 뺏기는 일이 생길 것이라 생각된다. 그 외에는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성추행 관련 뉴스는 이제 너무 흔해서 놀랍지도 않다. 애초에 성추행 범죄는 일부 남성들의 인식의 문제지 성평등의 문제가 아니니까 굳이 길게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럼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느냐고?

 

해결책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차츰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20대 중반인 나와 또래 세대는 성평등에 대한 자각이 있지만, 바로 전 세대이자 부모님 세대인 현대의 50대들, 즉 사회의 기성 세력층은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전 시대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살아온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바쁜 사회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우리 기준으로 우리의 조부모님 세대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고,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조부모님 세대가 독립시킨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싸웠다.

 

그리고 우리 세대는 우리의 부모님 세대와 조부모님 세대가 독립시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이 사회에 평등과 안정을 불러오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미국 역사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던가. 미국은 18세기에 영연방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19세기에 남북전쟁을 통해 노예 제도를 철폐해 사회에 안정을 가져왔으며, 20세기에 성과 인종간의 평등을 위해 싸웠다. 한국 사회도 그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단지 속도가 훨씬 빠를 뿐.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처럼, 한국은 1945년에 독립 후 1953년에 '남한'이 생겼으며, 80년대에 민주화를 이루었다. 이제 사회의 안정화를 이룰 차례인데, 그 책임은 우리 세대에게 떨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건설적인 토론을 하기보다는 서로 메갈이라고 공격하며 깎아내리는 현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같이 껴서 시위를 하고, 남이 겪는 고통은 생각 않고 자신이 겪는 고통만 내세우며 이게 불평등이라고 외치는 현실. 그리고 사회적 평등을 위해 사회의 지도자라는 인간들은 고작 한다는 짓이 여성 안심 귀갓길인 현실.

 

사회의 불평등을 싸우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 싸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