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나-샴페인 소재의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학부 때는 차가 없고 날씨도 선선한 데다가 캠퍼스도 꽤 조용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 수월했다. 버스가 있기는 했지만 단지 편의사항일 뿐, 가끔씩 수업이 연달아 있는 날에는 느긋하게 버스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자전거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오히려 차를 몰고 다니는 게 불편해 보일 정도로 학교는 주차하기가 불편한 곳이었다. 2017년 여름의 어느 금요일 저녁, 연구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불금이랍시고 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마음이 너무 갑갑했다. 영화를 보려 해도 집중이 되지를 않고, 어딘가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음 가는 곳에 몸이 따라 간다고,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교외로 향했다..